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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 버지니아 아름다운 산천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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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으로 가면서 3년 전 머물던 세네카 락 근처의 인디언 캠프에 가는데 아이패드로 틀어놓은 네비게이션이 인터넷이 끊어져 작동하지 않아서 길을 멀리 돌아가게 되었고 92번을 따라서 가는 것보다 한시간이나 늦었다.   

다니다 보면 이렇게 조상님이 짓고 살았던 작은 통나무집에 덧대어 살림집을 만들어 사용하는 이들의 지혜를 보게된다.    

어느 길을 가더라도 통나무집이 곳곳에 있어서 살펴보는 재미가 여간 쏠쏠한 게 아니며 시간은 지체되지만 여행자가 서두를 일은 없다.     

수년 전 이 길을 지나간 기억이 떠오르고 소설 "대지"를 쓴 펄벅 여사가 태어난 생가의 표시가 세워져 있다. 한국의 입양아들에게 많은 혜택을 베풀었다는 여인은 이미 세상을 떠난지 수십년 세월이 흘렀다. 여인은 생전에 풀리처 상을 수상하고 노벨문학상도 수상한 기록이 새겨져 있다.    

이 집이 펄벅의 생가이며 박물관인데 시간이 지나 들어갈 수 없어서 겉에서 모습을 바라보며 길을 떠나야 했다.    

1750년 개척자 스테판 스웰이 개척자 캠프를 처음 세운 곳이고 1778년에 물레방앗간을 세워 체인 톱날을 돌려 나무를 켜는 방앗간이었다. 내맘대로 한다면 지붕을 모두 뜯어내어 판자로 옛날처럼 만들텐데 결정권을 가진 자들이 한 일에 내가 뭔 방법이 있으리....   

이들의 삶을 세세히 살펴보면 매우 소박한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기둥에 박아놓은 간판에는 달걀을 판다고 써놓았고 대규모는 아니지만 낡은 판자집을 닭장으로 사용해서 달걀을 생산해서 드물게 찾아 오는이에게 판매를 한다. 미국인을 화려다는 고정 관념으로 볼 것이 아니라 이렇게 소박하고 순수한 소시민의 삶이 도처에 널려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낡은 모빌홈으로 만든 우체국 건물...   

커버 브릿지. (다리를 건너다니는 용도지만 옆과 지붕을 만든 것은 다리가 튼튼히 지탱하게 하기 위함이다.)   

작은 마을을 연신 지나고 Elkins 마을에서 33번 도로 오른쪽으로 험한 산맥을 넘어야 했다.   

락 클라이머들이 줄을 서는 이곳 Seneca Rocks

오하이오에서 온 애미쉬 여인 셋이서 기념사진을 찍고 천천히 떠나고.........    

Yokums 가게에 들러 캠프비용을 지불하고 스티커를 받아 백미러에 걸어놓고 캠프를 들어 오는데 다시 온 이곳에 있던 통나무로 만든 공동 샤워장 건물이 모두 타버렸고 잿더미가 되었다.     

3년 전에 세월호가 가라앉아 한국이 온통 슬픔에 가득차 있던 그때 캔터키 어느 시골서 뉴스를 접하고 열흘이 되도록 신문과 TV를 가까이 하지 않았으며 이후에도 세월호 얘기가 나오면 나는 자리를 피하였었다. 

당시 너무 화가 나서 아예 어떤 뉴스도 보지 않고 살아는데 그때 이곳이 불을 피우던 그 자리며 모든 일대가 전화연결이 전혀 안되는 곳이라 속세의 소식을 알 수 없는 곳이다, 화롯가 주변에 부러진 나뭇가지를 많이 쌓아놓았기에 재미삼아 장작불로 음식을 만들기로 했고 아이스 박스 안에 스테이크가 남아있어서 잘게 썰어 굽던 시간이다.    

오늘의 저녁 메뉴는 버섯볶음 스테이크 이탈리안 빵 그리고 블랙베리와 콜라가 전부였고 이정도면 나그네의 적녁식사로는 호사스러운 편이다.    

캠프장은 사방에 널린 곳이고 아무 곳이나 들어가도 가격이 조금 다를 뿐 문제가 없다.    

28번 도로를 따라 북으로 갔다.   

이른 아침부터 사료를 헤쳐서 말리는 농부의 모습이 보이고.........   

이렇게 한편으로 줄을 만들어 거두어 놓으면 풀을 둥글게 또는 사각으로 압축해서 뭉치는 기계를 끌고 단단히 묶어서 창고에 쌓아두면 내년 이맘때 까지는 사료 걱정이 없다.    

인적이 없는 곳 깨끗한 시냇물에는 다슬기가 널렸고 큰 것은 깊은 물속에 가득하고 물가에는 새끼들이 한참 자라고 있었다.    

다슬기를 잡아 깨끗이 씻고 아욱을 넣은 된장국을 끓이면 아이 어른 모두가 좋아하는 음식이 되는데 수십년 전 농약이 없던 시절에 집 앞 문산천 개울에서 엄마와 누나들과 주전자를 들고 다슬기를 잡던 추억이며 어떤 때는 다라에 가득히 잡아서 두고두고 된장국에 끓여먹던 추억과 뻰찌로 끝을 깨어 속살을 빨아서 꺼내먹던 즐거운 추억도 있고 남포와 후래쉬를 들고 개울에 널린 털게를 잡아 산채로 조선간장독에 넣어 게장을 만들던 엄마의 추억...........   

