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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의 시간 옐로우스톤 국립공원.

 십년전 지나온 길을 이번에는 Cooke city 로 먼길을 넘어가기로 했다. 일반 여행자들은 알지 못하는 장소이며 변덕이 죽끓듯하는 뺑덕어미처럼 일기가 불순하고 험하고 외진 산맥을 넘는 길이라서 담력이 약하고 운전이 서툰사람은 아예 이길을 가지 말아야 한다. 




쿠크 고갯길은 열려있다는 표지판이 있지만 그곳까지가 아니라 더 험한 길이 계속되기 때문에 신중하게 떠나야 할 길이다.





예전에 그 많던 늑대를 모조리 잡아서 없앤 후 생태계의 파괴가 심각해지자 1980년대 후반에 개체수 자연적 조절을 위하여 다른 곳에서 체포하여 18마리 늑대를 옐로우스톤에 풀어놓았는데 이후 늑대가 경쟁자 이리를 죽이는 등 변화가 일어났으며, 늑대의 집단사냥으로 사슴과 산양이 줄면서 초원과 식물군이 되살아 났고 이리의 숫자도 줄어서 이리의 주식인 설치류와 토끼 등이 불어나서 전체적 생태계 균형이 성공적으로 맞추어졌는데 그때 이곳에서 늑대를 방사한 장소에 표지판을 설치하였다.





주차장 옆에서 풀을 먹기에 차를 세웠는데 가만히 풀을 먹던 얘들의 사진을 찍으려고 카메라를 꺼내어 렌즈를 조절하니 모두 놀라서 멀리 달아나서 눈치를 보고 있어 미안했다. 국립공원의 바로 안쪽에 거주하는 얘들이 경계선 밖으로 나가면 사냥꾼 표적이 되어 기억하고 있는 듯했다.





이어서 도착한 사람들이 풀밭까지 들어가는 무모한 짓을 하였는데 법으로 금지된 것이니 삼가해야 한다.







회색곰을 찾으러 온 것인데 운명의 신은 나를 지나쳤으며 간발의 차이로 이곳에 도착한 다른 가족이

1마일 전에 가까운 8부 능선에서 곰을 목격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봄에 태어난 송아지는 초원의 보호색이며 엄마 곁을 쫄랑대며 따라다니는 모습을 망원경으로 살펴보던 시간...





저편의 초원과 강이 옐로우스톤에서 들소떼의 최대 서식지인데 강건너 멀리서 머물기 때문에 필히 망원경을 준비해야 하는 곳이다.





곰이 나타났다는 곳의 반대편으로 약 1'000 여마리의 들소가 이동하는 중이며 전체의 길이는 약 4km 정도 되었다.





다큐멘터리를 보면 동물성 단백질이 필요한 곰에게 새끼가 잡아먹혀도 어미는 혼자 살겠다고 도망치는 참으로 아둔한 들소이며 초식동물의 특성상 겁이 많으니 맹수에 비하면 사냥능력이 부족한 곰이 더불어 살아간다고 보겠다.  





강건너 산아래 초원을 자세히 보면 깨알보다 작지만 들소떼의 이동을 볼 수 있다.





그들의 이동을 자세히 관찰하면서 머물던 시간이 즐거웠으며 산중턱을 샅샅이 훑어보던 시간이다.





날이 저물녘까지 초원을 살피다가 동쪽을 향해서 저편 산으로 떠나기로 했다.





아쉬움이 남아서 회색곰을 열심히 찾으며 다녔지만 꿈을 이루지 못했다.





페블 시냇가에 있는 캠프에 들어갔으며 빈자리 2곳 가운데 9번을 선택했다가 자리를 확인 후 마음에 들지 않아서 5번으로 바꾸었다.





캠프의 한 가족이 아이를 데리고 낚시를 떠났는데 그들이 지날 때 보니 허리에 방어수단을 소지않고 갔으므로 자전거를 내려서 달려갔다. 어련히 알아서 하겠냐마는 회색곰 구역에 깊숙히 들어간 부친의 무식 용감함이 놀라웠다.


 



아침에 일어나 미련이 없어지지 않기에 다시 어제의 원점으로 돌아가서 다시 살피기로 했는데 첫손님으로 사슴이 보였다.





