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면 싸우는 애들, 사이가 좋은 애들
아이들이 여럿이 오다 보니 친한 애들도 있고 만나기만 하면 싸움이 나는 애들도 있고 또 둘이 연합전선(?)으로 다른 애들을 쫓아내기도 하고 또 어떤 아이는 유독 한 아이한테만 공격적 성향을 보이는 등... 여러 가지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 애들 간의 우열관계랄까 역학관계를 보자면...
우선 턱시도는
가장 오래된 애로 22년 12월에 와서 우리 집 데크에 자릴 잡고 살기 시작한 터줏대감이며 2년이 되어 갑니다. 이듬해 봄에 온 '치즈 1호'와 친구가 되더니 그다음부터는 둘이 집 근처에 오는 애, 특히 데크로 올라오는 애들은 공동으로 물리치며 이곳을 독점하며 최고의 자리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턱시도'는 마음씨가 좋아진 건지 힘이 없어진 건지 여러 아이들이 데크에 올라와도 그냥 놔둡니다. 하도 많은 애들이 오니 포기한 건지... 밥도 제일 나중에 먹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유독 자두네 집 지붕 위로 오다 데크로 오기도 하는 '블랙이 2호'에게만은 하악질과 경계를 합니다. 그리고 겨울에 현관으로 와서 잠을 자던 '블랙이 4호'는 이 애에게 공격적 성향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 '턱시도'는 집안에는 잘 안 들어오면서도 나만 보면 졸졸 따라다니고 심지어 애교도 부릴 줄 아는 개냥이가 되었습니다.
대장인 치즈 1호는
대장이라서 그런지 아직도 여러 애들이 데크에 올라오는 게 싫어선지 애들에게 민감한 반응을 보입니다.
그중 특히 상극인 '블랙이 3호'와는 둘이 눈만 마주치면 앙칼진 목소리로 울어대며 기선을 제압하려 하고
둘이 코를 맞대고 한치의 물러섬도 없이 대치를 합니다. 둘이 만나면 제일 시끄럽습니다.
그리고 이 애는 동족인 '치즈 2호'도 싫어합니다. 이 둘도 마주치면 하악질에 울음소리로 서로 경계를 합니다. 다른 애들에겐 그다지 심하게 경계하지 않으면서 이 둘에게만 유독 심한 경계를 합니다. 문제는 이 애가 요즘 다리를 다쳐 절고 있다는 것... 아예 딛지를 못하고 들고 다니고 있습니다. 싸우다 다친 건지...
왜 여기 애들은 다리를 다치는 애들이 많을까요?
막무가내였던 블랙이 3호
이 애는 올 때부터 현관으로 진격하려 했고 그때부터 '치즈 1호'는 사이가 좋지 않았습니다. '치즈 1호'와는
완전 상극이며 둘이 만나기만 하면 아주 시끄럽게 울음소리로 상대방을 제압하려 합니다. 이 애들이 만나면 머리가 아픕니다. 먹을 것으로 분리를 시키려 해도 듣지 않습니다. 내가 중간에 가로막고 발로 건드려 떼어
놓기도 하고 넓은 판을 둘 사이에 놓고 막아 놓기도 하지만 의외로 '턱시도'나 다른 애들과는 싸움도 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다른 아이들과는 부딪힘도 없고 오로지 '치즈 1호'와만 철천지 원수처럼 만나면 악을 쓰며 경계를 합니다. 이 애는 아직도 현관이 열려 있으면 안으로 들아와서 밥을 먹습니다.
그런데 이 애는 매일 왼쪽 눈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처음보다 지금이 많이 말랐고요... 우리 집에 와서도 밥을 열심히 먹지 않습니다. 아무튼 외양이 점점 나빠져 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깡패 아줌마가 된 고등어는
지난겨울부터 오기 시작한 이 애는 새끼를 배서 왔는데 지금 새끼를 낳고는 깡패가 된 듯 모든 애들에게 하악질로 위협을 하며 밥을 뺏어 먹고 있는데 그 누구도 이 애에게 덤빌 생각을 안 합니다. 그렇게 여기저기 다니며 다른 애들 이 먼저 와서 먹고 있는 밥을 뺏어 먹고 있습니다. 정말 이 애는 깡패입니다. '턱시도'는 이 애의 밥이고 평화주의자 '최강신예' 조차 이 애는 공격을 합니다. 그러나 신기한 일은 이 애가 이렇게 무법자처럼
유난을 떨어도 싸움이 일어나지 않는 건 고양이 세계의 불문율 같은... 산모에겐 양보한다...라는 계율(?)이
있는 것 인지 아닌 진짜 이 애가 절대 막강한 애라서 인지... 아무튼 이 애가 요즘 새로운 빌런으로 등극하고 있습니다. 유일하게 이 애에게 덤비는 건 의외로 얌전하고 덩치도 작은 '블랙이 4호'입니다.
게다가 이 애는 간식도 워낙 빨리 먹고 다른 애들것도 다 뺏어 먹고 있습니다.
