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불안)엄마의 응원

[오늘은 엄마 차례] 기미 아키요, 책과 콩나무

by 제이미

꼬맹이의 성장 속도는 항상 나보다 반박자쯤 앞서 나간다. 키가 자라고 몸이 단단해지는 속도보다도 마음과 생각이 커지는 정도는 정말이지 매번 놀라움의 연속이다. 아이의 대견한 성장을 마주하는 어른이인 나는 한편으로 아쉬운 마음과 함께 복잡한 생각들이 들곤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눈물을 찔끔 흘리는 편인데, 꼬맹이는 “엄마, 엄마가 잘 키워줘서 내가 잘 크고 있는 거니까, 너무 감동하지 마요.”라고 말해준다. 짜식.



이 책 속의 귀여운 꼬마 아가씨는 어느 날 엄마에게 말한다. 오늘부터 혼자 자겠노라고. 워낙 엄마품 아니면 잠을 못 자는 아이라, 엄마가 대견하면서도 걱정이 되었다. 꼬마 아가씨는 방에 있는 많은 인형들을 줄지어 세운 뒤, 하나씩 함께 자는 요일을 정해준다. 그런 계획표를 보면서 엄마는 얼마나 마음이 벅차올랐을까. 아이가 절대 하지 못할 것 같은 일에 용기를 낸다는 것, 도전해보려고 계획을 세워 보는 것, 이 모든 것을 또박또박 눈 마주치며 말해주는 것은 정말이지 ‘엄마’가 아니면 온전히 그 마음 그대로 다 담아 볼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의 의견을 그대로 들어주며 엄마는 혼자 자기 미션을 응원해 준다. 그러다 어느 날, 엄마는 인형들 사이에 웅크리고 앉아있다. 의아해 하는 아이에게 엄마는 “오늘은 엄마 차례!”라며 말한다. 이 엄마도 어지간히 마음의 준비가 안되었었나 보다. 풉 웃음이 나왔다. 그날 차례였던 고양이 인형과 함께 엄마는 꼬마 아가씨와 좋은 밤을 보낸다. 정말 귀여운 엄마와 딸의 이야기였다.


절대 엄마 아니면 안 되는 것들이 아이들에게는 꼭 하나씩은 있기 마련이다. 그 하나가 어쩔 땐 엄마들로 하여금 머리 싸매게 하는 골칫거리일 때도 있지만, 한편으론 그것이 없어지고 나면 아이의 성장을 인정하면서도 헛헛한 마음 또한 남을 것 같다. 나의 꼬맹이도 항상 서툴지만 부지런히 다부지게 커가는 중이다. 점점 스스로 할 줄 아는 것이 많아지면서 엄마의 손길이 닿는 것들이 줄어듦에 따라 대견하기도 하지만, 저렇게 조금씩 내 품에서 떨어지는 중이라 마음이 몽글몽글 해진다. 혼자 자겠다고 한 어느 날 밤은 나도 모르게, “오늘은 안돼. 엄마가 마음의 준비가 안됐어.”라고 말해버렸다. (잘 때 유독이나 이쁜) 아이의 숨결과 냄새가 아직도 나에겐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딥슬립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또, 자다가도 무의식에 "엄마~" 하고 피식 웃는 모습이나, "엄마 사랑해요" 하는 잠꼬대가 아직 좋아서도 그렇다. 우리 애는 언제 크나 싶다가도 언제 이렇게 컸나 하는 걸 보면 나는 진짜 갈팡질팡 갈대 같은 마음의 덜 성숙한 엄마다.


부모라면, 엄마라면, 아이를 위해 조금은 앞에서 좋은 방향과 길을 보여주며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한 나의 가치관은, 꼬맹이를 낳고 아이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며 조금은 바뀌었다. 기다리고 지켜보는 것. 나보다 항상 반걸음은 빠른 아이를 내가 옆에서 속도 맞추며 함께해 준다는 것, 아니면 반 박자 느린 그 뒤에서 든든히 받쳐 주는 것으로 말이다. 꼬맹이는 항상 내 예상과는 다르게 앞서 나가며 커왔으니. 어리바리 준비 안된 서툰 나로선 속도를 아이에게 맞춰 쫓아가는 게 더 맞는 것 같다.


아이의 모든 감정들을 온전히 품어주는 엄마가 된다는 것이 매해 다이어리의 앞 장에 적어 놓는 다짐인데, 매년 계속 적고 있는 것을 보면 아직도 엄청 부족한 엄마이다. 그 과정 속에서 사실은 내가 아이를 키우는 게 아니라, 아이가 나의 마음 근육을 키워주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아이가 두려움을 극복하고 용기 내었을 때, 당황하는 모습이 아닌 기다렸다는 듯 반기고 응원해 주는 모습을 하고 싶다. 어른이 된 나도, 누구보다 씩씩한 나도 여전히 ‘혼자’라는 것이나 ‘처음 하는 도전’엔 조금 무섭기도 한데, 그것을 나의 꼬맹이가 용기 내어 해 본다고 할 땐 누구보다 멋진 모습으로 응원해 주고 싶다.


그리고 혹여나 그 도전이 실패여도 정말 멋지다고 손뼉 쳐줄 수 있는 엄마이고 싶다. 두려움을 극복한다는 것은, 극복했다는 자체도 대단하지만 극복해보려고 한 도전이 있기에 가능 한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아이 때문에 성장하고 있는 으른이인 나는, 아이에게 배우듯 나의 꼬맹이도 마음속 근육이 단단하게 크면 좋겠다. 책 속의 엄마처럼 나도 ‘엄마 차례!’를 외치는 날들은 이제 조금씩 더 많아지겠지만, 아이의 성장과 도전을 항상 감사하며 믿음과 응원을 충분히 해주어야겠다 또 한 번 다짐 해본다.

이전 03화아빠, 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