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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물, 쏟아지는 폭포 avalanche 호수.

 하이킹을 하지 않는 시간에는 정상의 로간 패스까지 천천히 둘러보기를 벌써 여러 번이며 동서 57 마일 구간이 멀다고 느껴지지 않았으며 매번 새로운 풍경을 살피면서 이번에는 글래시어 국립공원의 진수를 확실하게 살펴보기로 했다.


아무 때나 대륙의 어느 곳이든지 며칠 새로 갈 수 있기 때문에 여러 번 다녀도 미련을 남겨둔 채 떠나기 일수였으나 이번에는 전에 다니지 않은 곳도 세세히 살펴서 평가를 해놓기로 했다.



2번 도로를 따라서 달리다가 비포장길 산속 험한 곳에도 들어가고 여기저기 발길이 닿지 않았던 곳을 찾아서 쉴 새 없이 다니던 시간이었는데 저물녘이 되었기에 웨스트 게이트 밖에 있는 캠프로 들어갔다.

사설 캠프장이라서 28달러를 지불하였으며 길가의 넓은 빈터가 아닌 아늑한 숲 속의 캠프장에서 늦잠을 자려고 찾아온 곳이다. 





캠프장의 사무실 겸 주인의 주택이 있는 곳이어서 문을 두드려 호출하고 두 개 남은 자리 가운데 하나를 얻게 되어 다행스러웠다.





2번 도로 서쪽으로 가다가 철도가 보여 빈터로 들어왔는데 살아갈수록 미국인의 스케일에 감탄하는 것은 이런 험악한 지세의 첩첩산중에도 그 옛날에 철로를 건설한 것이다. 물론 경제성을 따져서 우거진 숲을 베어 목재를 운반하기 위한 방법이 건설의 원인이었으나 이들의 과감한 투자와 공격적인 토목공사는 늘 감탄하게 된다.





아무도 없는 주차장에 멈추어 하이킹 루트로 들어가 보니 수량이 풍부한 강물로 (참고 : 미국은 시냇물도 River "강"으로 부르는 것이 많다.) 막혀있고 작은 철교가 있어 상당히 자주 화물열차가 지나고 시끄러워 길을 떠나려는데 고무보트를 싣고 온 버스에서 래프팅 할 사람들이 내려와 가이드의 주의사항을 듣고 있기에 한참을 지켜보다가 그들이 강물 따라서 흘러간 후 길을 떠났다.





2번 도로는 로간 패스에서 보이는 산봉우리 몇 개가 눈 덮인 채 있을 뿐 별다른 특색이 없었고 트레일도 단조로운 것들이라서 되돌아 나와 로간 패스로 다시 올라갔다. 한번 올라가려면 상황과 위치에 따라서 편도 약 300 리 정도 되지만 풍경을 살피며 다니기 때문에 멀다는 느낑이 들지 않는다.


폭포 옆에는 길이 없지만 호기심 많은 사람들이 가파른 절벽으로 폭포수 옆까지 가서 기념사진을 찍으려고 기 쓰고 올라갔다가 곧 내려오는 모습이 쉬지 않고 이어졌다.





트레일은 눈 때문에 막힌 곳이 너무 많아서 웨스트 게이트 인근에 있는 avalanche 호수에 가기로 했으며 작년에는 몸이 피곤하여 입구에서 서성거리다 돌아선 곳으로 이곳 글래시어 국립공원 안에서도 절경으로 꼽히는 하이킹 트레일이다.


고갯길을 내려오는 곳에는 폭포수가 길게 이어져서 오며 가며 폭포수 아래에 차를 멈추어 물벼락으로 세차를 하던 시간이 재밌었다.





avalanche 켐프장에서 빈자리 가운데 마음에 드는 A 50번을 선택하여 쪽지를 꽂아서 임자가 있음을 표시한 후에 눈사태 호수로 떠났으며 왕복 5 마일 정도의 짧은 구간이지만 필요한 준비물을 챙겨 길을 떠났다.  





트레일에는 사슴이 지천에 널렸으며 이곳은 특히 회색곰이 다수 거주하는 구역이라서 위험하지만 원체 호수를 오가는 방문객이 많아서 안전도가 높기도 하다.





가족단위로 무리 지어 가는 사람도 있으나 장비도 없이 산책하듯 혼자서 떠나는 사람도 있는데 참으로 무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흉폭한 회색곰이 나타나면 방비할 대책을 세우고 가야 하는데도 무대책으로 소풍 가듯 하는 사람들 보면 단순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떠올랐다.





현명한 사람들은 낯선 이들끼리 무리 지어 걸으니 문제가 없지만 혼자서 급류의 절벽에서 몸을 굽혀서 아래를 내려다보기도 하고 하여간 위태로운 사람들이 자주 눈에 보인다.





