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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es 아저씨 Mar 12. 2024

7. 박경리

-행복했던 소설 읽기... 그해 여름

이 이야기 들에 나오는 분들은 내게 문화적 영향을 준 사람들입니다

좀 더 이야기하자면 내 코드가 맞는 사람들... 거창하게 표현하자면 내 영혼의 팬? 

그냥 쉽게... 내가 좋아했던 사람들 이야기입니다. 

아무튼 이 이야기들은 나의 십 대 말부터 지금까지 내 감성의 심연에 들어온 분들의 이야기입니다. 

음악, 미술, 문학, 혁명가, 대중예술, 스포츠 등 여러 방면에 걸쳐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글들입니다

그래서 깊이 없는 그저 내 감정, 내 마음대로 쓴 글이라는 점을 미리 밝혀 둡니다.

                         7번째: 박경리

1919~2008

이분에 대해 무슨 수사 필요하고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감히 내가...

그해 여름은 '토지'읽기가 있어 행복했다. 94년이었을 것이다. 이분의 소설 '토지'에 빠져 있던 것이...


다 알겠지만 토지는 한국의 역사적인 배경을(구 한말부터 광복까지) 바탕으로 한 소설로, 그 속에서 다양하고 수많은 등장인물들의 삶이 그려지는데 그들의 꿈과 사랑, 욕망, 갈등, 희망 등이 거대한 실타래처럼 얽히고설키고 풀리며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 소설을 읽고는 여러 감정과 생각이 뒤섞이게 되었는데... 

그 진한 여운이 오래도록 남아 있는 건 마치 오래가는 향수의 잔향 같은 느낌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좀 유치하지만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며 그 시대 내가 최서희와 엮인 인물로 살았다면 나는 어떤 삶을 

살았을까 하는 상상을 하기도 했었다.(조준구 같은 삶을 살았을지도...) 그렇게 토지 속 인물들의 삶과 욕망을 통해 나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되었는데 가족과 사회(국가), 사랑(신분제 사회가 가지고 있던 충성까지) 그리고 인간의 본성에 대한 심오한 생각까지도 했었다 감히....

그 다양한 인물들(600여 명이 나온다)의 삶이 입체적으로 표현되니 하나하나 등장인물들의 삶이 허투루 

볼 수 있는 인물이 하나도 없는 데다... 시기별 역사적 사실들이 굽이굽이 흐르는 강물처럼 역사의 계곡으로  

흘러 장대한 바다로 나가니 거기에 인물들의 다양한 개인적 서사와 역사적 사실이 씨줄과 날줄처럼 촘촘히 

얽혀 빈틈없어 읽는 이로 하여금 빠져들 수밖에 없고 헤어 나오게 할 수 없는 것이다.

 소설 읽기는 마치 도도히 흐르는 역사의 강을 건너는 것 같은 감동과 떨림으로 그 깊은 강을 건넜는데 

나를 그렇게 인도하여 강건너로 인도한 뱃사공이 이 박경리 작가분이었고 그렇게 이분의 넓이와 깊이에 

빠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사실 고교시절, 나와 동갑인 사촌이 있었는데 그녀가 내게 '토지'를 이야기하며 권했을 땐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그런 소설이 있었어? 라며 되물었던 기억이 있다.(그가 나를 얼마나 한심하게 느꼈을까) 그녀가 소개한 

당시 1976년판은 소프트 커버의 세로 2단으로 편집된 것으로 기억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당시는 3부

까지 전 9권으로 출간되었을 때였다.  그러나 세월이 흘렀다고 이 소설 읽기에 선뜻 시작을 못했다. 

토지가 워낙 방대한 양이라... 엄두가 안 났다. (누구나 한 번쯤 토지 전권 읽기에 꿈을 꾸지만 원고지 만 3만 매가 넘는 분량이라 ) 그러다 또 한참 세월이 흐르고 93년에 솔출판사에서 나오기 시작한 토지를 한 권 한 권 낱권으로 사서 읽기 시작했는데 94년에 연재가 끝난 16권으로 완간되어 5부까지 완간이 되었다.

