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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회 축전의 글

by 윤담

100회 축전의 글

백 번의 별이 조용히 떠올랐고
저는 그 사이에서 오랫동안 행복했습니다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틈에서
제 마음도 함께 켜졌다가
다시 천천히 가라앉는 순간들을 건너왔습니다

백 개의 글을 지나오니
어떤 문장은 손끝에서 자연히 흘러나왔고
어떤 생각은 여전히 말이 되지 못한 채
미세한 잔열로만 남아 있었습니다
그 잔열을 바라보는 일 자체가
저를 오래 붙들어주었습니다

그러나 몇 가지 주제로 글을 이어가던 어느 날
예전보다 빛나지 않는 문장들의 표면을
조용히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마치 깊은 광맥을 오래 파내려가다
점점 흐려지는 금맥을 마주한 사람처럼
이제는 잠시 호흡을 가다듬어야 한다는 생각에 닿았습니다
생각의 속도가 문장의 속도를 앞질러
빛은 흐려지고 결은 얇아졌습니다
그 흐림을 인정하는 순간
멈춤이 필요하다는 작은 신호가
내면에서 묵묵히 울리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잠시 쉬어가려 합니다
폭발적으로 글을 쏟아내던 시절과는 조금 멀어지겠지만
간간히 마음에 작은 진동이 일어날 때
그때의 빛을 조용히 내려두려 합니다

무엇보다 지금은
바라보고 싶습니다
제가 쓴 글이라기보다
저를 지나가며 형성된 층위들,
그 속에서 아직도 살아 숨 쉬며 울리는 철학의 결들을
한 줄씩 더듬어보는 시간이
얼마나 은은한 기쁨인지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아서

읽어준 당신께 고마움을 남기며
저는 잠시 저편으로 걸어가려 합니다
백 개의 별이 이미 떠올랐고
그 잔향 속에서
저는 오래도록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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