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녀석 맛있겠다] 미야니시 타츠야, 달리
“어떻게 내가 네 아빠라는 거냐?”
“아빠가 내 이름을 불러 주었잖아요.”
“이, 이름을 불렀다고?”
“예, ‘고 녀석 맛있겠다’라고요. 내 이름이 ‘맛있겠다’지요?”
알에서 태어나서 엄마 아빠가 보이지 않자 슬픈 안킬로사우르스는 하염없이 걷다가 배고픈 티라노사우르스를 만난다. 티라노사우르스는 안킬로사우르스를 보자 입을 쩍 벌려 한입에 꿀꺽할 요량으로 “고 녀석 맛있겠다.”라고 말한다. 그 순간 안킬로사우르스는 “아빠!!”라고 말하며 왈카닥 매달리며 슬펐노라, 무서웠노라 말한다. 본인의 이름을 ‘맛잇겠다’로 착각하며 티라노사우르스를 아빠라고 말하는 책의 이 부분은 정말이지 발상이 귀엽고 재미있었다. 그날부터 티라노사우르스는 부상을 무릅쓰고 다른 육식 공룡으로부터 아기 안킬로사우르스를 보호하고, 좋아할 열매도 듬뿍 따주며, 돌보아준다. 아빠처럼 멋진 공룡이 되고 싶다는 아기에게 박치기도 알려주고 달리기도 알려주며 키워준다. 어느 날 엄마 아빠 안킬로사우르스를 발견한 티라노사우르스는 아기를 보내 줄 결심을 하고 뒤돌아 보지 않고 뛰기 시합을 하며, 헤어짐을 선택한다. “잘 가라, 맛있겠다야…”
이 책은 맛있겠다의 귀여움에 미소를 머금으며 읽어주기 시작하다가 어느덧 티라노사우르스에 마음이 더 가서 울먹거림으로 마무리가 된 책이었다. 사실 그림과 제목을 보고선 지나치던, 지극히 개인적으로 나의 취향이 아닌 책이었다. 아들 꼬맹이 녀석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구매해서 읽게 된 이 책은 투박해 보이는 그림체와는 완전 다른 섬세한 감성 동화였다. 아직은 어린 나의 꼬맹이는 맛있겠다가 엄마 아빠를 찾아서 다행이란 말도 했지만, 오열 각인 나에겐 그런 헤어짐을 선택하고 고이 보내주던 티라노사우르스의 마음이 더 크게 남았다. 나의 아빠가 생각이 나서였다.
결혼하고 나란 첫째가 생겼고, 서툴지만 정말 누구보다 열심히 슈퍼맨이 되었고, 열렬히 사랑하며 키운 첫 딸을 유학 보내고, 시집보낼 때 아빠의 마음이 저랬을까. 결혼식이 끝나고 비행기에 타서 아빠가 적어준 편지를 꺼내 읽었는데, 거기엔 이렇게 쓰여 있었다.
포르르 날아오른 아기새
깃털 부스러기
여직 남은
네 향기로운 숨결
짚단 둥우리
시공위에 못박은
어미새의 시선,
아! 나의 큰 딸, 나래를
테어날 때부터 아빠를 많이 닮은 나는 닮아서 그런 건지 아빠가 딸바보라 그런 건지 누구보다 아빠 사랑이 충만하게 자랐다. 밖에선 호랑이 같은 사람이었을지 몰라도 나에겐 한없이 유한 사람이었고, 꼰대같이 본인 생각이 확고하면서도 내 얘기는 다 들어주셨다. 아빠니까. 아빠라서. 아빠라고 불러주니까 한없이 어려웠을 예민한 딸 세심하게 대해주고 사랑 주며 키웠는데 아빠 품에서 놓아줄 때 마음은 참 시렸겠다 싶다. 요즘이야 딸 시집보낸다고 잘 못 보고 출가외인 취급하진 않지만, 그래도 마음이 헛헛하셨겠다는 생각이 든다. 영원할 것 같던 아빠의 울타리를 어느덧 커서 떠나 있는 모습이 당연하면서도 나는 그때가 그립고 감사하도 애틋하다.
그리고 죄송하다. 나도 엄마인지라 아이를 키우며 느끼는 건, 이 아이는 나의 소유가 아닌 나를 언젠가 떠날 사람이라는 것, 내 품을 떠나보낼 때 최대한 단단하고 멋진 사람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나의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런 나는 우리 아빠의 자랑이었을까. 한없이 퍼주는 우리 아빠에게 나는 오래도록 둥지 안의 아기 새가 아닌 이젠 친구 새가 되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