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엄마를 골랐어

[내가 엄마를 골랐어!] 노부미, 위즈덤하우스

by 제이미

“엄마, 내가 하늘에서 이렇~게 보고 있다가 제일 착하고 예쁜 아가씨를 골라서 태어났어. 그래서 난 엄마를 세상에서 제일 사랑해요. 내가 엄청 잘 골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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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꼬맹이가 하늘에서 나를 점지해서 이 세상에 태어났다는 엄청나게 기발하고 귀여운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어쩜 쪼끄만 녀석 머리에서 저런 생각이 나오지 신기했었는데, 서점에서 이리저리 구경하다 딱이다 싶은 제목의 책을 보았다. 내용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같이 읽어보고 싶어 사온 책은 정말이지 놀라웠다. 아기 천사가 하늘에서 다른 천사들은 원치 않았던 얼렁뚱땅 엉망진창 엄마를 고른다. 뿅 하고 배에 생기고 나선 엄마와 태동으로 이야기도 함께 하고, 많은 감정을 공유한다. 아가를 처음으로 품에 안은 엄마는 수고했어, 사랑해 이야기를 해준다. 임신하고 있을 때 쉬지 않고 이야기를 나눈 수다쟁이를 드디어 만나서 감격한다. 아이가 생긴 것도, 아이를 출산해 본 것도 나에겐 너무 기적 같은 일이라서 일련의 이야기들이 너무 뭉클뭉클 내 이야기 같았다.


정말로 내가 아닌, 아이가 나를 선택해 준 것 같은 그 느낌이 종종 들 때가 있다. “너 꼭 닮은 애 낳아봐서 키워봐야 엄마 마음 안다.”라던 우리 엄마의 말씀 그대로, 생김 빼곤 엔간한 기질은 그저 내 판박이인 나의 꼬맹이는 나에게 정말 많은 나의 어릴 적 모습과 마음을 투영해 준다. 나도 어려운 어릴 적 나를 이제야 보듬어 주는 나의 꼬맹이는 나의 전용 치료사이다. 나에겐 요녀석이 위로의 아이콘, 채움의 아이콘이다. 꼬맹이가 하는 행동을 보니, 어릴 적 나는 이런 마음이었었구나, 그래서 이런 행동을 했구나, 엄마 아빠가 다르게 해주었다면 어땠을까를 생각해 보게 된다. 적어도 나의 아이에겐 지나서 느낄 빈칸이 적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어서 감정의 부족함 없이 많이 표현하고 안아주려고 한다. 나의 아이에게 이렇게 함으로써 나의 가슴 한켠 어딘지 무언지 모를 빈칸들도 채워지고, 내가 진짜 어른으로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걸 보면 정말 나의 꼬맹이는 나를 위로하고 채워주려고 나에게 온 천사인가보다 싶다.


아기는 점점 자라서 엄마에게 야단맞을 일이 많아진다. 처음엔 그저 고맙기만 한 벅찬 감동의 생명체가 키우다 보면 바르고 건강하게 잘 키워야 한다는 책임감에 혼낼 일이 잦아진다. 아이의 성장 속도에 맞춰 부족함 없이 알려주고 싶은데 잘 하고 있는 건지도 잘 모르겠고, 애 키우는 게 뭐라고 나는 왜 이렇게 바쁘고 피곤한지도 모르겠고, 엉터리 엄마인 것 같아서 반성의 밤도 늘어난다. 책에서도 점점 야단맞는 게 많아진 아이는 엄마에게 이렇게 말한다. “내가 엄마를 골랐어요!” 당황한 엄마는 왜 엄마를 골랐냐고 물어봤더니, 아이는 이렇게 답한다. “엄마를 기쁘게 해 주고 싶었어요.”


엄마가 기뻐하는 것이 아이들에겐 얼마나 큰 행복인지 새삼 다시 깨달았다. 우울한 나의 어느 시절에 매일 “엄마 오늘 행복했어요?”라고 묻던 나의 꼬맹이가 생각났다. 내가 웃으면 웃고 내가 울면 더 서럽게 울던 아이와 나는, 우리는 단짝이었는데, 어느새 짝꿍이 어른인 척 혼내고 화내고 그랬구나 싶어서 미안했다. 그저 존재만으로도 빛나는 나의 꼬맹이에게 ‘엄마’라는 이름의 책임감으로 점점 무서워지는 것 같아서 많이 찔렸다. 엄마를 웃게 해주는 특명을 가지고 나에게 온 것 같은 나의 사랑스러운 꼬맹이는 매일 기똥찬 방법으로 나에게 여러 종류의 웃음을 선사해 준다. 이제 좀 그만했으면 좋겠는 엉뚱한 표정이나 행동도 있지만 (사실 많지만), 엄마가 기쁜 모습으로 쳐다봐 주는 것으로 더 많은 감정 충전을 하고 있는 아이의 두 눈을 바라보고 있자니 마음이 새삼 벅차오른다. 그렇게 작은 것이지만 함께 웃고 기쁨 나누며 따뜻한 짝꿍으로 같이 커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쩔 땐 생각해 보면 아이보다 반박자 느리게 크는 것 같은 초보 엄마인 나는 오늘도 나를 선택해 준 꼬맹이 덕분에 또 채워가는 하루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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