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바 마을에서 예약해 놓은 모텔에 들어가서 짐을 풀어 놓게하고 모텔 뒷마당에 있는 테이블에서 바베큐 파티를 하기로 했다. 각종 한국음식을 모두 차려놓고 여덟명이서 번잡스레 음식을 준비하는데 옆자리에는 프랑스에서 온 남녀 네명이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기에 그들과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그중 한명의 여인이 영어를 할줄 알았고 셋은 전혀 전혀 하지 못했다.
노태우 사장이 프랑스를 다녀온 이야기를 하면서 이들이 사는 고향을 말하니 매우 반가워하였는데 노사장도 지명을 말한 것으로 그쳤다. 이들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차를 렌트해서 요세미티와 브라이스 캐년과 자이언 캐년과 말발굽 밴드를 거쳐서 모텔에 왔으며 내일 그랜드 캐년으로 가는 순서라고 했다.
보이후랜이 여인에게 말하고 여인은 나와 영어로 대화를 하는데 아치스와 캐년 랜드 등 유타주의 실질적인 명소를 빠트린 이야기를 들려주니 그랜드 캐년이 제일 유명한 곳으로 알고 있어서 그곳을 가려고 왔다며 금새 심각해졌다.
이제는 방향을 바꾸려 해도 프랑스에서 오기전에 숙소를 모두 예약해 놓아서 방법이 없다며 시무룩해 하였는데 그랜드 캐년 보다는 캐년랜드를 보면 역사의 만고풍상이 한눈에 보인다는 그런 설명이 이어졌고 우리와 그들은 아침에 일어나면 그랜드 캐년으로 가야 할 팀들이었다.
그랜드 캐년까지는 약 두 시간이 걸리는데 승용차가 지나면서 모두 손을 흔들기에 바라보니 엊저녁 그 프랑스 여행객 일행이었다.
이곳이 정말 세계 제일의 공원인지 아닌지 둘 중에 하나지만 본인들이 둘러보고 판단할 일이고 그랜드 캐년 또는 그년은 개년 중에 어느 것이 맞는지는 각자 생각하기 나름이다.
며칠 전부터 대륙에서 급실망하게 될 여행지로 안텔롭 캐년과 그랜드 캐년을 소개하였고 소문만 무성하고 실제로 먹을 것이 없는 잔칫집과 같다고 했는데 지나면 알 일이고 지금은 청사에 길이 남을 증명사진을 만드는 시간이다.
몇 곳의 전망대가 있지만 보이는 풍경은 모두 같고 단조로운 곳이지만 일행을 안내하여 살펴보게 되었다.
전부터 그랜드 캐년은 약 십분 정도 (아~) 하는 것으로 끝나고 이후는 감각이 없다고 했는데 이들이 전망대에 처음 서서 (아~) 하고 감탄하는 것은 일단 유명하니까 기대감에 하는 것이다.
세계 제일이란 명성이 자자한 그랜드 캐년에 왔기 때문에 부푼꿈이 있지만 이곳에 오는 여행객은 누구나 곧 감탄사가 사라지고 맹숭맹숭한 표정이 되는 것을 수없이 보았다.
차라리 치과에서 이를 치료할 때 (아~) 하며 입을 벌리는 것이 훨씬 오래가는데 비하여 이곳은 십분이면 모든 것이 끝나서 입이 다물어지는 곳이다. 어린시절 운동회 또는 소풍을 가는날 비가 내려서 취소되었을 때 그 기분을 겪어본 사람은 나의 뜻을 이해할 수 있다.
저게 콜로라도 강이래 ~ 아~ 그렇구나~ 그리고는 끝 !
얼마전에 콜로라도 강가 레스토란에서 식사를 했는데 여기는 뭐...
그래도 분위기 깨지 않으려고 알아서 다니게 하고 멀리 떨어져 간섭하지 않았다. 그년은 개년인지 그랜드 캐년인지는 본인들이 판단하고 해석할 일이니까...
이곳의 명물 돌 타워는 십년 전에는 금이 간 곳마다 센서를 부착하여 검사를 하더니 수리를 마치고 새로운 모습으로 변했는데 보기에 꽤 많이 기울어졌지만 안전검사를 했을 터이니 별 문제는 없다.
미세스 남여사는 그래도 좋다며 손을 흔들었고 다른 일행은 다른 곳으로 가자고 하였다.
모두 몇장의 사진을 찎은 것으로 끝이고 주차장으로 가는데 다른 곳에 가봐야 보이는 풍경은 이하동문이고 변화가 없는 곳이란 것을 그들은 아직 모르는 듯했다.
이곳의 터줏대감 얘는 잘 알고 있을 터...
그랜드 캐년 빌리지에 차를 세우려는데 엊저녁에 이야기를 나누던 프랑스 친구들이 여기서 반갑게 인사를 하기에 이곳을 본 소감이 어떠냐고 물으니 좋다고 한다. 여인만 영어가 되고 셋은 의사소통이 불가능하였는데 성품은 모두가 친절한 사람들이었다.
