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10 4화 정보의 비용

해석이 정책의 값을 바꾸는 순간

by 박상훈

S10 4화 정보의 비용 — 해석이 정책의 값을 바꾸는 순간


정책은

숫자로 쓰이지만

사람에게 닿을 때 비로소 문장이 된다.


아침, 동주민센터 게시판 앞.

돋보기를 꺼내든 어르신의 손이 잠시 멈춘다.

그 옆에 그림 한 장이 있었다면,

오늘 하루가 조금 덜 낯설었을 것이다.


우리는 이미 많은 것을 하고 있다.

행정예고가 올라오고, 보도자료가 신속하다.

이제 남은 일은

읽히게 하는 일.

누가 읽더라도 자기 일처럼 알아듣게 하는 일이다.


한 장의 배려

긴 공고문 옆에 한 장의 안내를 붙인다.

무엇이 달라지는지,

언제부터인지,

누구에게 먼저 닿는지.

글이 어려운 날엔, 도형과 예시가 대신 말하게 한다.


나의 자리에서 보는 창

정책은 평균이 아니라 각자의 삶에 도착한다.

영수증처럼 간단한 계산으로

내 요금, 내 세금, 내 절차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미리 보여준다.

대략의 예상이라도 있다면, 사람은 대비할 수 있다.


고친 곳을 숨기지 않는 용기

문장의 어디가 바뀌었는지 밑줄을 긋고,

왜 손을 댔는지 여백에 적는다.

어제의 문서는 지우지 않는다.

역사가 남을 때,

마음은 덜 흔들린다.


여러 목소리의 사전

전문가에게는 조문을,

현장에는 절차를,

아이 돌보는 부모에겐 한 장 안내를,

이주노동자에겐 익숙한 언어를.

같은 뜻을 다른 높이로 누인다.

읽히면,

움직임이 생긴다.


먼저 닿아야 하는 곳

소상공인, 돌봄 현장, 변두리의 가게들.

문자와 우편,

작은 설명회로 먼저 찾아간다.

질문을 모아 기한 안에 답하고,

그 대화를 함께 공개한다.

정의는 중심이 아니라 가장자리에서부터 시작된다.


멈출 수 있는 문장

뜻밖의 결과가 커질 때는

어디서 잠시 멈추고 어떻게 되돌릴지

미리 써 둔다.

짧은 예고가 긴 다툼을 대신한다.


그리고, 장부를 고친다.

장부에는

도입비와 운영비 옆에

설명하지 않아 생긴 손실,

늦은 안내로 늘어난 발걸음,

정보의 차이에서 생긴 가격의 틈을 적는다.


숫자가 붙으면,

다음엔 줄일 수 있다.


좋은 정책은 도면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범례와 각주, 사람의 언어가 있어야

길이 보인다.


설명이 사람을 존중하는 순간,

정책은 향기를 얻는다.

말이 남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남는다.


다음 편 예고

규칙의 청구서 — 표준·특허·약관을 바꿀 때 내는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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