물이 깨끗해서 추억에 잠겨 목욕을 하기로 했으며 비누와 큰 수건을 가지고 바위사이로 내려갔다. 계곡을 흐르는 물이라 서늘했지만 깨끗하여 맘놓고 물에 들어가서 조금 깊은 곳에서는 수영도 해보고 낮은 곳에서는 다슬기를 잡아보는 재미가 있었다.

웃긴 것은 나중에 사진을 보니 콧수염만 없었을 뿐 미치광이 히틀러를 닮은 내 얼굴이어서 웃음이 났다.     

큰 단도는 칼집에 넣어서 바로 손이 닿는 곳에 두고 목욕을 했으며 언제 어디서 곰이 나타날지 알 수 없으니 매사에 조심을 해야 한다. 늑대와 이리는 큰 개 정도니까 무기가 업어도 별 문제가 안되지만 곰은 치명적이어서 만나면 상황이 달라진다. 만약에 곰에게 사람이 해를 당하면 일대에 있는 곰을 모두 찾아내어 전멸시키는 벌을 주기 때문에 사람을 해치는 행동을 자제하지만 그래도 야생에서 살면 돌발적으로 사람을 공격하게 되어 있다. 

십 수년전 러시아에서 야생을 조사하던 일본인 생태학자가 총기를 소지하지 않고 붉은곰이 득시글한 곳에서 연구활동을 하다가 흉폭한 그리즐리 곰에게 습격을 당하여 산산히 찢겨 죽은 사건이 있었고 러시아 정부는 곧 헬리콥터를 이용해 그리즐리 곰을 모조리 찾아내어 36마리를 사살한 적이 있었다. 

바다에서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하며 수십마리 상어떼도 갈갈이 찢어버리는 범고래는 사람을 해치지 않는데 조상때부터 사람을 무서운 존재로 인식하는 유전자가 이어져 내려와서 그렇다.   

얼마를 가니 송어를 잡은 아버지와 아들이 있고 기념사진을 찎고 있었다.    

아저씨는 다른 때는 잡으면 모두 놓아주었는데 얘는 가져가겠다고 한다. 낚시만 던지면 마구 올라오는 곳이라서 아까와 할 것도 없다. 흐르는 물에서는 파리채와 비슷하고 연줄을 감는 얼레처럼 생긴 한국의 견지낚싯대가 좋은데 이곳에는 없으니 언제 하나 구해야겠다. 파리를 잡아서 미끼로 사용해 문산천에서 피라미를 잡던 손맛이 좋은 견지낚시의 추억....   

인터넷 연결이 안되어 전화도 불통이지만 산꼭대기에 어쩌다 안테나가 보이는 곳이면 전화 연결이 된다.    

매우 낡은 농장이 있어서 안으로 들어갔다.    

조상님들이 만들어 쓰던 축사는 지금도 소떼가 있고 사료를 쌓아두는 창고로 사용하며 저편 언덕에 길게 지은 축사는 어림짐작으로 1500 마리 쯤 기를 수 있는 곳이다.    

얼핏 보면 버려진 농가로 보이지만 천만의 말씀......   

후손은 조상님이 물려준 농장을 더욱 확장하여 개량된 농장을 경영하지만 그렇다고 옛날 것을 부수지 않는다.    

농장 안을 한바퀴 돌아보는데 옛것에는 사료를 쌓아서 사용하고 있었다.   

사냥개 비글이 낯선 방문객이 들어서니 연신 집어대지만 개는 적개심 없이 친절을 베풀면 금새 친해진다.    

길가에 있는 건물은 지금도 소떼가 거닐고 있으며 곧 무너질 것 같은 이 건물을 이들은 앞으로도 백년 이백년 수리해서 사용할 것으로 본다.     

미국서 저런 건물을 아직도 사용하냐고 의문을 품을 수 있으나 대륙의 시골에서는 흔히 볼 수 있다.     

낡은 쇠마차 위에 꽃밭을 만든 사람들........    

아주 작은 길이 보이기에 산골로 들어갔다.

이 농장은 소 몇마리와 당나귀를 기르고 있었고 아저씨는 사료를 만드느라 부지런히 움직인다.   

크지 않는 밭이지만 그가 평생을 살았을 이곳 골짜기에서 조상님의 대를 잇고 후손들도 그렇게 살아가는 웨스트 버지니아 시골 풍경이다.   

뉴욕의 아들을 만나기 위해 북으로 달리는데 길이 막히고 경찰차 소방차 구급차 등 약 20 대 넘게 마구 몰려왔다. 지나며 보니 경기용 모터사이클이 도로에 뒹굴었으며 운전자는 이미 실려가고 없었는데 낮게 엎드려 폼나게 달리면 잠시 기분이 좋을지 몰라도 저승으로 가는 지름길인 것을 왜 그리도 모르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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