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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기철 James Ohn Oct 04. 2020

시월

고국의 시월은 아름답다.



우리 부부는 지난 20여 년 동안 10월 한 달을 한국에서 보냈다. 한국의 시월은 정말 좋다. 비교적 건조하고 비가 자주 오지 않아 거의 매일 청명하다. 기온도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은 상쾌한 날씨이다. 


올해는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에서 보내야 한다. 은퇴한 지 3년 째이다. 봄에는 유럽 등 다른 곳으로 시월엔 한국에 갈 계획이었다. 그러나 코로나 바이러스는 우리들의 발을 묶어 놓았다. 아침에 일어나면 티부이에 미국 뉴스 틀어 놓고 조금 보다가 아이패드로 한국 뉴스를 본다. 20년 동안 발걸음 한 덕분에 한국 뉴스의 장면들이 별로 생소하지 않다. 그리고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골프장으로 출근한다. 18홀 치고 점심 먹고 이것저것 찾아보고 책 읽고 글 쓰다 보면 저녁 시간이다. 저녁 먹으면서 전국 노래자랑, 가요무대, 아침마당 도전 꿈의 무대, 노래가 좋아를 본다. 


1974년에 미국에 와서 10년 동안은 한국에 가지 않았다. 자리 잡는 라고 갈 여유도 시간도 없었다. 1984년부터 한국에 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2년에 한 번, 2000년부터는 매년 한국을 방문했다. 우리 부부는 마치 어린아이가 성장하여 훌륭한 성인이 되는 것처럼 한국이 점점 아름답고 살기 좋은 나라가 되어 가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한국의 산에는 나무가 빼곡히 들어서서 숲을 이루고 있다. 이 숲의 색깔은 연한 연두색에서 검푸른 색으로 변해 갔다. 한국이 성숙해지는 표증이었다. 똑같은 한국이지만 버려놓은 한국과 가꾸어 놓은 한국은 너무나 달랐다.

단풍으로 물들어 가는 한국의 시월은 정말 아름답다. 10월 한 달은 전국 방방 곡곡에서 축제가 벌어진다. 풍요롭게 사는 한국사람들을 보는 이방인의 마음 또한 풍요로워진다. 


한국에서 돌아다니는 여행에서 얻어지는 즐거움은 타지 여행에 비할 바가 아니다. 가는 곳마다 말이 통한다. 아무 데나 가고 싶은 데를 갈 수 있다. 서울의 지하철은 못 가는 데가 거의 없고 깨끗하고 안전하다.  세계에서 제일 잘 만들어진 지하철 망이라고 한다. 고속 기차와 버스도 아주 편리하고 빠르다. 남한 어느 곳이나 하루 이틀 일정이면 된다. 먹는 음식마다 맛이 있다. 옛 친구와 보고 싶은 가족들을 만날 수 있다. 말도 안 통하고 가이드만 따라다녀야 하고 음식도 입맛에 맞지 않는 외국 여행에 비할 바가 아니다. 


얼굴에 표정이 없고 근엄하게 만 보이던 한국사람들이 점점 변해 갔다. 언제부터인가는 잘 모르지만 무척 친절 해 졌다. 길을 물어보아도 정말 열심히 잘 가르쳐 준다. 거의 똑같은 옷만 입고 다니던 사람들이 이젠 아무 것이아 걸치고 다닌다. 신발도 검은 구두보다는 편한 운동화를 신고 다니고 굽 높은 구두도 보기 힘들다. 주인 없는 물건이 있어도 얼른 집어가지 않는다. 


한국은 겉모양만 꾸며 놓지 않았다. 놀기 좋아하는 한국사람들은 여러 가지 전시회, 공연 등을 여러 군데 에서 벌려 놓고 있다. 박물관등 전시장도 많다. 한국에 가면 거의 매일 볼거리를 찾아 나서지만 동이 나지 않는다. 그동안에 눌려 있던 한국사람들의 창의력이 마음껏 발휘되고 있다. 봉준호와 비티에스가 좋은 예이다. 


올 시월도 사실은 한국에 가 있는 것이 미국에서 생활하는 것보다 몇백 배 안전하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환자와 사망자를 낸 나라이고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잘 코로나 방역을 하고 있는 경제 대국이다. 모국의 성장에 가슴이 뿌듯하다. 늙은이가 비행기 타기도 위험하고 내려서 14일 격리도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내년 가을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작년 시월에 다녀온 남이섬, 두물머리, 여운형 생가, 용문사, 신안군 섬들, 거문도, 백도가 파노라마처럼 지나간다. 각 대학대항 국악연주회는 매년 보지만 세상 어느 곳에서도 보고 들을 수 없는 장관이었다. 매년 만나던 친구들,  동생과 그 가족들이 무척 보고 싶다. 하지만 올 시월은 미국에서 재미를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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