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두와의 산책길에서 본 우리 동네
우리 집은 읍내에서 4k 정도 떨어진 그냥 작은 시골마을에 있다.
우리 동네에는 집들이 20여 호가 있는데 농사를 업으로 사는 집, 나처럼 읍내나 서울이나 인근 도시로
출퇴근하는 집등... 농촌적인 요소와 도시적인 요소가 혼합된 동네로 아주 조용하다
논과 밭이 집 앞에 펼쳐 저 있고 조금만 가면 축사에서는 소들이 있다.
이 사진들은 그간 자두와 살구를 데리고 산책을 하며 동네의 사계와 시각에 따라 변하는 동네의 모습들을
기록한 것이다. 아침저녁의 풍광들이다.
이곳은 눈도 많이 오고 겨울은 유난히 추운 지역인데 작년 겨울 눈이 갑자기 쏟아져 내린 후 우리 집 뒤편
풍경이다. 개들은 눈이 오나 비가 오나(소나기처럼 많이 퍼부울 때 제외하고) 더우나 추우나 꼭 산책을 나가야 했다. 마당에 사는 애들임에도 마당에서는 배변을 하지 않고 꼭 밖에 나가야만 싸는 애들이라 어쩔 수 없이 데리고 나가야 한다. 그러다 이렇게 눈세상을 만나기도 하고...
두 애들을 데리고 가는 산책길은 아침과 저녁에 따라 달라지는데 대개 아침은 짧은 코스로 가고 저녁엔 30분 이상 걸리는 동네 한 바퀴 코스로 가게 된다. 서쪽방향으로 가게 되는 저녁산책의 해넘이 때, 서녘 하늘엔
늘 붉게 물든 노을이 곱게 걸려있기도 한다. 저녁노을이 참 이쁜 동네라는 생각이 든다.
동쪽으로 가게 되는 아침, 여름날 비 온 후 동네 논에는 벼가 쑥쑥 자라고 있다.
온통 세상은 푸르름 천지가 되는 이때는 한여름이고 낮에 땡볕이 들면 더워지지만 생동감 있는 푸른 기운이 돋는 여름은 그래서 좋다.
이 논길 옆을 지날 땐 수십, 수백 마리의 개구리 떼가 합창을 해서 정말 시끄러울 정도다.
그만큼 농약이나 약품을 치지 않아서 이 논에는 개구리도 많고 그러다 보니 오리들도 많고
학들도 수십 마리가 날아오기도 한다.
가을 들판은 황금색으로 일렁이고 해가 뜨는 아침 일출은 장엄한 느낌마저 들기도 한다.
이렇게 익어가는 들판을 보며 또 한 번 계절을 실감하고 자연의 위대함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가을 들판이 황금들판으로 변하면 어느새 한해의 절반을 넘기고 있다는 걸 새삼 느끼고
벌써부터 겨울걱정을 하게 된다.
그리고 겨울이 왔다. 추수를 끝낸 빈 논에 눈이 나리고 기온이 급히 떨어지면 나무들엔 눈꽃이 피기 시작한다.
작년 겨울 갑작스레 짧은 시간에 폭설에 가까운 눈이 내리기 시작하더니 기온이 낮아서 그런지 습기가 많은 대기여서 그랬는지 금방 나무들엔 눈꽃이 피었다.
서쪽으로 산책을 나가는 날엔 대개 해가 질 무렵, 이 날은 해가 지고 하늘을 보니 아직 어둠이 다 오지 않았고
가로등은 들어오기 시작했다. 사방은 어둠이 내려오고 있는데 정작 하늘은 어둠이 다 덮질 못했다.
추수를 하고 빈 논에 안개가 가득 끼었다. 간절기에 이곳은 안개가 짙게 끼는 날이 많다.
강을 끼고 있고 산에 들러 쌓인 지형이라 그런 것 같은데 이곳에서 짧은 시간 동안 모든 다 안개를 본 것 같다.
거의 매일 아침, 계절과 계절 사이에 이렇게 안개가 낀다.
어느 날 서쪽 하늘에 해가 막 지고 난 빈 하늘에 비확인물체(UFO)인지 이상한 물체가 꼬리를 길게 늘어뜨리고 천천히 하늘을 날고 있었다. 급하게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몇 컷 찍었다.
이걸 제보해야 하나... 하며 일단 지인들이 있던 카톡 대화방에 올렸다.
그날 밤 뉴스에서 이 장면을 찍은 사람들이 방송국에 제보를 하고 문의전화가 빗발쳤다고 한다.
국방부 발표에 의하면 국방부가 올린 위성인지 우주선인지의 일부가 대기권을 벗어나고 뭐라 뭐라는 순간이라던가... 아무튼 그랬다. 결론은 이건 UFO가 아니라 는거....
계절마다 서쪽하늘의 해넘이는 너무나 다르게 보인다. 늦가을 어느 서쪽하늘....
여름이 지나며 들판의 벼들이 익어갈 무렵 서쪽 하늘이다. 해가 넘어가고 온통 붉게 물든 서녘하늘이다.
이때가 장관이다. 이런 붉은 기운이 온 하늘을 물들이지만 너무나 순식간이다.
하루만 순식간이 아니라 산다는 일은 늘 이렇다.
사진을 배워서 좋은 기기로(기계탓하는 전형적인 나쁜 X) 멋진 사진을 찍고 우리 동네뿐 아니라 멋진 사진을 마구마구 올리고 싶다는 마음 그득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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