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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es 아저씨 Feb 06. 2024

6. 김산

- 내 젊은 날의 한때, 전기에 감전된 듯했던...

 이 이야기 들에 나오는 분들은 내게 문화적 영향을 준 사람들입니다

좀 더 이야기하자면 내 코드가 맞는 사람들... 거창하게 표현하자면 내 영혼의 팬? 

그냥 쉽게... 내가 좋아했던 사람들 이야기입니다. 

아무튼 이 이야기들은 나의 십 대 말부터 지금까지 내 감성의 심연에 들어온 분들의 이야기입니다. 

음악, 미술, 문학, 혁명가, 대중예술, 스포츠 등 여러 방면에 걸쳐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글들입니다

그래서 깊이 없는 그저 내 감정, 내 마음대로 쓴 글이라는 점을 미리 밝혀 둡니다.         


                          6번째: 김산

1905~1938

책 <아리랑>이 금서이던 시절이 있었다. 물론 오래전 일이다.

그 시절,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나는 전기에 감전된 듯했었다. 

한동안 그의 삶을 생각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너무나 빠져서 한동안 헤어나질 못했었다.  

'김산'또는 '장지락'이라 하는 이 사람의 삶이 너무나 깊은 울림으로 내게 다가왔던 것 같았다.

그 후로도 내 감명 깊은 도서 목록 1호에 늘 <아리랑>이 내려오지 않고 있다.

그게 80년대 중. 후반쯤으로 기억된다. 이 책이 동녘출판사에서 나온 게 1984년이니 아마도 그 후쯤이 아닐까  하는데(86 아시안 게임이었는지 당시 국제 경기가 있고 매일 TV에서 경기중계를 해주던 때였다) 당시 이 책을 돌려가며 읽었고 내 차례가 와서 읽고 다음 사람에게 주어야 하는데 나는 이 책을 간직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으나 그럴 수는 없어 최대한 아껴 읽으려고 자기 전 몇 페이지만 읽고 자려했지만 자꾸만 더 읽게 돼 

이틀째 밤에 다 읽고 말았다. 그러고도 다시 한번 또 읽고 다음 사람에게 넘겼던 기억이 있다. 

당시 동녘출판사 사장은 이 책을 출판하고 도피할 각오까지 하고 했었다고 한다.


사실 질풍노도의 시기 같던 80년대는 '전두환'의 등장과 암흑기로 돌아가는 시절, 이 책은 정말 우리들에게 

폭풍 같은 감동과 울림을 준 책이었다. 짧은 생애를 마친 '김산'은 어찌 보면 '체 게바라'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우연인지 '김산'은 '체'와 비슷한 게 있었다. 의사출신인 '체'는 50~60년대 남미 혁명에 뛰어들었고 '김산'은 처음엔 민족에 기여하기 위해 의학을 공부하겠다고 당시 최고의 의대인 북경의대(당시 협화의학원)에 입학하여 의학을 공부했었다. 무엇보다 '체'가 남미를 떠돌며 혁명에 뛰어든 것처럼 '김산'은 혁명을 위해 이국에서 떠돌다 갔기 때문인데 사실 그는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로 활동하지는 않았다.  


이 <아리랑>은 1937년 중국 최대 격동기인 이 시기에 공산당 활동을 취재하려 중국 연안에서 체류하던 미국의 여류 저널리스트인 '님 웨일즈'에 의해 쓰였는데 그는 중국 연안의 노신 도서관에서 자신이 읽으려는 영문 책들을 누군가가 계속 빌려간다는 것을 알고 그 사람을 수소문하여 만났는데 마침 영어로 대화할 수 있는 

사람도 필요했는데 바로 이 사람이 '김산'아라는 조선의 젊은 혁명가였다. 그 후 '김산'과 작가 '님 웨일즈'는 두 달에 걸쳐 20여 차례 만나 대화를 나누며 그의 삶과 고뇌와 조선의 독립을 위해 투쟁하는 독립투사들의 

지난한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걸 기록했다. 그리고 이 글들은 '김산'의 바람대로(신분이 드러나면 동지들이 위험해질 수 있어) 그 후 1941년 뉴욕에서 원제목 '아리랑의 노래'로 출간되었다. 


이 책은 일본의 식민지배와 민족독립운동을 미국인에게(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은 한국을 파악하기 위한 지침서로 이 책을 읽었다고) 또 서구인에게 알리는데 크게 기여를 했다.  또한 이 책은 50년대에 일본에서도 출판되었고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당시 지식인들에게 한국에 관한 책으로는 가장 널리 읽혔던 책이었다. 

처음 이 책을 일본에서 발견하고 국내에 들여온 고 리영희 선생은 이 책의 존재 자체가 '충격이었다'라고 까지 했는데 그가 이 책을 들여온 60년(혹은 50년대 후반이라고도 한다), 일어판으로 된 <아리랑>은 당시 리영희 교수 주변의 지식인들이 이 책을 몰래 돌려가며 읽었는데 그렇게 돌던 책이 20년 동안 행방이 묘연하다가 

어느 날 작가 박경리선생으로부터 너덜너덜한 상태로 돌려받았다고 한다. 박경리 선생은 당시 '토지'집필에 이 책이 큰 도움을 주어 사례를 하였다고 하는데 아마 '토지' 후반부 만주에서의 독립운동가들의 전투적인 

삶이 실감 나게 그려지는데 아마 박경리 선생은 이 '아리랑'에서 읽은 것을 참고해서 집필했던 것 같다.


