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mes 아저씨 Dec 15. 2023

10화: 치즈들의 겨울

치즈 1호와 2호의 힘겨루기

치즈 1호:  힘겹고 외롭게 데크 중앙을 사수하는....

현관 앞 데크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는 치즈 1호(왼쪽), 어쩌다 집안에서 잠이 든 치즈 1호(오른쪽)

 치즈 1호는 데크중앙 현관 밖의 영역으로 나가서 다른 냥이들과 싸움을 하지는 않는 것 같고 다른 냥이(주로 블랙이 3호와 치즈 2호)가 데크 위 현관 앞으로 침입(?)하면 하악질과 악을 쓰는 울음소리로 경계를 합니다. 특히 요즘 블랙이 3호와는 밤이건 새벽이건 대낮이건 가의 매일 대치를 하고 있습니다.

예전엔 턱시도도 같이 합세하는 듯 하나 요즘엔 혼자 외롭게 침입자(?)와 대치를 하고 있습니다.

무슨 이유인지 요즘 턱시도는 한 발 물러나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다행인 건 치즈 1호의 건강상태가(외견상 보이는) 좋아져 털도 깨끗해지고 눈곱도 없어지고 덩치도 커져서 

여기 아이들 중 가장 커 보입니다.  이 애는 아직 내 손길을 완전히 다 허락하지는 않고 자기가 내게 와서 

헤딩을 할 때 목덜미를 긁어주면 그땐 가만히 있으나 평소엔 내가 손만 뻗어도 도망을 갑니다. 

나와의 거리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 같습니다.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겨울이 되고 현관 밖에서 생활하니 들어오라고 현관문을 열어 놓아도 잘 들어오지 않습니다. 

추운 밤에 들어와 자라고 해도 안 들어오고 외려 아침이 되면 들어와 밥 달라고 하기도 합니다. 

어쨌든 치즈 1호는 턱시도와는 다르게 손도 안 타고 들어오라 해도 안 들어오는 게 다행이기도 하고 또 

걱정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가장 큰 걱정은...(나 혼자의 걱정인지 모르지만)

요즘 내가 보기에 턱시도가 배신을 때릴 것 같은 느낌에 불안한데... 이 애는 요즘 신경이 곤두설 것 같습니다.  가끔 현관 앞으로 와서 밥을 달라고 하는 치즈 2호와 대치도 해야 하고 가장 큰 문제는 요즘 일부러 

도전하는 것 같은 블랙이 3호와도 힘겹게 매일 밤 대치를 벌이고 있어 말이죠...  그도 그럴 것이 우리 

집이 이 애에겐 자기 집이므로 이 현관 앞을 사수하려는 건 생존권이 달린 중요한 문제인데.... 

뒤늦게 나타난 블랙이 3호와 이 생존권이 달린 사투(?)를 홀로 벌여야 하니 말입니다.

치즈 1호는 치즈 2 호에겐 유독 강한 모습을 보이는데 같은 종인데도 둘은 한 치의 양보도 없어 보이는데 대개는 대치하다 내가 나가 중재를 하면 치즈 2호가 자리를 피하면서 끝이 납니다.


치즈 2호:  가장 이상하고도 가장 신사 같은, 약간 종 잡을 수 없는...

데크 오른쪽을 영역으로 만들고 거기서 먹고 쉬고 하는 치즈 2호

데크 오른쪽(현관 기준으로) 영역을 자기 영역으로 삼고 있고 그곳엔 턱시도도 치즈 1호도 잘 가지 않으니 

맞붙을 일은 없으나 가끔 밤이나 새벽에 현관 앞으로 와서 밥을 먹으려 하니 치즈 1호와 대치를 하고 하악질을 합니다.  그러나 이때 내가 치즈 2호 영역 밥그릇에 밥을 주면 끝납니다. 

아주 신사적으로 금방 물러납니다.  그리고는 밥을 다 먹으면 홀연히 사라지고 맙니다. 

그러나 이 앤 우리 집에서 밥을 먹은 지 일 년이 되어가는데 아직도 내게 하악질을 하고 있어 조금은 섭섭하기도 하고 밉기도 합니다. 솔직히... 그러면서도 도망은 가지 않는 이상한 애입니다.

처음엔 그래서 간식도 못 줬는데 지금은 도망은 안 가니 간식은 물론 츄르도 먹습니다. 

추르를 처음 준 날, 이 애는 거의 환장을 하다시피 먹으며 요란하고 이상한 소리를 냈습니다. 

"우우애~ 앵, 찹찹... 우애앵~옹옹옹~찹찹"

아마도 '이렇게 맛있는 걸... 우와~~~'라고 소리 지르면서 먹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엔 다릴 다쳐 걱정을 했는데 이젠 다 나아 보입니다. 다행히도... 이 애는 날이 좋을 땐 자기 영역에서 잠도 자고 뒹굴고 쉬고 하며 그 오른쪽 데크를 자기 영역으로 삼고 벗어나지는 않습니다. 덩치는 치즈 1호와 이 애 2호가 가장 큰 것 같습니다. 밥때가 되면 얌전히 앉아 기다리며 내가 가까이 밥을 주러 가면 하악질을 하며 밥그릇 쪽으로 갑니다.  얄밉지만 밥을 주면 금방 멈추는...  좀 이상한 애 입니다만... 

밥을 먹고 밤엔 가는 걸 보면 어딘가 잠잘 데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애의 구역은 처마가 없어 비가 오면 비를 다 맞아야 합니다. 밥그릇에도 비가 들어가 밥들이 물에 만 밥이 되기 일쑤고요... 방법을 찾아봤으나 종이 박스는 소용이 없고 해서 살구가 살던 집(대형견 집)을 놓고 그 안에 밥을 두기도 했으나 개의 냄새 때문인지 들어가지 않고... 인터넷으로 구매한 길냥이 집도 

이 애는 들어가지 않고... 여하튼 비 오는 날, 이 애에게 밥을 줄 마땅한 방법을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브런치북] 시골 냥이들과의 날들-2

[브런치북] 시골냥이들과의 날들 (brunch.co.kr)

[브런치북] 자두, 살구 이야기 (brunch.co.kr)

[브런치북] 어느 날 고양이 (brunch.co.kr)

감정유감 매거진 (brunch.co.kr)

사람과 사람들 매거진 (brunch.co.kr)

뱁새의 찢어진 다리 매거진 (brunch.co.kr)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