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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기철 James Ohn Sep 09. 2021

한국말의 영어화? 영어의 국어화?

그래도 될까?


KBS Sports Konglish

"나라의 말이 중국과 달라 한자와는 서로 퉁하지 아니하므로...."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든 취지의 골자이다. 

하는 말이 중국과 다른 조선사람들이 일정한 발음을 가지고 있지 않고 뜻만 전하는 한자를 빌려다 쓰려니 불편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글로 써놓으면 중국사람이 쓴 것이나 조선사람이 쓴 것이나 똑 같았다. 이 글을 읽을 때는 조선사람은 조선사람 발음으로 중국사람은 중국사람 발음으로 읽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조선사람이 처음보는 단어는 되도록 중국 사람 발음을 흉내 내려고  노력했을 것이라고 짐작 해 본다. 한문이 한국에 들어 온 것이 언제 인지는 잘 모르지만 적어도 삼국시대부터 이러한 말과 글자의 불편한 관계는 계속 되었을 것이다. 이러한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서 이두문이 출현 했다. 한국말 소리와 비슷한 한자를 한국말 식으로 쓰는 방법이었다. 그러나 한국인의 감정을 충분히 표현하기에는 아직 많이 부족 했다.


한글의 출현은 조선의 문화혁명에 준하는 어마어마한 사건이었어야 했다. 그러나 조선에서 문화혁명은 일어나지 않았다. 명나라 황제의 신하였던 조선의 왕은 대국의 문자 한문을 버리고 언문을 조선의 공식문자로 하지 않았다. 소리글자 한글은 한자를 조선사람들이 말하는 것 같이 나열 할 수 있게 해주었다. 세상의 모든 자연의 소리를 글로 쓸 수 있게 해주었다. 한글로 시조도 쓸 수 있었고 언문 소설도 썼다. 조금만 노력 했어도 백성 모두가 글을 깨칠 수 있었다. 그러나 세종대욍 이후의 조선은 한문중심으로 돌아 갔다. 영특하게 태어난 백성들은 대부분이 까막 눈이었다. "새로 스물여덥자를 만드니 사람마다 하여금 쉽게 익혀 매일 씀이 편안하게 하고자 할 다름이다" 라는 세종의 말씀은 공(0)약에 불과 했다. 


한문과 함께 중국의 문화가 조선을 완전히 장악 했다. 각 분야에서 쓰는 용어는 모조리 중국에서 들어 왔다. 어느 덧 조선 사람들은 중국말인지 조선말인지 구분 못하고 그냥 쓰게 되었다. 사람의 성명부터 시작 해서 한국사람들이 쓰는 단어의 대부분은 한문 말이다. 


19세기에 세상이 뒤집혔다. 세상의 중심이 중국에서 서양으로 바뀌었다. 중국이 망하고 일본이 흥 했다. 근대문명에서 쓰는 용어는 중국사람 대신 일본이 만들었다. 일본은 근대서양에서 쓰는 용어를 한문으로 번역 했다. 일본은 조선을 지배하는 동안에 조선에게 근대문명을 심어 주었다. 요지음 사용하는 대부분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등의 새로운 용어들은 일본이 서양문물을 받아들이면서 번역한 것들이다. 똑같이 한자로 써 놓고 일본, 중국, 한국 시람들은 자기나라 말로 읽고 번역해서 쓴다. 일본을 지독히 미워해도 일본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말인지 모르고 스스럼 없이 쓴다. 


"그 환자의 취프 컴프레인은 체스트 페인 입니다." 환자 라운딩(회진) 하는 동안 교수님에게 보고 한다. 그리고 차트(병상일지)에는 "Chief Complaint(C.C.); Chest Pain"라고 적었다. 해방 후에는 영어의 세상이 되었다. 의대 다닐 때나 의사끼리 만나면 영어 섞어 쓰기는 다반사였다. 그렇다고 영어 회화에 능숙 한 것도 아니었다. 


나는 제이티비시 뉴스룸을 거의 매일 본다. 위드 코비드, 김밥 포비아, 뉴스스토리텔러 백브리핑, 영화 페러디, 이 싸이트, 프로젝트 등 어느날 하루 뉴스에서 사용한 영어 들이다. 요지음은 아내라고 하는 사람들보다 와이프라고 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닭은 이미 취킨으로 둔갑한지 오래이다.  "자신또는 자진해서"이라고 하지 않고 쎌프라고 한다. 이래도 될까? 


 한자와 일본말이 우리말을 위협 했지만 한국어가 중국어화 되거나 일본화 되지 않았다. 오히려 외국말이 한국어에 동화 되었다. 한국어와 한글은 한국의 토양이다. 외국어는 한국의 토양을 풍부하게 해준다. 한국의 독특한 토양은 영어 외래어를 녹아나게 할 것이다. 그 좋은 예가 콩글리쉬이다. contact lens가 한국에 들어 와서 렌즈가 되었다. laptop을 한국에서는 노트북이라고 한다. 미국사람들은 working out하러 간다고 하고 한국사람들은 헬드(Health) 하러간 다고 한다. 한국사람들은 걸핏하면 화이팅이라고 한다. 영어의 Cheer up, go에 해당 한다. 미국에서는 아이(eye) 쇼핑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 다. Window Shopping 이라고 한다. SNS(Social Network Service)라는 말은 한국에서 만 쓴다. 외국에서는 Social media 라고 한다. 이외에도 수많은 영어 같은 한국식 영어 단어 들이 한국에서 만들어 졌다. 이 단어들은 그옛날 한자나 일본말이 한국에 들어 와서 새로운 한국말 단어를 만들어 냈던 것과 마친가지로 한국말로 변할 것이다.  따라서 영어 단어를 너무많이 섞어서 한국말을 한다고 우려하여 억지로 한국말만 쓰게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 한다. 오히려 한국인들이 잘 쓰는 영어 외래어는 작가들의 새로운 무기이다. 파이팅, 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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