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잃어버린 중력
세상은 언제나 약간 기울어 있다.
그 기울기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몸은 그것을 기억한다.
걸을 때마다 중심이 미세하게 한쪽으로 쏠리고,
생각은 자꾸 같은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건 무언가가 사라진 자리에서 남은 힘이다.
중력은 질량이 없는 곳에서도 잠시 머문다.
사람이 떠난 뒤에도, 그 사람이 남긴 공간은
한동안 제자리를 잃지 못한다.
당신이 사라진 날, 공기가 달라졌다.
그날 이후로 방 안의 모든 사물은
아주 조금씩 기울어 있었다.
컵은 테이블 가장자리 쪽으로,
의자는 문을 향해 천천히 돌아가 있었다.
누구도 손대지 않았는데,
모든 것이 조금씩 당신이 있던 쪽으로 기울었다.
나는 그 변화를 처음엔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저 어느 날 문득, 세상이 아주 미세하게
한쪽으로 내려앉아 있다는 걸 느꼈다.
중력은 언제나 남는다.
별이 폭발해 사라져도,
그 별의 중력은 잠시 더 그 자리를 지킨다.
사람도 그렇다.
당신이 사라진 후에도, 나는 여전히 그 궤도를 돈다.
어쩌면 내 하루는,
당신이 있던 중력장 속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궤도일지도 모른다.
시간은 흘러가지만, 공간은 완전히 정리되지 않는다.
그건 비극이 아니라, 질서다.
존재는 사라져도, 그 질량의 흔적은
오래도록 세계를 휘게 만든다.
사람이 죽으면 질량이 줄어든다.
몸에서 빠져나간 온기와 수분이 공기 속으로 흩어지면서,
그 자리는 조금 가벼워진다.
그러나 가벼워진 만큼의 무게가
주변의 모든 것으로 옮겨간다.
나는 그 법칙을 믿는다.
당신이 사라진 만큼,
세상이 조금 더 무거워졌다.
나는 그 무게를 나눠 들고 하루를 산다.
이따금 당신의 이름을 떠올릴 때면
공기가 아주 잠시 묵직해진다.
그건 기억이 아니라, 힘이다.
소리 없는 중력이 내 어깨를 눌러
잠시 숨을 멈추게 만든다.
나는 그때마다 안다.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세계의 구조를 바꿔버린 힘이라는 것을.
당신이 남긴 기울기가 아직 내 안에 있다.
나는 그 곡률 속에서 하루를 걷는다.
시간이 지나면, 모든 중력은 희미해진다.
거리가 멀어질수록 끌림은 약해지고,
세계는 서서히 평형을 되찾는다.
그러나 완전히 0으로 돌아가지는 않는다.
어딘가 아주 깊은 곳에서
여전히 그 끌림은 미약하게 남아 있다.
그 미세한 잔류가
우리의 기억과 세계를 붙들고 있다.
나는 그 힘을 따라 걸으며,
당신이 있던 방향으로 고개를 든다.
밤하늘의 별빛이 내 눈에 닿을 때,
그 빛은 이미 오래전에 사라진 별에서 온 것이다.
존재는 사라져도, 영향은 남는다.
그 사실을 알고 나서야
나는 당신을 완전히 잃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
빛이 사라진 자리에 남는 힘,
그게 중력이다.
그 힘이 없다면 세계는 흩어질 것이다.
그러니 당신의 부재는 결핍이 아니라
세상을 여전히 묶어두는 남은 질량이다.
나는 이제 그 끌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건 슬픔이 아니라 방향이다.
당신이 있던 자리로 기울어진 세계 속에서
나는 매일 균형을 잡으며 산다.
이제 그 기울기가 나의 평형이 되었다.
중력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그건 사랑의 법칙과 같다.
사람이 떠난 뒤에도,
그가 남긴 곡률 속에서
누군가는 여전히 걸음을 잃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