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말아야 할 것들

여름이라는 계절의 잔향을 추적하며

by 윤담

여름이라는 계절의 잔향은 대체 무엇일까.
나는 때때로 그 질문을 떠올린다.
뜨겁고 가까우며,
손을 뻗으면 금방이라도 닿을 것 같은 온도와,
멀어진 뒤에도 오래 남아 있는 향기 같은 것들.

여름은 늘 그런 방식으로 남았다.
계절이 아니라
관계의 한 형식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여름 같은 순간들이 있다.
햇빛처럼 빠르게 가까워지고,
습기처럼 천천히 스며들고,
밤공기처럼 갑자기 멀어지기도 하는 관계.
나는 그것을 여러 장면 속에서 보고,
그 장면들을 글로 꺼내오며
그 모든 결을 ‘여름의 잔향’으로 묶어왔다.

마흔이 넘어 아이가 셋 생기고,
옆에서 함께 걸어가는 사람이 생겼어도
어떤 감정은 오래된 여름처럼
기억의 저편에서 아련하게 남아 있다.
그것은 미련이 아니라
한때의 나였던 순간의 온도에 가깝다.

여름은 지나가도
빛과 향기는 남아
어디선가 조용히 흐르고 있다.
기억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그 기억 속에서
나의 불완전함을 자주 본다.
젊었을 때의 불안,
상대에게 닿고 싶어 하던 마음,
그러나 닿지 못해
그저 맴돌다가 사라지는 움직임들.
그 움직임은 늘 여름 끝자락의 바람과 닮아 있었다.

불완전함은 무너짐이 아니라
닿고자 하는 마음의 형태였다는 것을
나는 나이가 들고 나서야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이해받고 싶어 노력하는 존재가
상대에게 닿았을 때
그 온도는 깊게 스며들었다.
닿지 못했을 때는
미묘한 허전함의 기류가 남았다.
그 허전함이 바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미련’이라는 감정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미련마저
나는 이제 조금 다르게 바라본다.
남겨진 감정이 아니라
사람이 사람에게 가까워지기 위해 사용했던 마음의 흔적처럼 느껴진다.
투명하게 불완전한 존재가
어떤 방식으로 세계를 향해 손을 뻗었는지
그 흔적이 미련의 형태로 남는 것이다.

여름의 잔향은 그래서
아련함만으로 환원되지 않는다.
그 안에는
‘한때의 나’와 ‘그때의 너’가
어떻게 서로를 바라보고,
어떻게 다가가고,
어떻게 닿지 못하고,
어떻게 다시 흩어졌는지가
조용하게 겹쳐져 있다.

나는 글을 쓰며 그 장면들을 다시 건드린다.
손끝에 닿지 않는 잔향을
조금 느리게 어루만지는 일처럼.
지금은 손에 잡히지 않지만
한때 분명히 존재했던 온기의 윤곽들을.

투명하게 불완전한 존재가
그 계절 속에서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놓치고,
무엇을 남겼는지
글은 그걸 천천히 드러낸다.

여름이라는 계절이 남기고 간 잔향은
결국
사람 사이에서 스쳐 지나간
수많은 감정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그 감정이
내 삶에서 버티고 있는 이유는
아련함 때문만이 아니라
그때의 불완전함도, 지금의 나도,
모두 같은 사람이었다는 확인 때문일 것이다.

나는 여전히 불완전하고
아직도 이해받고 싶어 하며
가끔은 닿지 못해 흔들리기도 한다.
그 모든 모습이
여름처럼 잠시 뜨겁고 오래 아련하다.

그래서 나는 그 계절을 잊지 않으려 한다.
여름의 잔향 속에 남아 있는
불완전한 나의 얼굴을
한 번 더 조용히 바라보고자 한다.

그것이
내가 살아온 시간에 대한
가장 투명한 방식의 회상이라고 믿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