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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눈 폭풍 때문에 가지 못했던 길

2016. 6. 14. 서부로 가는 여행



12번 도로를 벗어날 무렵에 지나온 곳을 바라보며 작별하고 앞으로 향했다. 작은 길에서 세월아 네월아 자연을 바라보며 다니니 마음속 흙탕물이 모조리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미었다.  


길에 대충 멈추어 사진 보다는 눈으로 보며 감상하는 시간이 길어지는데 지나는 차들은 조심스레 비켜주며 천천히 지나간다.   


별볼일 없는 듯한 바위지만 이런 것들이 모여서 록키산맥이 이뤄진 것이고 눈덮인 사천미터가 넘는 산도 이런 기묘한 작은 산이 없으면 빛을 잃는다. 세상은 강한 자들만의 것이 아니며 살아가는 모든이가 조화를 이루어 사회를 형성하듯 자연속의 산맥도 다르지 않다.    



스치며 지나온 곳과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르는 작별의 인사를 하였으며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라는 노래가 생각났다. 나는 떠나는 배가 되었고 산맥은 항구가 되었으며 나는 짧은 인생을 살다가 죽어가도 눈덮인 저 산은 언제나 그자리에서 새로운 사람을 맞이할 것이라는 생각들....    




카우보이와 노다지를 찾아 헤메던 이들이 말을 매고 들러서 가던 옛날의 그 집들은 옛주인은 사라졌으나 새로운 주인이 새로운 나그네를 기다리고 있다.    




마을을 한바퀴 돌고 다시 길을 떠났다.   




이들도 헤어짐이 아쉬워 산맥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찎고 있었는데 셀카봉이라는 저것 처음 본 것 같다.   




이런 곳에서 살면 몸도 마음도 자연을 따라가게 마련일 것이란 생각...   




서편에 있는 알라모사로 달리기로 했다.   




저곳으로 달리면 지난번 눈폭풍 때문에 가지 못했던 인디언 유적지도 갈 수 있고 유타주의 절경을 만날 수 있으며 이후 네바다 사막을 지나 샌프란시스코 인근의 요새미티 공원을 가려는데 언제 어디로 튈지 내일의 일은 내 자신도 알 수 없다.   




길가 저편 큰나무 숲이 없는 이곳은 특이하게도 산악용 모터사이클과 사륜구동의 자동차들이 제약없이 다니도록 수많은 비포장 도로를 만들어 놓은 곳이다. 광폭한 운전은 하지 않아야 하고 자연을 훼손하지 않아야 하는 규정만 지키면 누구나 이산에서 저산으로 자유롭게 다니며 터프한 운전을 즐길 수 있다.     




이곳은 동서에서 교차하는 자동차들이 지나는 길이며 거의 여행자로 보면 된다.   




사유지 농장도 있으나 국유지는 국민을 위해 갖가지 다양한 방법으로 개방하는 미국의 사회시스템을 본받아야 한다.   




고갯길 정상을 오르니 관광객을 멈추게 하는 마을이 있으며 지나던 가족이 멈추어 아이들이 말을 타고 거니는 장소부터 다양한 놀이가 있는 곳이다. 선진국 국기가 20 여개 세워져 있는데 태극기 휘날리고 있었고 이런 것을 보면 세계속 한국의 위상도 업그레이드 된 것을 알 수 있다. 


4년 전 방문했던 무하마드 알리 아저씨 기념관을 들어서면 초입에 태극기가 당당히 서있으며 그런 것은 한국의 위치를 말해준다고 보면 된다.   




인디언 아저씨가 나무조각품을 가게 앞에 진열하여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모텔.........   




지나는 나그네가 잠시 멈추어 가는 소담한 곳이 곳곳에 있다.    




두달반 전에는 황량한 벌판이었는데 푸르게 변했고 스프링쿨러에서는 맑은 물이 쏟아지고 있었다. 


  


그레잇 샌드 듄 을 방문하고 이곳으로 온 지난 봄 추억이 있어 잠시 길로 들어갔다.   




오른편 낮은 산으로 바람이 넘어가며 흩뿌린 모래가 쌓여서 생겨난 모래산이 밝은색으로 길게 보이는 저곳이 Great sand dune 이며 저 낮은 산맥으로 Pike 기병대가 넘어와 내가 서있는 이곳 스페인 영토로 가로질러 달려왔으며 (말 달리던 선구자) 파이크 대위는 콜로라도 스프링스에 우뚝 서있는 최고봉 산의 이름으로 지어진 유래는 지난번 알려드렸다.   




아직 석달이 안되었는데 나의 발길을 돌려세웠던 눈폭풍은 그새 녹아 없어지고 그때 머물던 모텔을 지나게 되었다. 막히면 돌아서 다른 곳으로 가버리는 나의 여행스타일은 일기변화 때문에 열받을 필요도 없고 새로운 곳으로 가게 해주어 늘 감사하게 생각하는 성격이다. 


