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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함과 속도사이

나만의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by 제임이

나는 늘 신중하고 철저한 사람이었다. 주어진 일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사소한 부분까지 꼼꼼하고 완벽하게 준비하여 실수 없이 해내는 것이 내 삶의 방식이자 자부심이다.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 충분히 검토하고, 가능한 최선의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것을 선호한다. 그러나 회사를 창업하고, 게다가 얼마 전부터는 신사업을 이끌게 되면서, 이러한 나의 성향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스타트업 환경에서는 ‘완벽한 준비’보다 ‘불완전하더라도 빠른 시도와 피드백’이 더 중요하다는 현실과 마주하게 된 것이다.


이 현실은 나를 무척 힘들게 했다. 완벽한 준비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머리로 이해하기까지도 오래 걸렸고, 머리로 알고 난 후에도 마음은 늘 부족함을 느꼈다. 새로운 시도를 할 때에는 그 일이 안 될 이유들만 눈에 잔뜩 보였고, 안 될 이유들을 먼저 해결하지 않으면 시작할 수 없었다. 쉽게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에 시간이 흐르고, 빠르게 해내지 못한다는 스트레스까지 더해졌다. 완벽하게도, 빠르게도 해내지 못하는 나 자신에 실망하고 자책했다.


하지만 물러날 곳이 없었다. 나는 포기하는 대신 나만의 방식으로 해결책을 찾아갔다. 가장 먼저 '선제적 준비' 전략을 세웠다. 다른 사람들보다 더 일찍 준비를 시작하는 것이다. 제안서 작성에 1-2주가 주어진다면, 나는 3-4주 전부터 조금씩 아이디어를 모으고 구체화했다. 시동을 일찍 걸어두는 것이다. 또한 '지속적 학습'을 통해 평소에도 다양한 지식을 쌓았다. 이렇게 축적된 지식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도 빠른 대응을 가능하게 했다. 마지막으로는 스트레스 관리를 위한 나만의 시스템을 만들었다. 스트레스가 심할 때에는 노트 1장을 다 채울때까지 쉬지않고 글을 쓰는 1장 일기를 썼다. 주말의 철저한 오프타임도 나를 지키는 중요한 도구가 되었다.


여전히 나는 완벽하고 꼼꼼한 준비를 즐기고 높은 기준을 추구한다. 복잡하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대응하며, 현실적이고 확실한 것을 선호하는 성격도 그대로다. 다만 이제는 조금은 유연하고 여유롭게 대처한다. 완벽한 준비만을 위해서 애쓰지는 않으며, 모든 사람이 나와 같은 기준과 속도로 일할 수 없다는 것도 머리로는 받아들였다. (ISTJ는 아쉽게도 마음으로까지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나의 신중함과 철저함이 때로는 팀과 회사에 안정감을 주고, 침착한 리더의 모습으로 비춰진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조금은 대충해도 된다'고,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나는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하던 대로 하라’고 강력하게 이야기해주고 싶다. 신중하고 꼼꼼한 성향은 나의 정체성이자 강점이다. 이를 포기하는 것 보다는, 변화하는 환경과 성장하는 팀에 맞춰 재정의해보면 어떨까?

앞으로도 나는 계속해서 나만의 방식으로 일해나갈 것이다. 오늘도 철저한 준비와 빠른 실행 사이에서 갈등하며, 나만의 균형을 찾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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