물살에 너무 센 곳이고 높낮이가 다른 폭포가 바위틈으로 쏟아지는 곳이라서 수영을 잘하는 사람도 일단 휩쓸리면 바위에 부딪쳐 깨져서 목숨을 잃어버릴 확률이 높지만 뭘 믿고 그러는지 이해가 안 되는 사람들 참으로 많다.





길을 가다듬지 않은 자연적 트레일이며 병약한 신체가 아니면 누구나 다닐 수 있는 곳이다.





바위산 일부가 차츰 보이는데 호수까지 가는 길목에 호위병처럼 늘어선 산이며 아발란체 호수의 절벽산과는 무관하다.




성벽처럼 막아선 바위산은 아름다움에 감탄이 멈추지 않는 곳이며 물은 맑고 인위적으로 자연을 건드린 흔적이 없었다.





먼저 도착한 사람들은 통나무 벤치에서 쉬며 경치를 살피고 일부는 카메라를 돌려가며 기념사진을 만드느라 분주하였다.





망원경으로 살펴보니 여러 갈래 폭포수는 바람에 날리어 동화에 나오는 천사의 긴 머릿결처럼 흩어지는 모습이 무척 아름다웠다. 





폭포수는 모두 네 개이며 눈이 많으면 수량이 많고 한여름 눈이 적으면 실 폭포가 되는 곳이다.







절벽에 산양이 있을까 해서 망원경과 카메라로 세세히 살펴도 그림자 조차 보이지 않았다.





멀리서 바라보는 것도 아름답지만 성능 좋은 망원경을 지참하면 더없이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이미 갖고 있던 사격장의 탄착 확인용 외눈 망원경은 20 X 60으로 성능이 좋지만 삼각대에 얹고 표적을 조준하여 봐야 하는 불편함 때문에 새로 10 X 42 쌍안경을 구입하여 매우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으며 카메라도 10 X 40 장거리 줌렌즈가 있어 매우 편리하다.





호수로 가는 길과 트레일은 숲이 우거진 곳이어서 풍경은 좋지만 그만큼 회색곰의 출몰이 빈번한 곳이며 경고표지가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





이런 곳에서 갑자기 곰이 나타나면 황망하고 자칫 목숨이 위태로우므로 필요한 장비는 꼭 챙겨서 떠나야 한다.






해가 저무는데도 산책하듯이 혼자 올라가는 사람도 있고 혼자 내려오는 사람도 있는데 최소 서너 명은 같이 다녀야 한다.





호수에서 내려오는 물은 바위를 깎아 이렇게 협곡이 되었으며 미끄러져 떨어지면 살아날 확률이 없다. 혼자서 절벽 아래를 몸을 숙여서 살펴보는 사람에게는 조심히 물러나라고 주의를 주면서 남의 일상사를 간섭하며 내려오던 시간이었다.


포털 뉴스에서 한국의 여름철 익사 사건을 보게 되는데 가족이 즐거운 소풍을 가서 수영을 할 줄도 모르는 사람이 물을 너무 만만히 보다가 허우적거리며 가족의 눈앞에서 빠져 죽는 사례가 너무 많다.

놀러 가서 부인을 잃어버린 남자도 있고 자식을 잃어버린 부모도 있는데 모든 원인은 조심성이 없어서 발생한다.





어둠이 내리는 때에 장작불을 지피고 옥수수 두 개는 석쇠에 올렸으며 소의 간은 후라이팬에 조금 익혀서 먹었다. 식성이 까다롭지 않고 미국 생활과 대륙 여행에 특화되어서 대충 아무렇게 먹어도 전혀 문제가 없으며 밥이 아니라도 이탈리안 빵을 먹으면 되고 치즈로 한 끼 식사가 될 정도로 간략하게 음식을 먹는 습관이 배어있다.


고기는 거의 익히지 않고 날것과 비슷한 것을 먹는 체질이라서 만약에 불이 없을 경우에는 아예 날것으로 먹어도 전혀 문제가 없다. 이렇게 장작불 앞에서 저녁을 먹고 자전거로 캠프장을 한 바퀴 돌고 나서 상념에 잠기다가 사방이 깜깜하고 인기척이 없을 때 잠이 들었다.


상황이 괜찮았으면 두세 곳 더 하이킹 트레일을 다녀서 9월에 뉴욕서 올 원정 등반대에게 도움을 주었을 것이지만 자연의 조화로 눈폭풍이 불어오고 안전을 이유로 폐쇄한 곳이 많으니 달리 방법이 없다. 여행을 하면서 지도에 표시하여 소피아와 이사벨에게 천국으로 가는 길목과 같은 이곳 글래시어 국립공원의 환상적인 트레일을 알려줄 생각이다.


오늘의 이야기는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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