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 임금 구조의 완성
11화. 동일노동 동일임금, 여성 임금이 남성의 95%인 이유
― 성평등 임금 구조의 완성
한국 여성 70.7%, 남성 100.
2023년 OECD가 발표한 한국의 성별 임금 격차는 29.3%였다.
OECD 38개국 중 압도적 1위.
평균 11.3%의 2.6배 수준이다.
28년째 부동의 1위를 기록 중이다.
같은 해 스웨덴의 성별 임금 격차는 9.9%였다.
여성이 남성 임금의 90.1%를 받는다.
한국과 20%포인트 차이다.
한국 여성은 남성과 같은 일을 해도 30만 원을 덜 받는다.
스웨덴 여성은 같은 일을 하면 거의 같은 금액을 받는다.
무엇이 이 차이를 만들었을까?
투명성의 부재
"동료가 얼마 받는지 아십니까?"
한국의 직장인 1,000명에게 물었다.
92%가 "모른다"고 답했다.
임금은 비밀이다.
회사는 급여 정보 유출을 금지한다.
"임금 정보 유출 시 징계"라는 사내 규정이 일반적이다.
동료와 임금 이야기를 나누는 것 자체가 터부다.
스웨덴은 정반대다.
스웨덴 직장인 1,000명에게 같은 질문을 했다.
73%가 "대략 안다"고 답했다.
스웨덴 기업들은 임금을 숨기지 않는다.
10인 이상 기업은 연 1회 임금 분석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남녀 임금을 비교하고, 같은 직급과 직무의 임금 격차를 분석한다.
5% 이상 차이가 나면 즉시 시정 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100인 이상 기업은 더 엄격하다.
직급별, 직무별 남녀 평균 임금을 공개하고
노조와 공유해야 한다.
2027년부터는 250인 이상 기업이 정부에 직접 보고한다(EU 지침).
투명성이 격차를 줄인다.
스웨덴이 증명한 원칙이다.
법이 실제로 작동하는가
한국도 남녀고용평등법이 있다.
"사업주는 동일한 사업 내의 동일 가치 노동에 대하여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조항만 보면 스웨덴과 다를 게 없다.
그런데 현실은 전혀 다르다.
2024년 고용노동부 근로감독 결과를 보면,
동일노동 동일임금 위반 적발 건수는 연 23건이었다.
한국에 300인 이상 기업만 5,000개가 넘는데 말이다.
왜 적발이 안 될까?
임금 정보가 비공개라 증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평가 결과가 다르다",
"근무 태도가 다르다",
"장기 근속 가능성이 다르다"는 변명 앞에서
법은 무력하다.
스웨덴 차별금지법(Diskrimineringslagen)은 명확하다.
"같은 일 또는 동등한 가치의 일을 하는 경우,
성별을 이유로 임금 차이를 둘 수 없다."
2024년 스톡홀름 지방법원 판례가
이 법의 실체를 보여준다.
한 여성 직원이 남성 동료보다 15% 낮은 임금을 받았다.
그녀는 차별금지청(DO)에 제소했고, 기업은 패소했다.
판결은 명확했다.
"차액 5년 치와 손해배상을 함께 지급하라."
총 약 2억 원이었다.
2023년 스웨덴에서 동일노동 동일임금 위반으로
기업이 처벌받은 사례는 127건이었다.
한국보다 5배 이상 많다.
법이 실제로 작동한다는 증거다.
육아휴직이 임금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한국개발연구원(KDI) 2025년 연구는 충격적이었다.
"집안 배경, 대학, 전공이 같아도 여성의 임금 성장률이 남성보다 9% 낮다."
가장 큰 이유는 출산이었다.
출산 전에는 남녀 임금 격차가 작다.
출산 후에는 여성 임금 성장이 멈춘다.
남성 임금은 계속 상승한다.
이것이 출산 패널티다.
2024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육아휴직 후 복귀한 여성 중 67%가 "임금이 동결되거나 감소했다"고 답했다.
법적으로는 불이익 금지 조항이 있지만 실효성이 없다.
스웨덴은 다르다.
스웨덴 연구(2024)가 출산 후 여성 임금 변화를 추적한 결과,
단기적으로 약간 감소하지만(육아휴직 기간)
장기적으로는 출산 전 수준으로 완전히 회복되었다.
왜 가능한가?
스웨덴 고용보호법은 명확하다.
육아휴직 중인 직원에게도 정기 임금 인상을 적용해야 한다.
평가에서 제외할 수 없다.
승진 대상에서도 동일하게 취급해야 한다.
육아휴직이 권리이지 불이익이 아니다.
법이 그렇게 말하고,
실제로 그렇게 작동한다.
시간제가 비정규직이 아니다
한국에서 시간제 근무는 비정규직을 의미한다.
2024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시간제 근무자의 시간당 임금은 정규직의 76% 수준이었다.
같은 일을 해도 시간당 임금이 25% 낮다.
복지도 없고, 승진도 없고, 고용도 불안정하다.
그러니 여성들이 시간제를 선택하지 못한다.
결국 일을 그만둔다.
스웨덴의 원칙은 명확하다.
시간제든 정규직이든 시간당 임금은 같아야 한다.
일한 시간만큼 정확히 받는다.
2023년 스웨덴 노동중재위원회 통계를 보면,
시간제 근무자의 시간당 임금은 정규직의 98% 수준이었다.
2%의 차이는 경력 연차 차이로 설명된다.