1부에서 4부까지는 전 3권, 5부는 전 4권으로 나왔는데 한 권 한 권 나올 때마다 마치 기다리듯 서점으로 

달려가 사서 읽었다. 이후 솔출판사가 출판권을 반납하기도 하고(완간 후 인세문제로 분쟁이 있었다고 한다) 

구간으로만  떠돌다 2002년 나남출판사에서 전 21권으로 다시 출판을 했다. 

그러다 작가 사후 2012년 마로니에 북스에서 전 20권으로(1~3부는 전 4권, 4부는 전 3권, 5부는 전 5권으로) 재출간되었다는 뉴스를 읽었다.

그전 2007년에는 마로니에 북스에서 만화로 출간이 되었는데 이때 오세영작가가 그림을 그렸고 전 7권으로 제1부가 발간되었다. 이때 박경리 선생께서 '이렇게까지 재현해 낸 것만으로도 대단하다'라고 칭찬을 했다고... 나는 그해 냉큼 이 만화를 사서 다시 한번 토지 읽기의 행복에 빠지려 했으나 소설원작 읽기만큼 빠지지 못했다. 그러나 오세영 작가는 공교롭게도 원작자인 박경리 선생이 떠난 8년 후 같은 날인 월 5월 5일 어린이날 갑자기 세상을 떠나고 말아 토지를 완간하지 못했다. 결국 박명운 작가가 이어받아 2부(8권~17권)가 2015년 완간되었다.(나는 개인적으로 오세영 그림을 훨씬 좋아한다) 궁금한 것은... 원작자 박경리 선생도 호평했다는데 그가 생전에 왜 완간하지 못했는지...


또한 토지는 1983년 1부가 일본 문예신서에, 1994년에는 역시 1부가 프랑스에서, 1995년에는 영국에서 

번역이 되었고 독일에서도 그 후 출간이 되었다는 기사를 보았는데 소설에서 나오는 진한 경상도 사투리를 

어찌 번역했으며 그 맛깔난 토속적 분위기가 어찌 전달이 될까 궁금하기도 했다.

그 나라 들은 그 후 완간을 했는지... 마찬가지로 일본은 그 후 전권을 완간할 예정이라 들었는데 완간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또 대단한 것은 소설에 나오는 역사적 사실에 대해 해박한 지식과 어떤 사조나 경향에 대한 것을 소설 속에서 등장인물의 생각을 빌려 풀어내기도 하는데 이것으로 박경리의 생각이나 사상을 엿볼 수 있는데(일본 문화나 역사에 대해 그 깊이가 정말 대단하다) 그러나 말년에는 작가는 생명사상이라는 것으로 심취되어 그의 사위(김지하)와 함께 설파를 했다.

박경리의 사상을 엿볼 수 있는 기회는 김용옥과의 대화에서도 알 수 있는데 '일본은 한마디로 칼의 역사이고 

뼛속 깊은 야만의 문화'라고 단정 지은 걸 보면 일본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알 수 있다.

"스사노오미코토의 이야기가 말해 주듯이 일본의 역사는 처음부터 정벌과 죽임입니다. 사랑을 몰라요. 본질적으로는 야만스런 문화입니다. 그래서 문학작품에서도 일본인들은 사랑을 할 줄 몰라요. 맨 정사뿐입니다. 치정(癡情)뿐이지요. 그들은 본질적으로 야만스럽기 때문에 원리적 인식이 없어요. 이론적 인식이 지독하게 빈곤하지요. 그리고 사랑은 못하면서 사랑을 갈망만 하지요."라고 일갈을 했다.

 

또한 토지 후반부 만주 용정에서의 생활이나 독립군의 활동에 대해서는 전편에 쓴 김산 일대기인 '아리랑'을 읽고 그 시대의 독립투사들의 삶을 소설에 녹여낸 것이라고 하는데 사실 소설을 쓸 때는 중국과 수교가 되기 전이어서 소설 쓰기를 위한 현지답사등을 할 수 없는데도 그렇게 실감 나게 묘사를 한 것은 아마도 그것 때문이 아닐까 하기도 하는 것 같다. 


한 작품으로 26년간이나 매달려 쓴다는 건 보통의 인내와 보통의 생각으로는 가능하지 않을 것 같다.

그분만의 독특하고 비범한 의식이 있어 가능할 것이다. 


어쨌든 그해 여름 토지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때, 그때처럼 행복한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했던 기억으로 

다시 한번 소설 읽기의 행복에 빠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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