그때 눈이 내리지 않았다면 로스 알라모스 와 산타페를 가지 못했을 것이고 서편의 유타방향으로 가는 이번 여행은 다르게 변해 있었을 것이다. 인생사 불평하지 않고 조용히 지내다 보면 새로운 기회가 지금처럼 알아서 찾아와 주는 것인데 왜 그리도 안달복달 하며 사는지 이해가 안된다.   




그때 눈이 내리지 않았으면 오늘 이런 새로운 곳을 만날 수 없었겠지만 감사한 마음으로 순종하였으니 이곳을 오게 된 것이다. 전국적으로 치뤄지는 클레이 사격대회 중 지방대회 토너먼트가 이곳에서 열리고 있다. 


  


다섯개 사선에서 가기 다섯발의 사격을 하고 자리를 바꾸며 모두 25발 사격을 하는데 남녀노소 사격의 취향을 가진 일반인이 출전하며 본선으로 오르고 전미대회와 세계대회로 진출하는 전초전이라고 한다   




앞에 보이는 사각형 콘크리트에서 클레이 원반이 튀어나와 허공으로 날아간다.   




기록관이 뒤편에 앉았다.  




돌아가며 한발씩 쏘는데 사격준비가 되면 (헙) 하는 큰소리를 내고 노란색 접시가 날아가면 맞추는 경기다.    




각주에서 열린 대회 참가한 기념뱃지다.   




차례를 기다리는 아저씨가 구경하는 나그네에게 말을 건네며 자세히 알려준 이야기들이다.

여행뱃지가 빼곡한 중절모를 쓴 자그마한 제임스 오빠가 나타나면 단번에 궁금증이 생긴 이들이 말을 건네고 나는 만나는 사람들과 그렇게 친해져 가는 순서가 정해져 있다.    




할머니 할아버지를 비롯해 미성년자까지 총기 자격증이 있으면 누구나 출전할 수 있는데 사냥용 엽총과는 명확히 구별되어 있다는 설명이다   




아저씨와 아이의 엽총은 2'000 달러이며 사대에 선 중년의 엽총은 10'000 달러라고 알려준다.  


   


허리엔 총알을 가득히 채운 가방을 차고 있으며 한번에 25발씩 사대를 바꿔가며 오늘 모두 100 발의 사격을 마쳐야 한다는 설명이다.   




각자의 점수를 확인하는 선수들...........   




아저씨와 아이의 차례가 되었다.   




클레이를 날리던 기계........   




이들은 이곳에서 음식도 먹고 잡담을 하며 그렇게 하루를 보낸다.   




무료배식이지만 배고픔이 없어 한잔의 물로 대신했는데 나는 지나는 길에 이런 곳에서 간단히 식사를 해결하는 때도 있다. 대체로 권유하면 내가 알아서 먹고 마시지만 권유가 없어도 자연스레 거부감 들지 않게 참여하는 나만의 노하우가 있다.   




누구나 지나는 나그네인줄 모를리 없고 종자가 다른 이방인이어서 궁금해 하며 말을 붙이는 사람이 많고 누구나 "하이" 하는 인사를 하므로 어색할 일도 없으며 누구를 만나든지 전혀 기죽지 않는 성격이고 어떠한 곳 어떠한 자리에서도 잘 어울릴 줄 아는 나의 장점이 있다.  


 


경기장을 오가며 친절한 이들의 설명을 들었으며 질문이 많은 시간이었다. 나의 두뇌에 저장된 대륙의 다양한 지식은 이렇게 쌓여가는 것인데 책상머리에 앉아 읽는 것이 아닌 발로 뛰는 것이어서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이 흠이지만 즐거운 여행 중에 배우는 것이니 전혀 손해가 없다.    




골프매니아 낚시매니아 그들의 장비처럼 이들에게는 엽총과 실탄과 갖가지 소품이 차에 가득하다.   




구시대의 골동품 자동차 매니아들의 여행도 있다.   




털털거리는 자동차를 몰고 대륙을 다니는 사람들이 하루에도 헤아릴 수 없이 스쳐 지나가는 미대륙이다.    




반갑게 손을 흔들며 지나는 이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서편을 향해 달리던 시간이 즐거웠으며 여행을 나서면 나의 얼굴은 거울을 안봐도 늘 싱글벙글한 모습임을 내 스스로 안다. 


앞으로도 만나며 유익한 대화를 할 사람들이 대륙의 온갖 곳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외로워 할 이유가 없고 방향을 예측하기 어려운 개구리 점프와 럭비공처럼 나는 그렇게 오늘도 어딘지 모를 곳을 향하여 열심히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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