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mes 아저씨 Mar 29. 2024

25화: 턱시도는 집냥이가 된 걸까요

집을 벗어나지 않는 턱시도

2022년 12월, 우리 집으로 온 '턱시도'는 오자마자 데크 중앙 현관 앞을 영역으로 삼고 살기 시작했습니다.

당시는 출퇴근하듯 식사 때 맞춰 와서 밥을 먹고 데크에서 지내며 밤엔 어디론가 가고 다음날 다시 오고...

그렇게 살더니 지난여름쯤부터는 아예 여기다 터를 잡고 살 작정인지 현관 앞에서 먹고 자고... 하더군요.  

그러고 '치즈 1호'는 2023년 봄쯤 왔는데 그 애도 오자마자 현관 앞을 떠나지 않고 그곳을 터전(?)으로 삼고

살았습니다. 결국 둘은 신기하게도 데크를 공동관리 하듯 지냈습니다. 그땐 '턱시도'는 왔다 갔다 하며 지내서 어딘가 자기 집이 있는 줄 알았습니다. 가끔 '자두'와 산책 때 애가 냐옹거리며 아는 체를 할 때 보면

우리 윗집 데크에서 우릴 내려다보며 냐옹거리길래 그땐 그곳에 자기 집인 줄 알았습니다. 그냥 우리 집엔

밥 먹으러 오거나 놀러 오는 줄 알았는데 지난여름에 아예 우리 집으로 이사를 온 건지 그때부터 현관 앞에서 먹고 자고 했습니다.  그렇게 1년이 넘었습니다.  지금은 현관 앞에 만들어준 고양이 집이 '턱시도'의 집이

돼버렸습니다.  한편 '치즈 1호'는 그렇게 10개월가량현관 앞에 고양이 집에서 살다가 이번 겨울(작년 11월쯤)에 집을 나가 가끔 옵니다. 하지만 '턱시도'는 거꾸로 완전 여기를 자기 터로 잡고 굳건히 데크를 사수하며 살고 있습니다. 하루도 외박(?)을 하지 않았습니다.

데크에서 빈둥빈둥(좌, 우)... 치즈 1호와 같이 살던 집을 혼자 지키며(가운데)

다른 아이들이 밥때와서 밥을 먹고는 다들 어디론가 자기가 왔던 곳으로 돌아가는데....

'턱시도'는 밥을 먹고도 혼자 남아 있습니다. 이럴 때 보면 집냥이가 된 것 같습니다. 아님 이젠 갈 곳이 없어진 건지..... 아무튼 '턱시'도는 집냥이처럼 종일 집을 벗어나지 않습니다. 마치 낮에 언니나 형이 학교 가고 

혼자 남은 막내 동생이 집에서 심심해하면서 혼자 놀이하는 것처럼 혼자 종일 데크에서 빈둥거리고 볕이 따스한 날엔 데크에서 졸기도 합니다. 내가 나가면 데크에서 일어나 졸졸 따라다니기도 합니다.

그렇게 이 애는 데크 위를 자기 구역으로 삼고 집을 벗어나지 않기로 작정한 모양입니다.

퇴근 땐 이렇게 데크에 있다가 차가 마당으로 들어오면 쪼르르 달려와 내게 와서는 냐옹거리며 다리사이에

들락거리고 아는 체를 하며 개냥이처럼 굴고 있습니다. 마치 퇴근 때 주차구역으로 와서는 냐옹거리는 게

낮에 있던 뭔가를 내게 일일이 고하듯 와서 냐옹거리며 뭐라 뭐라 합니다. 물론 퇴근땐 대개 여러 마리 애들이 데크에 몰려와 있습니다만 애만 주차구역까지 달려와 나를 반깁니다.(가끔 최강신예도 따라오긴 합니다)

'여기 애들이 너무 많으니 어떻게 해 봐요~ 아저씨.....'라고 말하는 걸까요?

지난겨울 어느 날 자두네 우리에 놀러 가기도 하고  심지어 자두네 집안에 들어가기도...

종일 집에 혼자 있는 '턱시도'는 가끔 '자두'네 집(우리)에도 놀러 갑니다.

이 애는 '자두'와도 인사를 튼 후에 '자두'네 우리도 수시로 드나드는데 '자두'는 '호피'에게 하는 반응 정도는 아니지만 '턱시도'에게도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공격하지 않으니 '턱시도'가 이렇게 '자두'네 우리에

놀러 가기도 합니다. 이렇게 '자두'네 집이 고양이 놀이터 처럼 되었는데 자두는 그게 좋은지 이렇게 애들이 드나들어도 공격성을 보이지 않습니다. 바로 '호피', '턱시도', '블랙이 2호' 등에겐 적대적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요.  이 애들에겐 짖지 않습니다. 하지만 낯선 애들이 오면 짖습니다.

