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이세계

임사의 도시

by 윤담

도시의 구석에서 숨을 참고 있으면
의식이 아래로 떨어지는 감각이 찾아온다.
몸은 벽에 기대 선 채 그대로인데,
생각만이 중력을 얻어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가라앉는다.
이것은 상상이나 비유가 아니라
몸이 먼저 알아차리는 낙하다.
도시는 여전히 투명한데,
나만 혼자 더 깊은 층으로 내려가는 느낌.
숨을 참는다는 단순한 행위가
삶과 죽음 사이의 경계를 잠시 열어젖힌다.
그 감각은 공포와 닮아 있지만
공포로만 설명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 끝에는 이상하리만큼 선명한 안도가 있다.
더 이상 버티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
지금까지 붙잡고 있던 모든 긴장이
쓸모없어졌다는 깨달음.
의식이 바닥에 닿는 순간,
사람은 처음으로 자신에게서 해방된다.
투명한 세상에서의 임사는
폭력적이지 않다.
그것은 소멸이 아니라 정렬이다.
관계가 먼저 지워지고,
상념이 탈락하며,
궁리는 마지막까지 저항하다가
끝내 기능을 멈춘다.
나는 누구였는가,
왜 여기까지 왔는가,
무엇을 증명해야 했는가.
이 질문들은 나의 숨이 막히는 지점에서
놀랄 만큼 쉽게 무너진다.
그토록 중요하다고 믿었던 이유들이
아무 소리 없이 떨어져 나간다.
그리고 그 잔해 위에서 끝까지 사라지지 않는 것이 있다.
그것은 생각이 아니고, 감정도 아니다.
말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라면
이미 오래전에 도시의 소음 속에서 닳아 없어졌을 것이다.
그것은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으면서
끝내 밀려나지 않는 어떤 결,
삶이 모든 장식을 잃은 뒤에도
남아 있는 핵이다. 우리는 그것을 영혼이라 부른다.
영혼은 관계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인정도, 이해도, 해석도 요구하지 않는다.
그것은 살아남기 위해
자신을 증명할 필요가 없는 존재다.
숨을 참고 있을 때에도,
의식이 아래로 떨어질 때에도
영혼은 그 자리에서
조용히 무게를 유지한다.
도시의 빛이 모든 것을 드러내는 것처럼 보일 때조차
영혼은 드러나지 않는다.
지워지지도 않는다.
투명한 세계가 모든 표면을 벗겨낼수록
오히려 더 단단해진다.
영혼은 무엇이 덧붙여진 것이었고,
무엇이 끝까지 나였는지를
단번에 가려낸다.
숨을 다시 들이마실 때,
도시는 여전히 같은 모습으로 서 있다.
그러나 돌아온 의식은
더 이상 같은 층에 머물지 않는다.
아래로 떨어졌던 감각은
몸의 깊은 곳에 남아
이후의 삶을 가볍게 허락하지 않는다.
말은 줄어들고,
선택은 신중해지며,
관계는 조심스럽게 다뤄진다.
왜냐하면 한 번
모든 것이 지워지는 감각을
통과한 사람은
무엇이 다시 쌓여서는 안 되는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투명한 세상에서의 죽음은
삶을 포기하라는 명령이 아니다.
그것은 삶을 더 이상 과장하지 말라는
침묵의 요구다.
그리고 그 요구를 받아들인 사람만이
도시의 중심에서도,
가장 밝은 빛 아래에서도
자기 영혼의 무게를
끝까지 잃지 않는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