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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캡사이신 곰 스프레이가 없으면 죽는다.

요즘 언덕 위 교회 주차장을 캠프로 사용하고 있는데 저녁이 되면 방목 소 농장을 하는 주인 가족들이 낙오된 소를 찾느라 교회 주차장 경계에 쳐진 철조망 안으로 들어가서 소떼를 몰고 간다.




이분과 부인 등 가족이 교대로 다니며 잃어버린 소를 찾아서 확인하는데 이곳은 곰과 표범 등이 매일 출몰하는 지역이라서 권총을 휴대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날이 어두워지면 밖으로 나오지 말라고 주의를 준다.




이곳의 Black Feet 인디언 부족이 아닌 Creek 부족이지만 이곳에 와서 거주한 지 오래되었고 사는 환경이 마음에 든다고 하였다. 그의 허리에는 6 연발 리볼버 권총이 장전된 채 안전띠도 풀린 상태로 다니는데 언제 어디서 표범이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에 즉시 발포할 수 있게 이렇게 다녀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가족은 낮에는 말을 타고 수시로 황야의 농장을 순찰하고 야생동물의 피해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 늘 바쁘게 다닌다고 하였다. 내가 이곳에 여행을 온 목적과 크로우 부족 훼스티발을 거쳐서 black Feet 부족 마을에 있다가 이곳으로 왔고 글래시어 국립공원 이야기와 각지의 인디언 역사를 써서 한국에 소개하는 작가라고 하였더니 지극히 환대를 하였다.


이들 가족들이 자주 다니고 이웃에게 말해서 누구도 내게 시비하거나 불편하게 하는 사람이 없고 심지어 국경순찰대도 내가 머무는 교회 언덕 주차장에는 아예 오지 않는다. 지난번 글에 썼듯이 이들 유목민은 농경사회인과 달리 위험하고 거친 삶이 숙명이 되었으며 한국인이 생각하는 낭만과는 거리가 먼 거친 삶인 것만은 틀림이 없다.





숲 속의 트레일을 다니기도 하고 곰의 서식지에서 관찰하며 그렇게 지내는데 곧 11명의 뉴욕시 등반대가 이곳에 오기 때문에 그동안 체력훈련 겸 절경의 트레일 확인 및 야생동물 서식지를 자세히 살피는 중이고 이곳에 처음 오는 등반대와 며칠 동안 함께 다니며 이곳의 특성을 자세히 설명해 줄 예정이다.




오래 머물면서 모조리 알아놓아서 심심하면 얘들을 만나러 가서 놀다가 되돌아오고 어느 때는 트레일로 하이킹을 떠나서 새로운 풍경을 살펴보면서 지낸다.  




보통 이삼십 미터 또는 백여 미터에서 생생하게 볼 수 있는데 하도 많아서 이 녀석이 그 녀석이고 그 녀석이 저 녀석 같아 보인다.




식물에 열린 작은 열매를 훑어먹는 모습이고 이렇게 육중한 몸이 풀과 열매로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놀랍다.  




지난주 가까이 있던 검은 곰을 쫓아가서 잡으려 했을 때 그 장소를 거점으로 사는 검은 곰 가족인데 얘가 엄마이고 작은 아기곰 두 마리가 있는데 지난번 곰은 작년에 태어난 한 살배기 어린 곰이었다.





곰을 보다가 인근의 숲길로 들어가서 폭포로 가는데 숲 속 풀밭에서 잡풀을 뽑는 자원봉사자 할머니를 만났다. 그녀의 말에 의하면 이것은 초식동물이 먹지 못하는 것으로 러시아에서 대륙으로 전파된 매우 해로운 풀이라서 늘 솎아낸다고 하였다.


이곳은 레인저, 방문객, 하이커 등 누구를 막론하고 할머니 배낭에 매달려있는 곰 스프레이를 갖고 다녀야 하며 유사시 곰의 얼굴을 향해 살포하여 퇴치하고 그도 통하지 않으면 최후로는 싸워서 생존해야 하는 그런 곳이다.





이번 트레일은 짧은 곳을 선택하였고 왕복 2 마일 거리지만 경사가 가파른 곳이라 힘이 들었다.




장거리 트레일도 가지만 이렇게 짧은 곳을 다니며 기분전환을 할 때도 있어야 한다.




예부터 무너져 내린 이런 방위가 지금도 시시때때로 굴러내리는 곳이라 늘 조심해야 한다.




낮은 구름이 모든 산봉우리를 덮었으며...




케티스 버그 펜실베니아에서 온 중국인 부부는 겁이 많아서 조금만 높은 곳도 한사코 사양하며 안전한 평지로만 다녔다.





산양을 찾던 시간...




내려오는 길에 또 다른 사람들이 풀을 뽑으며 다니고 있었는데 이런 아름다운 마음씨를 가진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고 뉴스에서 보는 서울거리에서 떼거지로 다니며 악을 쓰고 깃발을 흔들고 다니는 망구와 영감들이 이런 것을 본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날은 전혀 보이지 않다가도 어떤 때는 곳곳에 나타나서 발길을 멈추게 하는 얘들...





검은 곰은 대체로 체격이 회색곰에 비해 작지만 서로 다투지 않고 제 영역에서 살아간다.




중턱이라고 할 것도 없는 산 아래에 나타난 그리즐리 곰...




녀석은 열매를 훑어먹다가 피곤한지 따듯한 햇살 아래서 낮잠을 잔다.





또 다른 녀석...




두대의 서버밴으로 펜실베니아에서 온 여행자들이 도착하여 곰을 보더니 놀라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하도 먹어서 별로 먹을 것이 없을듯한데도 이리저리 교대로 옮겨 다니며 풀과 열매를 먹는 곰...




이 정도는 먼 거리에 속하고 어느 때는 눈앞에서 열매를 따먹는데 삼각대를 설치한다고 움직이면 공격할 것 같아서 거리가 좀 먼 때 이렇게도 한다.




개인 취향에 검은색 곰이 그리즐리 보다는 정감이 더 있는 것 같다.




열매를 따먹으려고 움직이는 때...






지난번 어미곰과 새끼곰이 얘들을 보고 도망쳤었고 지금은 농장주가 있는 작은 집 근처로 모두 몰려가는 중인데 얘들은 올해가 지나면 살아남지 못할 텐데도 그걸 모르고 자신을 도살장으로 보낼 주인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고 있다.


혼자면 다른 동물에게 공격당하여 피해를 볼 수 있으나 생각 같아서는 너댓 마리가 국립공원 깊은 숲 속으로 숨어들어 산다면 주인이 찾지도 못하고 그곳에서 장수할 가능성이 있는데 이렇게 오늘도 열심히 주인을 찾아가는 소떼가 불쌍했다.



오늘의 이야기는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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