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민지

2. 첫출근(1)

by 제임스 박

“문이 열립니다.”


문이 열리자 사람들은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빠르게 올라탔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과 어깨를 부딪히며 숨 쉬는 것조차 버거운 아침 출근길 지하철.
생기 없는 얼굴, 초점 없는 눈빛으로 모두들 휴대폰 화면에만 눈을 붙였다.


민지도 그 틈에 몸을 밀어 넣으며 속으로 되뇌었다.


‘이게 맞아…?’


똑같은 시간, 똑같은 풍경, 똑같은 표정.
매일 아침마다 겪게 될 이 순간이 어딘가 낯설었다.


이 한 칸의 지하철은 마치, 그녀가 살아가야 할 세상의 축소판 같았다.

누구 하나 온전히 제 자리를 찾지 못한 채 밀리고 부딪히며 그저 버티고 있을 뿐이었다.

민지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
오늘 하루, 그 속에서 어떻게든 나만의 자리를 찾아야 했다.




"오늘은 첫 날이니까 부담 가지지 마시고, 궁금한 거 있으면 편하게 말씀해주세요."
"네, 감사합니다."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를 안내 받았다.

건네 받은 공용 노트북을 켜자 비행기가 이륙하는 소리처럼 큰 팬 소리가 웅웅거렸다.
주변 팀원들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반응하지 않았다.


한동안 아무도 먼저 말을 걸지 않았다.
자리에 앉아 있었지만, 이 자리가 맞나 싶을 정도로 가시방석 같았다.


‘띠링’


처음으로 메신저 알림이 날아왔다. 바로 앞에 있던 선배였다.


“민지님, 오늘 처음이라서 팀 식사 나가려고 하는데 뭐 먹을까요?”
“저는 다 좋습니다.”
어색함을 눌러 담고 조심스레 답장을 했다.

하지만 한동안 대답이 없었다.

답장이 오지 않는 몇 분이 민지에게는 몇 시간처럼 길게 느껴졌다.

업무로 바쁜 걸까, 아니면 내 답장이 이상했던 걸까.


식사 시간이 거의 다 되어서야 답장을 받을 수 있었다.

"오늘 중국집 갈 거에요. 다같이 나가요."

"네, 알겠습니다."


12시를 10분 남기고 팀장님이 일어섰다. 자연스럽게 팀원들은 다같이 일어나 겉옷을 챙겼다.


"민지씨, 중국음식 괜찮아?"

"네, 팀장님."


어딘가 불편한 시선을 느꼈지만 기분 탓이라고 여겼다.




종종걸음으로 뒤따라 가는 동안 아무도 나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불편했지만 오히려 편하게 느껴졌다.


중국집은 회사 코 앞에 있었다. 팀원들은 익숙한 듯 자연스럽게 지하로 내려갔다.

누가 어디에 앉을지는 따로 말하지 않아도 정해진 듯 움직였다.


팀장을 상석에 앉히고 직급 순으로 양옆을 채웠다.

퍼즐 조각처럼 익숙하게 맞춰지는 자리 배치 속에 민지는 마지막 빈칸에 끼워졌다.


"주문 어떻게 드릴까요?"

"짜장 셋, 짬뽕 둘, 탕수육 하나요. 민지씨 짜장면 괜찮지? 여기 맛있어."

"아, 네네"


메뉴판을 펼칠 틈도 없이 주문이 끝났다. 민지에게는 선택권이 없었다.

그저 짧은 대답과 고개를 끄덕이며 물컵을 두손으로 감쌌다.


주문이 끝난 뒤에도 대화는 민지를 지나쳐 흘러갔다.

팀장과 선배들은 오늘 오전 회의와 어제 있었던 일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간간이 웃음이 터졌지만, 민지는 그 리듬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


"탕수육 먼저 드릴게요."


억양이 어색하게 들리는 점원이 접시를 놓고 갔다.

누구도 "드시죠" 같은 말을 하지 않았다. 민지는 조심스럽게 눈치를 보다가 조용히 하나 집어 접시에 올렸다.


겉은 바삭하고 먹음직스러웠지만, 한 입 깨무는 순간 속이 텅 비어 있었다.

소스의 단맛도, 고기의 식감도 없이 공허함만이 입 안을 채웠다.


민지는 그 조용한 공허함을 천천히 씹었다.

지금의 상황처럼, 겉은 그럴싸하지만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수,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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