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화. 일본에는 왜 유니콘 기업이 없나

대기업 중심 사회의 혁신 한계

by 박상훈

22화. 일본에는 왜 유니콘 기업이 없나

― 대기업 중심 사회의 혁신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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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은 있는데 왜 유니콘이 없을까?


2025년 도쿄 시부야.

IT 벤처들이 모여있다는 '비트밸리'를 걸으며

한 젊은 엔지니어가 중얼거린다.


"실리콘밸리 가고 싶다..."


일본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자랑한다.

하지만 그 기술을 혁신적 비즈니스로 연결하는

생태계는 여전히 취약하다.


2025년 현재 일본의 유니콘 기업은 단 7개.

미국 665개, 중국 312개는 물론

한국 14개보다도 적다.


왜 일본에서는 혁신이 꽃피지 못할까?


숫자로 보는 참담한 현실 - 절대 부족한 유니콘 기업들


일본의 대표적 유니콘 기업을 꼽아보면

프리(회계소프트웨어), 스마트뉴스(뉴스앱),

머니포워드(핀테크) 정도다.


하지만 글로벌 영향력 측면에서는 제한적이다.

대부분이 일본 시장에만 특화되어 있고

해외 진출 성공 사례는 손에 꼽는다.


2024년 일본의 창업률은 5.1%로

OECD 평균 10.2%의 절반 수준이다.

20-30대 창업률은 2.8%에 불과하다.


더 심각한 것은 젊은이들의 의식이다.

2024년 대학생 78%가

"창업보다 안정적 취업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2015년 73%보다 오히려 증가한 수치다.


미성숙한 벤처캐피털


2024년 일본의 VC 투자 규모는 8,200억 엔으로

GDP 대비 0.13% 수준이다.


미국 2.1%, 중국 0.8%, 한국 0.4%와 비교해도 현저히 낮다.

특히 초기 단계 투자는 전체의 32%에 그쳐

미국의 65%와 큰 차이를 보인다.


구조적 문제들: 왜 혁신이 어려운가


일본 취업 시장은 여전히 대기업 정규직을

최고로 여기는 문화가 지배적이다.


2025년 도쿄대 졸업생 67%가 대기업에 취업하며

창업을 선택하는 비율은 2.1%에 불과하다.


종신고용제와 연공서열제라는 '일본적 경영'은

안정성을 제공했지만 혁신과 도전 정신을

억제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한 번 실패하면 끝"이라는 인식이 강해

재도전이 어려운 구조다.


보수적인 금융 시스템


일본 은행들은 여전히 담보와 보증을 중시하는

전통적 대출 관행을 고수한다.


2024년 기준 스타트업 대상 무담보 대출 비율은 14%로

미국 78%, 한국 45%와 큰 차이다.


개인투자자(엔젤) 문화도 미약하다.

2024년 엔젤 투자 규모는 280억 엔으로

전체 VC 투자의 3.4%에 그친다.


정부 노력의 한계 - J-Startup의 아쉬운 성과


2018년 시작된 J-Startup 프로그램은

유망 스타트업 500개를 선정해 집중 지원한다.

2025년 현재 192개 기업이 선정되어

총 3,400억 엔의 투자를 받았다.


하지만 실제 글로벌 성공 사례는 제한적이다.

대부분이 국내 시장에 머물러 있으며

해외 진출 성공 기업은 12%에 불과하다.


3,800여 개의 대학발 벤처가 있지만

매출 10억 엔 이상 기업은 23개뿐이다.

기술은 뛰어나지만 사업화 능력이 부족하다.


성공 사례와 그 의미


- 메르카리: 일본적 성공의 한계


중고거래 앱 메르카리는 2013년 창업 후

빠른 성장을 이루며 2018년 상장했다.

2025년 기업가치는 8,500억 엔에 달한다.


하지만 미국 진출은 2021년 철수했고

현재는 일본 시장에만 집중하고 있다.

글로벌 확장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사례다.


- 프리: SaaS 모델의 혁신


회계소프트웨어 프리는 클라우드 기반 SaaS로

일본 회계 시장을 혁신했다.