신사 치즈 2호는
'치즈 1호'와 비슷한 시기에 온 이 애는 올 때부터 영역이 겹치지 않게 데크의 오른쪽으로 와서 밥만 먹고
가는 쿨한 아이였고 데크 중앙의 '턱시도'나 '치즈 1호'와는 서로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지냈는데 '치즈 1호'와는 눈이 마주치면 하악질 하고 울음소리로 경계를 했습니다. 그러던 이 애는 겨우내 안 오다 이 봄, 다시 오기 시작했는데 이 애도 다리를 다쳐 절고 있습니다. 다리를 저느라 먹이활동을 못해선지 아침, 저녁으로 와서 밥을 먹습니다. 그런데 중앙에 '치즈 1호'가 없자 이 애는 현관 앞에 '턱시도'와 '치즈 1호'의 자리에 들어가 누워 쉬기도 하고 그럽니다. '턱시도'는 그런 이 애를 그냥 놔둡니다. 문제는 '자두'네 집 지붕 위의 '블랙이 2호'가 와서 이 애랑 붙곤 합니다. '블랙이 2호'는 싸움꾼이 되어가느라 그런지 여기 와서 이 애랑도 붙습니다.
그리고 이상한 블랙이 4호는
좀 특이한 애라 말씀드렸는데 이 애는 요즘도 역시 밥에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고 데크 한편에 엎드려 가만히 애들의 동태를 살피고 애들이 밥을 어느 정도 먹으면 그때 나서서 빈 밥그릇으로 갑니다. 이타심이 강한 건지 일단 밥 경쟁에는 뛰어들지 않습니다. 그리고 다행히 요즘 꼬리 상처는 나아서 새로운 털이 덮고 있습니다.
그리고 애들끼리 쌈이 나면 슬그머니 자리를 피해 한구석에 웅크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건 '턱시도'에겐 상당히 경계를 했습니다. 가까이 오면 냥펀치를 날린다던가... 하악질로 경고를 한다던가...
그 이유를 모르겠습니다만 요즘은 현관에서 잠을 자지 않으니 그런 일은 없습니다. 신기하게도 깡패 아줌마 '고등어'에게 대드는 유일한 애가 이 아이 입니다.
순딩이였던 블랙이 2호는
이 애의 변화가 가장 드라마틱합니다. 순딩이가 한동안 안 오다 다시 오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애들과 하악질도 하고 먹이 경쟁을 하며 쌈꾼 기질을 보이더니 얼굴에 온통 상처투성이가 되었습니다. 다리도 절고요...
그런 이 애는 순딩이 기질은 어딜 가고 요즘은 완전 쌈꾼처럼 변해가 안타깝습니다. 자두네 집 지붕 위에서
밥을 먹으면 다른 애들과 부딪힐 일도 없을 텐데 요즘 데크로 와서 '턱시도'와도 대치를 하고 또 요즘은 현관 앞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은 '치즈 2호'와 붙고 있습니다. 대체 이 애는 자두네 집 지붕에서 왜 굳이 현관으로 와서 애들과 부딪히는 걸까요...
완전 붙임성 최고인 최강신예
이 애는 어느 누구와도 싸움을 하거나 경계를 한 적이 없는 천사 같은 애입니다. '치즈 1호'와 다른 애가 싸우려 들면 이 애는 그냥 슬그머니 자리를 뜹니다. 그 판에 끼질 않겠다는 거 같습니다. 한 번도 다른 애들과
싸움도 하지 않고 간식 경쟁도 안 하는 착한 애입니다. 간식은 워낙 빨리 먹으니 뺏길 리 없고 다른 애들 거
뺏어 먹으려 들지도 않습니다. 다만 요즘 '고등어'가 이 애를 공격하는데 그럼 이 애는 자릴 피합니다.
이 애는 신기하게 우리 집에 오는 애들 중 정착해서 사는 '턱시도'를 제외하면 유일하게 퇴근 때 내게 와서
머리를 먼저 내밀며 아는 체를 하기도 합니다. 다른 아이들과 잘 지내는 비결이 궁금한 아이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쪽눈은 실명한 것 같습니다.
블랙이 들끼리는
이 애들끼리는 아직 싸움이 일어나지는 않았는데 '블랙이 3호'와 '4호'는 지난겨울 현관 안에 있던 박스에서 잠도 같이 잔 사이로 괜찮은 우호관계로 보이는데 다만 '블랙이 3호'는 '블랙이 2호'와는 좀 데면데면한
사이로 싸우지는 않지만 좋지도 않은, 약한 경계?를 하는 사이입니다. 우주최강 겁쟁이 '블랙이 0호'는 '최강신예'와는 같이 붙어 다니고 있고 가끔 옆집 데크에서 우리 집 데크 위의 여러 애들을 바라보기도 합니다만
우리 집 쪽으로는 절대 넘어오지 않습니다.
이 애들이 모이면...
우선 같이 모이면 안 되는 관계는 '치즈 1호'VS '블랙이 3호', '치즈 1호'VS '치즈 2호', '치즈 2호' VS '블랙이 2호', '턱시도'VS'블랙이 2호'는 만나기만 하면 하악질과 경계의 날카로운 울음소리로 난리가 납니다.
이 애들이 만나지 않으면 다른 애들끼리는 같이 있어도 조용하고 평화롭습니다.
그중 '턱시도'가 좀 이상하게 변했습니다. 터줏대감으로 데크를 주름답던 예전 힘(?)은 어디 두고 요즘엔 여러 애들이 와도 무신경하고 되려 밥 먹을 때는 끼지 않고 피해 있기도 하니 말입니다. 물론 요새 '블랙이 2호'와는 사이가 좋지 않고 난데없이 요즘 '고등어'가 공격해서 주눅이 들기는 했습니다. 그래선지 애들이 한바탕
몰려왔다가 가고 나면 내게 와서 아양도 부리고 만져달라고 하듯 내 품에 들어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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