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민지

3. 첫출근(2)

by 제임스 박


문을 열고 들어서자 카페 안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팀원들은 나란히 서서 똑같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각자 자리를 찾아 흩어졌다.

어느새 민지와 그 앞에 선 선배만 남았다.


“민지씨, 뭐 마실래요?”
“저는... 따뜻한 아메리카노요.”
“따뜻한 아메리카노요? 그냥 아이스로 통일하지.. 그럼 그거까지 같이 주문해줘요.”
“네? 아, 네네..”


민지는 말끝이 살짝 떨렸다.
선배는 민지를 한참 쳐다보다가 못마땅하다는 듯 고개를 돌리고 자리로 돌아갔다.
민지는 주문을 마치고 팀원들을 찾아 카페 안을 천천히 둘러봤다.

익숙하지 않은 얼굴들과 익숙하지 않은 조합이었다.
다행히 가장 안쪽 창가 근처에서 선배의 뒷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번엔 식사 때와는 다른 자리 배치였다.
팀장님은 가장 안쪽에 앉아 있었고 그의 옆자리가 텅 비어 있었다.
누가 앉을지 기다리는 듯한 빈 의자. 그 자리는 가장 중앙에 자리 잡고 있었다.


“앉아요, 민지씨.”

팀장님의 짧은 말에 민지는 작게 숨을 삼키며 자리에 앉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팀원들의 시선이 슬금슬금 모여 들었다.
민지를 유심히 관찰하는 듯한 눈빛이 은근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마치 신호라도 된 듯 누군가 입을 열었다.


“왜 그렇게 말이 없어요. 원래 좀 과묵한 편이에요?”
“아, 네... 낯을 좀 가려서요.”

“낯가리면 어떻게 회사생활 하려고요?”
“우리 부서는 커뮤니케이션이 생명이에요.”


어디서 웃어야 할지 애매한 농담 같은 말이 이어졌고, 민지는 애써 미소를 지었다.


“근데 몇 살이죠, 민지씨?”
“스물아홉이요.”

“오~ 생각보다 많네?”
“그럼 경력직 아니었어요?”
“아니, 신입으로 들어온 거잖아. 경력이라기엔 좀 애매하지 않나?”

말이 말 위에 겹쳤고, 웃음소리도 중간중간 섞여 나왔다.
민지는 소리없이 시선을 피했다.


“그럼 이전 회사는 왜 그만뒀어요?”
“회사에 무슨 문제 있었어요?”
“아니면 민지씨가 문제였나?”


그 말에 옆자리에 앉은 누군가가 킬킬 웃었다.
민지는 순간 말을 잃었고 입꼬리만 억지로 올렸다.


“그냥...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서요.”
“개인적인 사정이라~ 그게 뭔지는 말 못하는 거죠?”
“뭐, 다들 그런 이유 하나쯤은 있지”


그때, 타이밍 좋게 진동벨이 울렸다.
민지는 반사적으로 일어나려 했지만 선배가 고개를 저었다.


“제가 가져 올게요. 그냥 앉아 있어요.”


그 말에 다시 자리에 붙들린 민지는 얇은 블라우스 안으로 천천히 스며드는 땀을 느꼈다.
찰나의 순간, 모면할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렸다.


“남자친구는 있어요?”
“없어요.”
“왜요? 눈이 높은 거예요, 아니면 연애할 시간이 없었어요?”
“요즘은 커리어가 더 중요하긴 하지”
“아니 근데, 외로워 보이긴 한다. 민지씨 표정이.”


민지는 대답할 틈도 없이, 무슨 표정인지도 모른 채 웃었다.
그 웃음은 방어막이었고 동시에 무력함의 표식이기도 했다.


그 순간 선배가 음료를 들고 돌아왔다.

민지 앞에 놓인 따뜻한 아메리카노에서 조용히 김이 피어올랐다.


테이블 위엔 얼음이 부딪히는 소리만 또각또각 울렸다.

차가운 투명컵들 사이 한가운데에 놓인 하얀 종이컵 하나.

혼자만 따뜻함을 고집하는 듯, 다른 계절을 살고 있는 듯 했다.


뭐라고 대답해야 이 자리가 끝날까.
어른이 된 지금, 도망치고 싶다는 말은 여전히 어리숙한 걸까.

수,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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