하지만 '김산'은 '님 웨일즈'와 인터뷰를 하고 1년 후인 1938년에 엉뚱하게 중국공산당에 의해 '트로츠키 

주의자' 또는 '일제 스파이'라는 누명을 쓰고 처형당하고 말았다.

그러다 1983년 '김산'의 아들 '고영광'에 의해 재심을 요구하여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의 조치로 복권이 되었고 2005년 대한민국 정부는 '김산'에게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 하였다. 또한 '님 웨일즈'에게는 보관문화훈장을 추서함으로써 <아리랑>으로 일본의 식민지배와 민족 독립운동을 세계에 널리 알린 공로를 기렸다.

그 후 3.1 운동 100주년 기념으로 KBS에서는 다큐멘터리로 '김산'의 일대기를 방영하였으며 

한 영화사에 의해 영화로 만들기로 하고 정지영감독이 8년간이나 준비했으나 불발되었다.

또한 MBC에서는 미니시리즈로 김산의 일대기를 그린 드라마 제작을 위해 중국을 오가며 중국 측 CCTV와 

공동 제작을 하기로 했고 님웨일즈까지 만나 허락을 받고 계약단계까지 갔으나 당시 안기부의 개입으로 이 

또한 취소되었다.


그리고 이 책은 해금 후 몇 번 쇄를 거듭하여 출판이 되었고  이후 학민사에서는 '아리랑 2'를 출판을 했고 

동녘사에선 '아리랑과 그 후'란 책이 출판되었다.  2020년에는 역시 동녘사에서 역사만화가 박건웅에 의해 

만화로도 출간이 되었다(나는 만화로 출간된 건 모르고 있다가 이 글을 쓰며 자료를 보다가 만화로 나온 

것을 알고 얼마 전 구매했다).


80년대에 그렇게 이 책을 몰래 돌려가며 읽던 우리들은 이제 우리 사회에서 기성세대가 되었다. 

어쩌면 그때의 '김산'은 이제 우리들에게 향수되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내 가슴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책의 첫 번째가 이 <아리랑>으로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그것은 어쩌면 작가 '님 웨일즈'의 너무나 멋진 문체와 묘사로 책 속에서 '김산'이 살아있기 때문일 것 같기도 한다.


또한 기가 막힌 건.... 그의 이력인데

1916년 11살에 집을 나와 친척집을 전전하며 기독교 학교에 들어가 공부를 하다가 

1919년 14살에 3.1 독립운동에 참여하며 처음 독립운동을 시작하고 그 후 일본으로 건너가 동경제대응시

준비를 하다 일본노동자와 재일 조선인의 열악한 처지를 보고 무정부주의자로 흘러가다

1920년 15살에 모스크바가 새로운 사상의 원천임을 깨닫고 러시아로 가기로 하다 중국을 거쳐 가는 중 길이 막혀 신흥무관학교에 입학하기로 하나 나이가 어려 안된다는 말에 울고 불고 생떼를 부려 최연소 입학, 

여기서 3개월 단기과정 수료 후 상해로 가서 안창호, 이광수, 김원봉, 오성륜 등과 교류

1922년 17살에 북경 국립 의과대학(협화의학원) 입학(25년 광동혁명까지 다님)하여 다니다가 금강산에서 

온 붉은 승려 김충창을 만나 공산주의 사상세례를 받고 무정부 주의자에서 공산주의자로 변신... 

이게 지금 우리 나이로 하자면 중학생에서 고등학생 시절의 이야기인 것인데... 지금의 우린 이 나이 때 

오로지 대학입시라는 대명제에 수능 점수에 목을 메달 때인데 어디 저런 생각을 하고 어디 감이 소위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이 저런 사상을 가질 수 있을까... 그리고 실천을 하다니... 하는 생각에 기가 막혔다.

(물론 그 시절... 시대가 인물을 만들던 때이니 가능했던 게 아닐까...)

그는 그 와중에 영어, 독일어, 라틴어를 혼자 힘으로 배워 영어책을 읽고 저자와도 영어로 인터뷰를 하였으며 나중에는 항일 군정대학에서 일어와 한국어 수학, 화학, 물리학 등을 가르치기도 했다니...


정말 '불꽃같은 삶을 살다 간... 사람'이라는 말이 맞는 그의 삶이다.


《아리랑》의 출간은 정말 문화사적 사건이었다. 세상을 바꾸고 싶었던 청년들은 꼭 그런 삶을 살고 싶어 했고, 글깨나 쓰는 사람들은 꼭 이런 책을 쓰고 싶어 했다. 단순히 책 한 권이 출간된 것이 아니었다. 우리 곁에 홀연히 김산이 돌아온 것이다. 아니, 중국혁명의 대하에서 물속의 소금처럼 사라져 버린 우리 독립운동의 정화였던 수많은 ‘김산들’이 생환한 것이었다.”

                                                                                                 - 이 책이 출간되었을 때 서평


" 그는 내가 7년여 동안 동방에 있으면서 만났던 가장 매력적인 사람 중의 하나였다"

                                                                                                  -아리랑 님 웨일즈의 회고


* 고영광: 김산의 아들로 님웨일즈와 인터뷰 당시 태어난 걸로 추정되며 옥중 동지였던 중국여인과 결혼하여

     낳은 아들로 당시는 처형된 반동분자의 아들로 낙인 되는 게 싫어 김씨 성을 따르지 않고 후에 재혼한 

     남편 고씨 성을 따서 고영광이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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