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 조원희, 만만한 책방
“너 같은 거 꼴도 보기 싫어.” 친구의 이 말에 주인공은 목에 가시가 걸린 듯, 내내 미움의 감정에 사로잡힌다. 어린이의 시선에서 느껴지는 미움의 감정들. 밥을 먹으면서, 목욕을 하면서, 신나게 놀면서도, 목욕을 하면서도 주인공은 미움의 감정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 미움은 점차 커져서 마음이 미움으로 가득 차버리고 만다. 어느 날, 주인공 아이는 팔에 부스럼이 났던 때를 떠올리며,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된다. 그러고선 결심하며 독설을 퍼부은 아이에게 “나는 더 이상 너를 미워하지 않기로 했어.”라는 말을 하며 스스로의 미움에 대한 마음을 해방시킨다.
한 마디 말이 가슴에 내리 앉아 미움의 티끌이 내 마음속을 돌고 돌아 딱딱한 응어리가 될 때가 있다. 그 응어리는 시간이 지나면서 뇌리에서 돌다 보면 엄청 커진 눈덩이가 된다. 그 말. 그리고 쓸데없이 커버린 미움들. 가시 돋혀있는 스스로가 너무 한심해서 도대체 뭐가 문제 인가 되물어 보는데, 그러다 보면 내가 밉다. 원인 제공을 한 누구한테든 핑계를 대보고 싶었지만, 결국 그 화살 끝은 돌고 돌아 나를 그렇게나 아프게 찌르고 있었다. 분명 나는 누군가의 말의 가시에 찔린 건데, 그 가시를 눈덩이처럼 불려서 나를 향하는 화살들로 만든 것은 나였다. 내가 나를 미워한다는 것은 정말 슬프고도 아픈 것이었다. 이쯤 되면 치료 약도 없어 보였다. 내 스스로가 미움에 사로잡히는 것은 정말이지 깜깜한 동굴 안에 갇혀버린 느낌이었다.
행여나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며 괜찮다는 위로나 왜 그러냐며 이상한 사람이라는 비난을 받을 때면 더더욱 그 화살 촉은 날카롭고 깊게 찔려왔다. 미움이라는 것은 나를 갉아먹는 것이었다. 미움이라는 부정의 감정 속에서 허우적거릴 때는 모든 신경은 날카로워져서 누군가의 관심이나 진심이 닿을 마음의 여유도 없었다. 동굴 안에 작은 불빛이 보였더라면 나의 마음가짐은 조금 달랐을까? 혼잣말을 하고, 주먹으로 맨 가슴을 치며 어둠 속에서 내 마음 깎아 먹던 시간을 꽤나 보낸 듯싶다. 누군가가 아니라, 그저 내가 나를 해방 시키는, 책 속 주인공의 한마디를 빨리 알았더라면.
어리석은 나는 한참을 헤메고 나서야 내가 사랑받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 사랑받을 만한 존재라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의 꼬맹이에겐 없어선 안될, 그 아이에겐 아직은 커다란 세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미움의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미워하는 것을 멈춰보기로 했다. 사실 끝도 없는 미움은 나를 참으로 지치고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힘들었다. 거울을 보기 시작했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유독 마음이 따뜻해지는 향수를 괜히 한번 더 뿌려보고,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본다. 즉각적이고 현실적인 해답을 찾아 헤맸고, 그것을 찾지 못해 슬펐는데, 지나고보니 그저 그 정답은 나였고 내 마음이었다. 내가 조금씩 나를 미워하는 것을 멈춰보았다. 엄청난 속도로 달리던 기차를 갑자기 멈추기란 쉽지 않았지만, 속도가 낮아지고 나니, 이제는 내가 보였다. 꽤나 괜찮은 내가.
나는 여전히 모래알 같은 말들이 내 마음속에 들어올 때면, 까슬거림을 예민하게 느끼고, 어쩔 땐 나조차 어려운 내가 너무 싫지만, 미워하지 않을 용기를 가지려고 노력한다. 그 작은 모래알이 내 하루를, 내 마음을 온통 휘집어 놓기엔 내가 소중하기 시작했다. 혹여나 원망하고, 자책하며 실망하는 마음이 커지려고 하면 그러지 않으려고 해본다. 나 스스로이든 누군가를 향한 것이든, 미워하는 감정에서 벗어나서 나 스스로를 힘들게 하지 않으려는 노력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