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도는... 내 발자국
겨울 끝나려면 아직도 먼데 이 겨울이 지겹습니다. 단지 추위 때문만은 아닙니다.
이 겨울의 황량함이나 겨울이라는 계절이 지닌 느낌, 뭔지 정체되고 움직이지 않는 느낌이랄까....
뭐 그런 것들도 싫습니다. 하지만
이 새해엔 좋은 일들이 많아져 작가님들 저도 행복한 소식들 더 많이 전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1: 냥이들과의 겨울
겨울은 춥습니다. 그게 당연한 거고 또 어느 정도 추워야 다음 해 농사도 잘 된다고 합니다.
이 겨울 역시 춥습니다. 이게 겨울이고 이게 당연한 건데... 근데.... 아고... 싫습니다. 추운 거...
지난 연말, 올 연시 술자리와 모임자리가 있을 때마다 냥이들 걱정이 되었습니다.
해서 회식이 생기면 일찍 퇴근해서(10분 거리) 애들 밥을 먼저 챙겨주고 다시 나갔습니다.
그리고 어디 먼데 갔다가 늦게 오는 날이면 이 추운데 밖에서 기다릴 애들이 걱정돼서 되도록 빨리
들어가려 노력도 했습니다. TV에 나오는 유명한 세프가 자기는 반려견 때문에 회식자리도 잘 못 간다고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반려견 밥 챙겨주고 산책시키는 게 우선이고 그다음이 술자리, 회식이라는 말을 듣고 보니 지금 내가 그런 고민을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지금 걱정은 9마리 냥이 들 중 매일 오는 애들은 이틀정도 안 보이면 걱정되는데 터를 잡고 살던 애가 집을 나가 오래도록 안 들어오면 더 걱정이 됩니다(8일 만인 어젯밤에 집에 들어온 '치즈 1호'는 이제 또 언제 집을 나갈지 모르겠고 이 애는 이게 삶의 패턴으로 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호피' 눈치를 보며 밥을 먹으러 오는
'블랙이 2호'가 가엽고... 최고 서열에서 밀려나는 것 같은 '턱시도'가 안쓰러워지고...
이제 현관까지 들어와 당당히 밥을 먹는 '블랙이 3호'가 또 앞으로 무얼 더 원할지 궁금합니다.
그런데 내가 이들 싸움이나 행동에 개입을 하는 게 맞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고 말입니다.
그 애들이 다 건강하면 괜찮은데 아픈 애들이 생길까 봐, 자기들끼리 싸우며 다치는 애들이 나올까 봐 겁이
나는 겁니다. 무엇보다 내가 이 애들을 끝까지 다 책임을 질 수 있을까가 제일 큰 걱정입니다.
어쨌든, 이 겨울 빨리 지나가고 애들이 잘 견뎠으면 합니다.
#2: 나의 겨울
올 겨울은, 지난 글에서 이야기했듯 사직하고... 백수가 되고 또는 내가 하고픈 일을 하며 지내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겨울이 더 싫어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다 얼마 전, 내가 은퇴하기 전에 다니던 일터의 타 부서에서 일하던 직원 Y를 만났습니다.
그녀는 사직하고 나가 컨설팅 업체를 차렸는데 지금 하고 있는 일도 잘돼서 다행인데...
조만간 다른 일을 할 거라 합니다.
당분간은 부업처럼(요즘 말로 부캐로)'독립서점'을 차린다고 합니다. 뭐 그러다 잘되면 업종전환을 하여
본캐로 바꾼다는... 그때 난 띵~~ 하고 머릴 맞은 기분이었지요...
에구.... 내 머릿속에 있는 게...'독립서점'이었거든요.... 다만 막연할 뿐.... 구체적인 계획은 없는....
그런데 그 친구를 만나서 그런 얘길 들으니 그가 부럽고 또 부러웠습니다.
나는 구체적이지 못하고 머릿속으로만 꿈꾸며 여기 몸이 매여 있다고 징징대기만 했는데
그 친구는 일을 하면서도 뭔가 맘을 먹으면 착착 실천을 하는 겁니다.
아직 애들도 어려서 손도 많이 갈 텐데... 바쁜 와중에 또 새로운 아이템을 만들어 가는 겁니다.
그 친구는 능력이 뛰어났고 그러다 보니 원래 부서에서 타 부서로 발령이 나서 상관없는 일을 하다가
거기서도 인정을 받고 하다 보니 아예 자신의 업체를 차리고 나간 건데...
그 자신이 차린 사업이 궤도에 잘 들어 서자 이번엔 평소 꿈이었던 '독립서점'을 차린다는 겁니다.
일단 길게 이야기할 상황이 아니라 자세한 건 못 물어봤고 다음에 만나서 긴 이야기를 나누기로 하고
헤어졌습니다. 이 겨울 그 친구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도 좀 들어 보고 이 겨울 싫다고만 할게 아니고
뭔가 뜨거운 걸 가슴속에 넣어야겠습니다.
그래야 추운 겨울이 아닌 뜨거운 겨울로 보낼 거 같습니다.
뱅뱅 도는 세상살이, 발목 닳아 없어지기 전 부지런히 돌고, 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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