시간제로 일해도 정규직 지위를 유지한다.
승진 기회도 동일하다.
연금, 휴가, 복지 모두 시간 비율만큼 받는다.
스웨덴 여성의 40%가 시간제로 일한다.
한국 여성의 15%만이 시간제로 일한다.
차이는 무엇인가?
스웨덴에서는 시간제가 선택이다.
한국에서는 시간제가 포기다.
남성이 육아하면 여성 임금이 오른다
스웨덴 룬드대학교 2023년 연구는 흥미로운 발견을 했다.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이 높은 기업일수록
여성 임금도 높다는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왜 그럴까?
첫째, "여성 = 육아휴직 갈 사람"이라는 편견이 생기지 않는다.
남성도 간다.
둘째, "시간제 = 비정규직"이라는 차별이 작동하지 않는다.
남성도 시간제 근무를 한다.
셋째, "여성만 아이 때문에 일을 못 한다"는 편견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남성도 아이가 아프면 쉰다(VAB, 자녀간병휴가).
스웨덴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은 90% 이상이다(2025).
아빠 90일 할당제가 만들어낸 결과다.
한국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은
36.4%(2025년 상반기)로 역대 최고치다.
하지만 여전히 대기업과 공공기관에 집중되어 있다.
중소기업에서는 여전히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남성이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여성에 대한 차별이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이것이 스웨덴이 증명한 또 하나의 원칙이다.
노조가 임금을 지킨다
스웨덴 노조 가입률은 67%(2025).
거의 모든 직장인이 노조원이다.
노조는 임금 협상에 적극 개입한다.
특히 여성 임금 격차 문제에 매우 민감하다.
2023년 스웨덴 노동중재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노조가 개입한 임금 협상 중 23%가 성별 임금 격차 시정 요구였다.
그중 87%가 임금 인상으로 해결되었다.
한국 노조 가입률은 14%(2024)로 OECD 최하위권이다.
노조가 있어도 주로 정규직 남성 중심이다.
비정규직 여성은 배제되어 있다.
2024년 한국 노조가 여성 임금 격차 문제로 협상한 사례는
전체의 2%에 불과했다.
노조가 약하면 여성 임금도 낮다.
스웨덴도 완벽하지 않다
스웨덴의 성별 임금 격차는 9.9%.
한국보다 훨씬 작지만 여전히 존재한다.
왜 격차가 남아있는가?
첫째, 직종 분리 현상이다.
여성은 돌봄·교육 직종에 집중되어 있고,
남성은 IT·공학 직종에 집중되어 있다.
직종 간 임금 격차가 존재한다.
둘째, 관리직 비율 차이다.
스웨덴 관리직 중 여성은 40%.
한국 20%보다 높지만 여전히 남성이 더 많다.
셋째, 시간제 근무 비율이다.
여성의 40%가 시간제 근무를 하지만 남성은 15%만 한다.
시간제 근무 비율이 높으면 전체 임금이 낮아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웨덴은 격차를 계속 줄여가고 있다.
2012년 격차 15.1%에서 2023년 9.9%로
11년간 5.2%포인트 감소했다.
한국은 같은 기간 거의 변화가 없었다.
2012년 36.6%, 2023년 29.3%.
7.3%포인트 감소했지만 여전히 OECD 1위다.
오늘의 교훈
한국 여성 70.7%, 스웨덴 여성 90.1%.
이 20%포인트 차이는 문화가 아니라 시스템이 만든 것이다.
스웨덴이 증명했다.
임금 정보를 공개하고,
육아휴직을 권리로 보장하고,
시간제를 정규직으로 인정하고,
남성이 육아에 참여하면 임금 격차는 줄어든다.
한국은 법은 있지만 투명성이 없다.
육아휴직은 있지만 불이익이 따른다.
시간제는 있지만 비정규직이다.
남성 육아휴직은 증가했지만 여전히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법만 있고 집행력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스웨덴이 50년에 걸쳐 만든 시스템을 한국도 만들 수 있다.
시작하지 않는 것이 문제다.
정확히는 시늉만 내고 있는 것이 문제다.
법이 실제로 작동하게 만들면 된다.
그것이 전부다.
다음 화 예고
"경력단절이 사라진 나라는 어떻게 가능한가?"
스웨덴 여성 고용률 81.2%, 출산율 1.43명.
둘 다 OECD 최상위권이다.
어떻게 가능한 걸까?
비밀은 유연근무 시스템에 있다.
재택근무, 시간제, 탄력근무.
모두가 법적 권리로 보장되어 있다.
회사가 거부하면 불법이다.
12화에서는 스웨덴 유연근무 시스템을 파헤쳐봅니다.
어떻게 회사는 정상적으로 돌아가는데 직원은 유연하게 일할 수 있는지.
한국과 무엇이 근본적으로 다른지 알아봅니다.
[스웨덴 : 아이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나라]
시스템의 완성
2부 3화. 동일노동 동일임금, 여성 임금이 남성의 95%인 이유
(이 글은 스웨덴 차별금지법(Diskrimineringslagen), 스웨덴 차별금지청(DO) 2024년 판례, 스웨덴 노동중재위원회 2023년 임금 통계, OECD 2023년 성별 임금격차 보고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2025년 성별 임금격차 분석, KDI 2025년 임금 성장률 연구, 통계청 2024년 노조가입률 통계, 스웨덴 통계청(SCB) 2023년 임금 보고서, 고용노동부 2024년 근로감독 결과 등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