물론 예전처럼 자두가 고양이들만 보면 죽일 것처럼 달려들거나 무섭게 왕왕거리고 으르렁 거리지는 않습니다. 요즘엔 낯선 고양이가 나타나면 "야 넌 누구니?" 정도의 짖음만 합니다. 그게 무섭게 왕왕거리는 게 아니라 끙끙거리듯 합니다. 자두가 막 끙끙거리는 소리가 날 때 창문을 열어보면 다른 고양이가 와 있을 때입니다. '턱시도'는 '자두'가 자기를 공격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는 이렇게 자두네 우리에도 드나들고 있습니다.

심지어 '자두'네 집안에도 들어갑니다.

중문을 열어 놓으면 딱 요기까지... 발판까지 와서 눈치를 살핍니다

이렇게 집냥이가 된 것 같은 '턱시도'가 신기하게 실내에 들어오는 건 잘 안 합니다. 물론 가끔 들어옵니다만... 바로 요기 중문 앞에 깔린 발판까지만 옵니다. 그리고 내가 가는 곳에 따라 오지만 대개는 요기를 벗어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문을 닫아 놓으면 냐옹거리며 불안해해서 중문을 좀 열어 놓습니다. 그러면  이렇게 문 앞에 앉아 있거나 내가 놀아주면 발라당을 하고... 그러다 내가 모른 체하거나 놀아주지 않으면 슬그머니 나갑니다. 며칠 전엔 내가 들어올 때 따라 들어왔다가 내가 바닥에 앉자 슬그머니 내 무릎 위에 올라와 앉는데... 에고 이게 뭐라고 그렇게 기분이(가슴이 콩닥거리듯) 좋은지.... "얘가 왜 이래?" 하며(이래서 사람들이 냥이와 함께 사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얘를 쓰다듬었더니 예의 그 가르랑 대는 골골송을 냅니다.

그렇게 몇 분 간 내 무릎 위에 앉아 있더니 내가 쓰다듬기를 멈추고 가만히 있자 다시 슬그머니 일어나 열어 놓은 문으로 나갑니다. 얜 아직도 실내에서 살 생각은 없어 보입니다. 실내에 들어와도 오래 있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그런지 현관 안에서도 잠을 잘 안 잡니다. 현관 안에는 가끔 '치즈 1호'가 와서 자고 한때는 '블랙이 3호'가 와서 자고 얼마 전부터는 이상한 '블랙이 4호'가 요즘 매일 자고 갑니다.  '턱시도'는 올 겨울에도

현관 안에서 잠을 자지 않고 그 추운 밤에도 현관밖 자기 집에서 잤습니다. 그리고 집안에 다른 사람이 있을 때도 절대 들어오지 않습니다. 다른 가족 목소리가 나거나 다른 사람들의 인기척이 나면 들어왔다가도 금방 나가 버립니다. 이래서 아... 아직은 집냥이가 되지는 않았나 보다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우리 집을 떠나지

않고 데크에서 살고 있는 걸 보면 집냥이가 된 거 같은데 실내에 머물지 않는 건 뭘까요. 갇힌다라는 무서움 같은 게 있는 걸까요? 결국 이 아이는 밖은 자기 집이라고 생각하지만 실내는 자기가 살 집이라고 생각을 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다행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고... 좀 이상한 양가감정이 듭니다. 솔직히....

하지만 집안에 들어오는 유일한 애입니다.

'치즈 1호'나 블랙이 들이 들어오려 하면 이 애가 냥펀치로 때려서 못 들어오게 하고요... 자기만 드나듭니다.

한 번은 '블랙이 4호'가 문이 열리자 순식간에 쑥 들어왔더니 바로 이 '턱시도'가 쫓아 들어와 거실에서 추격전이  벌어졌는데 내가 둘 다 내보내서 싸움으로 번지지 않았습니다,

아주 이기적이기도 하죠... 바로 이 집은 자기만 드나들 수 있는 집이라 여기는 것 같습니다.


[브런치북] 시골 냥이들과의 날들-2

[브런치북] 시골냥이들과의 날들 (brunch.co.kr)

[브런치북] 자두, 살구 이야기 (brunch.co.kr)

[브런치북] 어느 날 고양이 (brunch.co.kr)

감정유감 매거진 (brunch.co.kr)

사람과 사람들 매거진 (brunch.co.kr)

뱁새의 찢어진 다리 매거진 (brunch.co.kr)   

이전 26화 24화: 블랙이 들의 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