엄청난 숫자의 들소떼가 초원과 산중턱 곳곳에 이삼십마리씩 무리지어 일어나지 않고 있었는데 동물도 모여서 사는 적정한 숫자가 있기 때문에 남이 끼어들지 못하는 경계의 구분이 확연히 보였다.





뉴올리언스에서 왔다는 젊은 커플은 시동이 걸리지 않아서 이틀전부터 차밑에 들어가 접선을 해야 간신히 다닐 수 있다고 해서 도움이 필요할까 했지만 늘 하는 잔고장이라서 도울 일이 없었다.





영감님은 장거리 망원경을 창문에 고정시키고 곰을 찾아보고 있었고...





이들도 한시간을 넘게 회색곰의 모습이 보이기를 기다리며 대물렌즈를 설치한 카메라를 대기하고 기다렸으나 허사였다.





거리는 약 육칠백 미터 되는 먼곳이라서 한마리가 어슬렁거리면 모두에게 알려서 서로 살피지만 아직 털갈이가 끝나지 않은 외로운 들소만 보인다.






추운밤을 풀밭에서 웅크리고 자는 들소떼가 이른 아침이라서 일어나지 않고 마냥 잠자고 있었다.





산맥을 넘어가면 혹시라도 보일까 동쪽으로 떠나서 이곳에 도착하였다.





연세가 지긋한 분들로 구성된 탐사대가 절벽을 향해 카메라를 세우고 산양의 모습을 찾는 모습이다.




곰이 보일 곳이 나오면 즉시 길가운데 차를 세우고 샅샅이 훑어보지만 털끝 하나 보이지 않았으며 지나는 차량이 뒤이어 멈추어 무엇이 있는 것으로 알고 망원경을 꺼내든다.  





옐로스톤을 벗어나게 되었고...





정확히 9년 11개월이 흐른 지금에 이곳 쿠크 마을에 다시 왔다.





그때 이 가게 앞에 앉아서 시카고에서 온 은퇴한 보안관 영감님과 현역경찰과 함께 오래도록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새 십년이 지났다. 가슴에 보안관 별을 달고 있던 영감님은 모터사이클을 타고 이곳에 왔지만 너무 연로해서 지금까지 생존해 있을 가능성이 그리 많지 않은 분이었다.


옐로우스톤과 쿠크마을 로고가 세겨진 티셔츠 세개를 샀으며 주인이 마을의 유래를 들려주었고 1937년에 처음 정착민이 거주한 곳으로 가을부터는 눈에 고립되어 외부로 출입하지 못한다며 웃는다. 일년에 절반은 외부인을 만나지만 절반은 마을에 갇히듯 산다는 말이었다. 그래서 스노우모빌을 타고 다니고 눈신을 신어야 거동하는 오지 중 오지이며 인터넷은 아예 국물도 없다.  





쿠크마을은 몬타나주에 속하며 옐로우스톤 국립공원 바깥에 위치한 곳이지만 동서의 주요 길목이며 험한 지세라서 옐로우스톤 중심부에서는 이곳과 같은 환상적 경치를 기대할 수 없다.  





원래 아침을 먹지 않기 때문에 늦은시간에 운전석에 앉아서 점심을 먹게 되었고 메뉴는 치즈와 소금에 절인 돼지고기 저민 것이며 날것이다. 한국의 전통음식 된장은 콩에서 단백질을 얻기위해 저장식품으로 만드는 것이지만 이것은 목축업과 사냥이 발달한 북구 유럽인의 단백질을 보충하는 겨울나기 저장식품이다.


소금에 배추를 절이듯 돼지고기를 며칠씩 절여서 통나무 집안에 매달고 불을 피워 연기로 그을려서 부패를 방지하고 겨울철 보양식으로 먹는 것인데 맛은 무척 짜고 돼지고기 날것의 비린내가 그대로 풍기지만 원체 날것을 좋아하는 매니아라서 아무 문제가 없으며, 다 먹은 후 상추 또는 샐러리 채소를 먹는 것으로 식사를 간단히 끝내고 이동하는데 어려서도 농경부족식 음식이 아닌 유목민의 음식체질이라서 날고기를 좋아했고 마귀의 음료수 술을 제외하고는 가리는 것이 없고 드라큐라와 무장공비 보다 더한 식성이지만 배탈이 아예 없다.