2025년 현재 유료 기업 40만 개를 보유하며

아시아 진출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여전히 일본 특화 서비스 성격이 강해

글로벌 표준화에는 과제가 남아있다.


문화적 요인들 - 실패에 대한 가혹한 시선


일본 사회는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문화가 강하다.


2024년 조사에서 창업 실패 경험자 73%가

"재취업이 어려웠다"고 답했다.

미국 32%, 한국 54%와 비교해도 높은 수치다.


2024년 개인투자자 조사에서 67%가

"안전한 투자만 선호한다"고 답했다.

이런 성향은 개인의 엔젤 투자 참여를 막고

초기 스타트업의 자금 조달을 어렵게 만든다.


글로벌 경쟁에서의 뒤처짐 - 4차 산업혁명 기술의 부재


AI, 블록체인, IoT 등 신기술 분야에서

일본 스타트업의 존재감은 미약하다.


2025년 글로벌 AI 스타트업 상위 100개 중

일본 기업은 2개뿐이다.


B2C 플랫폼 분야에서는 거의 전멸 상태다.

소셜미디어, 이커머스, 온라인 서비스에서

중국과 미국 기업이 일본 시장을 장악했다.


인재 유출과 네트워크 부족


우수한 일본 인재들이 해외로 유출되고 있다.

2024년 MIT와 스탠포드 박사 졸업자 중

78%가 현지에 남거나 다른 국가로 이주했다.


언어 장벽과 내향적 문화로 인해

국제적 협력과 투자 유치도 어렵다.


제도적 개선의 필요성 - 규제와 관료주의의 벽


복잡한 규제와 행정 절차도 걸림돌이다.

법인 설립은 11일이면 되지만

각종 인허가는 평균 87일이 걸린다.


핀테크, 헬스케어, 모빌리티 등

규제가 많은 분야에서는 창업 자체가 어렵다.

'샌드박스' 제도를 도입했지만 활용도는 낮다.


교육 시스템의 변화 필요


일본 교육은 여전히 '정답 찾기'에 집중되어

창의성과 도전 정신을 기르기 어렵다.


2024년 도입된 '기업가정신 과목'도

대부분 이론 중심이다.


미래를 향한 과제


스톡옵션 제도 개선, 엔젤 투자 세제 혜택,

규제 샌드박스의 실질 운영 등

제도적 뒷받침이 시급하다.


실패한 창업가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과

재기 지원 시스템 구축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글로벌 관점에서

처음부터 세계 시장을 겨냥한

스타트업 육성이 중요하다.


일본의 스타트업 생태계 부재는

기술력만으로는 미래 경쟁력을 보장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혁신을 뒷받침하는 사회적 토양,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

위험을 감수하는 정신이 더 중요하다.


일본은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혁신으로 연결하는 생태계는

아직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것이 '기술 대국'의 아이러니다.


오늘의 교훈


기술력만으로는 혁신 생태계를 만들 수 없다.


일본의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뛰어난 기술 역량을 가져도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와 위험을 감수하는 정신,

그리고 혁신을 뒷받침하는 사회적 토양이 없으면

진정한 혁신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도 기술 개발에만 집중하기보다는

창업하기 쉬운 환경,

실패해도 재기할 수 있는 시스템,

그리고 도전을 장려하는 사회 문화를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다음 화 예고


23화에서는 교육 개혁의 좌절 – 변화를 거부하는 시스템을 다룹니다.

일본의 교육 제도가 창의성과 혁신적 사고를 억제하는 구조와

교육 개혁 시도들이 번번이 실패하는 이유들을

분석합니다.


[일본 : 잃어버린 미래가 남긴 구조적 경고]

3부 22화. 일본에는 왜 유니콘 기업이 없나 – 대기업 중심 사회의 혁신 한계

(이 글은 일본 경제산업성 2024년 스타트업 생태계 보고서, 내각부 2025년 벤처투자 동향, 중소벤처기업부 2024년 창업생태계 연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2025년 혁신기업 분석 등을 종합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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