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불완전

여름의 잔향-배드민턴

by 윤담

운동장은 해가 한가운데 걸린 채,
열기로 가득했다.
철망 너머로 들려오는 매미소리가
공중에서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바람은 거의 없었고,
공기의 결은 눅눅했다.

여자는 흰 티셔츠에 짧은 청반바지를 입고 있었다.
땀에 젖은 머리카락이 뺨에 달라붙었다.
그녀의 손목엔 얇은 고무밴드가 걸려 있었고,
그 밴드가 라켓을 휘두를 때마다 작게 흔들렸다.

남자는 낡은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신발 바닥은 닳아 있었고,
셔츠는 팔꿈치 부분이 약간 해져 있었다.
그는 라켓을 어깨에 걸친 채 말했다.
“너, 예전보다 약해졌네.”

여자는 숨을 고르며 웃었다.
“너는 여전히 말이 많고.”
그 말이 끝나자, 셔틀콕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햇빛을 받아 하얗게 번진 공은
한순간 멈춘 듯하다가
가볍게 남자의 라켓으로 향했다.

탁,
짧은 소리가 여름 공기 속을 뚫었다.
공이 오가며 그들 사이에 미묘한 리듬이 생겼다.
숨소리와 공의 궤적, 그리고
라켓이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한 장면처럼 이어졌다.

그러다 여자가 셔틀콕을 놓쳤다.
공이 바닥에 떨어지며
짧은 그림자를 만들었다.
그녀는 허리를 숙여 셔틀콕을 주우며 말했다.
“우린 왜 이렇게 자주 겨루는 걸까.”

남자는 이마의 땀을 닦았다.
“글쎄, 아마 서로 안 지려고 해서겠지.”
그 말에 여자가 고개를 들었다.
“그게 꼭 사랑 같네.”

남자는 잠시 라켓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손목에 걸었다.
“사랑은 이런 경기처럼 끝나면 점수라도 남지.”
그녀는 한참 그 얼굴을 보다
다시 셔틀콕을 높이 던졌다.

공이 햇빛 속을 가르며 떠올랐다.
두 사람의 시선이 그 하얀 점을 좇았다.
바람 한 줄기가 불었다.
그녀가 작게 말했다.
“그래도, 이건 계속하고 싶다.”

남자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대신 한 발 물러서며 공을 받았다.
탁,
이번엔 소리가 조금 부드러웠다.
그들은 계속 쳤다.
지지 않으려는 싸움이 아니라,
놓치고 싶지 않은 리듬이었다.

해가 기울기 시작하자
운동장 한쪽 철망이 금빛으로 물들었다.
남자가 마지막 셔틀콕을 받아냈다.
“이겼다.”
그녀가 미소를 지었다.
“졌네.”
그녀의 웃음 속엔 이상한 안도감이 있었다.

그녀는 셔틀콕을 주워 주머니에 넣었다.
둘은 나란히 걷기 시작했다.
서로 말은 없었지만,
손끝엔 아직 열기가 남아 있었다.

멀리서 아이들이 웃으며 공놀이를 했다.
그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여름의 오후는 그렇게,
둘 사이를 천천히 지나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