나의 입맛에는 이것 보다는 이탈리아의 돼지목살 소금절임 훈제 Capocollo 가 더 좋지만 취급하는 것이 많지 않아서 구하기 쉽지 않다.  





인적 제로지대의 길가에 멈추고 수풀 언덕을 지나 강물이 보이는 곳 언덕까지 드나들기를 수차례지만 회색곰을 찾을 수 없었다. 숲에서 갑자기 만날 수 있지만 카메라 삼각대를 일부러 덜그럭 소리를 내며 다니기 때문에 피할 기회를 제공하여 큰 문제는 없고, 그래도 일진이 사나우면 소금을 던져서 달래보고 그래도 안되면 폭음탄을 터트리고 최류스프레이를 쏘고 그래도 덤비면 대검을 뽑아서 생사를 가려야 하는데 애기때부터 원체 끈질긴 목숨을 이어왔기 때문에 내가 먼저 죽을 일은 없다.


5월 24일 저녁에 뉴저지 Denville 마을 주택가 주차장 뒤편 숲에서 발생한 상황은 검은곰 두마리가 갑자기 5 미터 채 안되는 눈앞에 나타났기 때문에 서로 피할사이가 없어서 나지막한 소리로 동행한 동료에게 차안으로 재빨리 들어가라고 했더니 이내 다시 와서 차문이 잠겼다고 해서 황당했다.

차분히 키 센서를 눌러 열어주고 얼른 들여보냈는데 그때 만약에 당황해서 성급히 움직였으면 놀란 곰에게 공격을 당해서 큰 문제가 발생했을 것이다.


사람보다 동물이 더 겁을 먹는 것이라 즉시 마음을 평정하여 적대감 없는 눈빛으로 시선을 마주하고 피하지 않았기 때문에 두살 된 새끼곰과 어미가 접근하지 못했고 대치 중에 겁이 많은 새끼가 머리를 돌려 먼저 움직이자 어미도 새끼를 따라 재빨리 사라져 다행이었는데 휴대폰을 꺼내서 사진을 찍을 생각도 했지만 달려들까봐 실행하지 못한 것이 지금도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212 번 도로에서 296 번 길을 따라 Cody 마을에 가기로 했으며 그곳에서 오레곤 카우보이가 펼치는 로데오 

경기를 관람하고 잠들기로 했다.





그래도 미련이 남아서 열번 스무번 멈추어 강가의 숲속을 망원경과 카메라 줌을 번갈아 사용하며 찾아보던 

시간...





이제 기회는 점점 적어지고 저편 높은 산맥에 지그재그로 이어진 험산준령을 넘어야 했다.




옐로우스톤에 다시 오게되면 먼 남쪽에 보이는 평균 3'500 미터급 산맥에 갈 생각인데 저곳은 아직 나의 발길이 닿지 않았으며 이번이 옐로우스톤에 네번째 방문으로 아쉬움이 가시지 않으면 어쩌면 8월에 다시 와서 저곳을 갈 가능성이 있다.





이곳 정상에 십년만에 다시와서 사방을 둘러보니 강산은 변한 곳이 없는데 이자리에 카메라 삼각대를 세우고 기념사진을 만들었던 십년 전 젊은 나의 옛모습은 세월따라 흘러서 변하고 수명을 마감할 날이 가까운 고목나무를 닮은 지금의 내모습이 되었다.


나의 여행은 정해진 목적지가 아예 없으며 특별히 갈곳이 있는 것도 아니고 반기며 오라는 곳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언제나 바람따라 구름따라 대륙을 떠돌기를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하면서 다닌 길을 또 다니고 또 지나치며 지난 추억에 잠기어 사색하는 나만의 아름다운 시간이 있다.   


십년 후 다시 이곳에 온다는 보장이 없어서 한시간도 넘게 계곡과 먼산을 바라보며 만가지 생각에 골몰하다가 이제 잠시 속세로 내려가기로 했다. 가까이 떠있는 조각구름이 없기에 이 좋은 경치에 하늘을 날아보지 못하고 떠나지만 그래도 아쉬운 생각이 가시지 않으면 다음에는 스카이콩콩을 가져와서 허공을 향해 점프를 해야겠다.


오늘의 이야기는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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