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10 3화 시간의 비용

지연이 가격을 이기는 순간

by 박상훈

S10 3화 시간의 비용 — 지연이 가격을 이기는 순간


가격은 깎을 수 있다.

시간은 복리로 오른다.


하루가 늦으면

불안이 붙고,

기회가 멀어진다.


지연의 관점에서,

정의는 ‘기다림을 공평하게 줄이는 기술’이다.


이미 우리가 잘하는 것들이 있다.

재난문자는 빠르고,

기본 복구는 72시간 안에 세운다.


민원에도 기한이 붙는다.

이제 그 감각을

일상의 시간으로 넓힐 때다.


인허가의 시간,

계약의 시간,

공급망과 정보 변경의 시간.


첫째, 기한의 약속

“언제 답할지”를 미리 밝힌다.

작은 인허가와 경미한 변경엔

기한 안에 답이 없으면 임시 승인(혹은 사후 점검)과 같은

조용한 약속을 둔다.

무한한 기다림 대신

짧고 분명한 마감.


둘째, 기록의 약속

초안—이의—수정—봉인의 순서를

달력과 함께 연다.

무엇이 언제 바뀌고,

무엇은 바뀌지 않는지

한눈에 보이게 한다.

기록은 신뢰의 가장 얇은 포장지다.


셋째, 되돌림의 약속

되돌릴 수 있는 건 시범으로,

되돌릴 수 없는 건 근거를 두텁게.

철회 조건은 미리 적어둔다.

문장 몇 줄이

긴 분쟁을 막는다.


시간은 미리 마련해 둔다.

- 전력·물류·클라우드의 작은 여분,

- 예비 공급자,

- 며칠치 예비 부품과 현금.

평시에 여유로 보이는 것들이

위기엔 숨통이 된다.


계약에도 시간을 담는다.

“하루 늦으면 ○%,

일주일을 넘기면 대체 경로를 연다.”

서로 놀라지 않기 위한

한 줄의 예의.


말의 속도도 중요하다.

소문이 번지기 전에

세 문장으로 먼저 말한다.

- 지금 어디까지 왔는지,

- 언제까지 복구되는지,

- 그동안 어떤 길을 쓰면 되는지.

같은 말을, 같은 뜻으로, 여러 곳에.

순서를 정한다.


전력·교통·창구의 회복을

약한 곳부터, 가까운 곳부터.

시간의 혜택이 먼저 닿아야 할 자리를

앞에 둔다.


그게 우리가 말하는 공정이다.

그리고 장부를 고친다.

장부에는

도입비와 운영비 옆에

지연의 값,

반동의 손실,

‘안 바꾸는 비용’을 함께 적는다.


시간의 비용이 숫자가 되는 순간,

말은 줄고

길이 보인다.


우리는 속도를

미덕이 아니라 설계로 만들어야 한다.


시간을 아끼려면

미리 써야 할 돈이 있고,

그 돈이 모두의 시간을 산다.


지연의 관점에서,

정의는 ‘기다림을 공평하게 줄이는 기술’이다.

그 시간을 먼저 필요한 이에게

조용히 나누어 주는 일이다.



다음 편 예고

정보의 비용 — 해석이 정책의 값을 바꾸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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