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강해지는? 이상해 지는? 블랙이 2호
변해가는 블랙이 2호
'블랙이 2호'는 작년 여름 무렵부터 자두네 집 지붕 위로 왔습니다. 올 때부터 순한 애여서 순딩이라
불렀고 내 손길도 허락하는 기특한 아이였습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이 지붕 위로 와서 나를 기다리다 밥을 주면 밥을 먹고 가는 아주 성실한 아이였죠.
그 무렵 자두네 집 테이블 위에는 '호피'가 오고
있었고요. 그렇게 겨울까지 거의 하루도 안 빠지고 아침. 저녁으로 와서 밥을 먹고 갔습니다.
대개 데크 위에 있는 애들 밥부터 챙기고 마지막으로 자두네 집에 있는 '호피'와 이 '블랙이 2호'의
밥을 챙겨주었는데 이 아이는 내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 내가 나오면 아주 간드러진 소리로 냐옹거리며 지붕 위에서 나를 불러댔습니다.
그 가을 끝무렵에 '호피'는 아예 '자두'네 집으로
들어와 살기 시작했었고요.
그러다 '호피'가 잘 먹고 잘 자라 힘이 세 지자 몇 개월을 같은 영역에서 살던 이 '블랙이 2호'를 공격하기
시작한 겁니다. '호피'의 공격을 몇 번 받은 이 아이는 그 후로는 오지 않았고 안타깝게도 이 아이는 결국
'호피'에 밀려 이 영역에서 쫓겨나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안 오더니 어느 날엔 데크 오른쪽 예전 '치즈 2호'의 영역으로 와서 밥을 먹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뜸하게 오다 말 다를 하던 어느 날 '블랙이 2호'는 다리를 절며 원래 자리인 지붕 위로 나타났는데 오른쪽 앞발을 들고 다녀도 그때는 발견 못하다 2주쯤 지나니 발에 이런 상처가 있었습니다.
그래도 내가 딱히 해줄 게 없었습니다. 그저 발을
절면서도 나타나 밥을 먹는 게 다행이었으니까요.
그러다 다리가 아파선지 자두네 집 지붕 위로 올라가지 않고 데크 오른쪽으로 나타나 여러 아이들
틈에 끼어 밥을 먹기도 하는데 이때부터 이 아이가 좀 이상했습니다. 평소 순둥이고 누구와 싸우지
않고 '호피'에게 밀려날 정도로 순둥이였던 이 애는 데크 오른쪽에서는 다른 아이들과 먹이 경쟁을 하며 그 틈에서 밥을 먹는 겁니다. 때론 '턱시도'에게도
하악질을 하고 다른 아이가 곁에 오면 심한 경계도 하고요. 그렇게 며칠 오가다 뜸 하기도 하더니 가끔 새벽이나 밤중에 현관 앞에서 하악질 소리와 경계의 소리가 날 때 나가보면 왠 까만 애가 슬금슬금 도망을 갑니다. 그래서 또 다른 블랙이가 나타났는 줄
알았지요. '턱시도'가 있는 날엔 '턱시도'와 '치즈 1호가' 있는 날엔 '치즈 1호'와 그렇게 대치를 했습니다. 그땐 어두워서 이 애인줄 몰랐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
현관에서 '턱시도'와 하악질 대결하는 소리가 나 나가보니 이 애가 현관 안에 들어와 대치를 하고 있는 겁니다. 세상에... 이 애는 자두네 집 지붕 위로만 오던 애였는데 요즘 데크 위로 와서 밥을 먹어 신기했는데 급기야 현관까지 진출을 한 겁니다. 순둥이고 '호피'에게 밀려 쫓겨난 애로만 알았는데 이 애는 왜 이렇게 변한 걸까요. 사실 얼마 전 글에도 좀 변한 이 애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만 다른 애들을 피하지 않고 외려 같이
하악질을 하며 대치를 하고 급기야 현관 안에까지 들어온 것입니다.
그렇게 들어온 이 애는 내가 나가자 도망을 가려
하는데 현관문 앞엔 '턱시도'가 버티고 있자 어쩔 줄 몰라하며 우물쭈물할 때 보니 이 애였습니다.
그래서 알았습니다. 이 다리를 절며 다니는 이 애가 결국 현관까지 왔다는 것을요... 신기합니다.
블랙이 들은 최강 겁쟁이 0호를 제외하면 처음부터 현관 안을 노리고 왔던 3호와 요즘 나타나 현관 안에서 잠만 자고 가는 4호에다 지금 현관으로 진출한 2호까지... 블랙이 들은 현관으로 오는 게 목적이었을까요? 지금은 이빨 빠진 호랑이지만 터줏대감인 '턱시도' 구역인 현관으로 들어오다니요... 다리를 다쳐 절면서도 이 위험한(?) 현관으로 들어와 와서 '턱시도'와 대치를 한 '블랙이 2호'... 이 순딩이는 왜 이렇게 변하는 걸까요... 아무리 야생의 고양이들이고 예측할 수 없는 행동들을 하는 고양이지만 특히 이 블랙이 들은 다른 애들과는 확실히 달라 보입니다.
최강 겁쟁이 0호, 최강 빌런 3호에 느닷없이 현관으로 들어온 4호에 순둥이 2호까지...
과연 이 '블랙이 2호'는 어디까지 변화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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