나는 원래 프랑스 사람에 대하여 감정이 매우 나빴던 사람으로 병인양요 때 외규장각 의괘를 강화도에서 훔쳐간 것이 이유였는데 얼마전 이유야 어떠하든지 한국으로 돌아왔기에 감정이 조금 괜찮아졌다. 끝까지 돌려주지 않았으면 프랑스 박물관에 들어가 내가 죽기전에 되찾아 오겠다고 옛날부터 마음에 품고 있었는데 이제는 마음이 풀렸다.
이들의 조상은 원체 식민지 제국을 세우는데 신출귀몰하고 힘으로 약자를 괴롭혔고 문화재 강탈이 주특기인 자들이라서 세계 인종 가운데 싫어하는 순위가 중국 일본 다음이 이들이지만 감정이 없어진 후에는 모두가 착해보였다.
이번이 네번 째 방문인데 보는 장소도 같고 보이는 장소도 같은 뜨듯 미지근한 곳이라서 흥미가 전혀 없는 곳이다.
만공풍상을 겪으며 지형이 변해서 이렇게 되기까지 지질학적으로는 엄청난 곳이겠지만 보이는 시각으로는 흥미를 잃게하는 곳이고 만약 콜로라도 강가로 연결되는 길이 만들어져 절벽으로 차를 몰고 내려가고 올라올 수 있다면 그때는 마음이 변할 수 있으나 지금 상태로는 감흥이 없는 곳이다.
캐년 빌리지에 있는 빌딩의 벽난로 앞에 앉았고 안사장이 카메라 셔터를 눌러주었는데 십년 전 한겨울 이 자리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던 나의 옛 추억이 서린 곳이다.
캐년 빌리지를 떠나 절벽길 아래로 내려가는 트레일을 가기로 했다.
이곳 루트가 가장 잘 알려진 곳으로 콜로라도 강으로 가는 길인데 내려가는데 약 8시간이 소요되고 올라오는데 13시간이 소요되는 장거리 트레일로서 지난해부터 콜로라도 강가에 하룻밤 비박을 하고 다음날 올까 했던 곳인데 캠프 예약의 문제도 있고 시간소모가 너무 많아서 계획을 없애고 다른 곳을 그만큼 가기로 결정했었다.
노사장 내외는 위에서 보더니 이미 흥미를 잃고 아예 내려오지 않았으며 다른 일행들은 배낭은 차에 그대로 놔두고 빈손으로 절벽길로 떠났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모두 이런 곳이고...
콜로라도 강가에서 비박을 하고 올라오는 사람은 여럿을 만났는데 참으로 대단한 사람들이었다.
사막화 된 이곳을 지그재그로 내려가고 올라오는 것인데 일행은 모두 흥미를 가지고 걷기는 했지만 별로 내키지 않는 듯했다.
나혼자 배낭을 메었는데 구급약이 들어있고 만약의 경우에 사용할 가는 밧줄과 일행에게 필요할 수 있는 여분의 물을 챙겨 넣고 다니는 것이라서 그렇다.
얼마를 내려가더니 일행 모두가 다시 올라가겠다고 하면서 위에서 보나 이곳서 보나 모두가 천편일률적인 풍경이라서 완전히 실망한 모습이었다.
시즌을 지났으니 트레일을 보수하는데 남녀가 함께 일하는 모습이고 다른 곳에서 흙을 헝겁가방에 담아 메고와서 이곳에 쏟아부어 평탄작업을 하고 있었고 남녀 구분없이 똑같은 조건에서 작업을 하는 미국인들이다.
이런 작업은 한국사람에게 맡기면 몇배의 속도로 확실하게 할텐데 이들은 삽질 한 두번 끄적이고 한참을 쉬고 다시 두어 번하고 마냥 늘어져서 속도가 붙지 않았다.
임금은 쏟아져 들어오는 기부금에서 충당할테니 문제는 없겠으며 세월아 네월아 쉬엄쉬엄 일하는 이들의 작업문화가 때로는 유익한 부분이 많다는 생각이다.
위로 올라가서 아이스 크림을 먹으며 이곳의 소감을 물어보니 대답하기도 싫어하는 모습이었고 너무나 좋은 곳을 지나온 일행이라서 이곳은 식성에 전혀 맞지 않았다. 이곳도 한국서 원체 유명하게 알려진 곳이라고 말하지만 그 또한 스치며 지나는 패키지 관광버스 때문에 부풀려진 것이라는 간략한 설명으로 끝냈다.
대륙의 장거리 여행자 눈에는 이보다 엄청나고 훌륭한 것이 지천에 널렸으며 지난해 만나 대화를 나누던 레인저도 같은 생각이었고 여행 중에 만나는 대륙을 다니는 여행자들도 이곳 이야기가 나오면 미국인 성품상 나쁘다고 말은 안하지만 그냥 웃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하는 정도다.
그래도 미심쩍다면 시간을 내어 직접 와서 보는 방법이 있으나 보고나면 누구나 나의 소감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얼마전 모두가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에 이곳 아리조나주에 글래시어 국립공원을 갖다놓는다면 즉시 문을 닫아야 할 곳이 여러곳이라는 설명을 한 적이 있는데 물론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지만 시각으로 보이는 것과 압도하는 위용이 이런 곳과는 비교 자체가 안되기 때문에 말하면 입만 아프다.
오늘의 이야기는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