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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ie Feb 21. 2022

경직된 팀장. 어깨에 힘을 빼자

팀장에서 리더가 되기까지 - 잽잽. 훅~


팀장을 맡게 되면 해야 할 것들이 눈앞에 산적해진다. 이전 팀장이 못 했던 업무들을 보기 좋게 만들고 싶고, ‘나만의 팀’도 만들어보고 싶어 진다. 대표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무언가도 해야 한다. 의사결정 사안도 물밀듯이 밀려온다. 어떤 팀원은 내가 팀장이 된 걸 못 마땅해하는 것 같다. 신경 쓸게 한두 개가 아니다.


팀장은 본인도 모르게 경직돼 버린다. 세상의 모든 짐을 다 짊어진 것 같다. 주말에도 회사에 나와 답도 없는 고민들을 한다. 월요일에 출근해 애써 웃어보지만 그것도 잠시. 현실 속으로 들어가 있는 나를 마주하면서 나도 모르게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킹덤(나의 팀, 리틀 킹덤)이면 뭐하나. 나 하나도 다스리지 못하는데.


거북목에 한껏 인상 쓴 얼굴로 타자를 두드리고 있는 내가 보일 것이다.  


당신도 지금 이러고 있을까

어깨엔 잔뜩 힘이 들어가 있고, 표정은 세상 누구보다 진지하다. 어딘가 분주하고, 급해 보인다. 선뜻 다가가 말 걸기 어려운 존재. 열심히 일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진지하거나 꼼꼼하지 말라는 것도 아니다. 앞만 보고 냅다 달리고 있는 나의 모습이 내가 그토록 원했던 리더의 모습인가에 대한 반문이다.


나는 리더의 행동을 권투선수에 비유하곤 한다. '잽잽. 훅~'


권투 선수는 시합에서 매번 어퍼컷이나 스트레이트를 날리지 않는다. 대부분 잽(jab)을 쓴다. 잽은 상대방에게 결정타를 먹이기 위한 선제타다. 어깨에 힘을 풀고 잽을 날린다. 잽 공격으로 상대방을 맞추지 못하면, 멀리서 나오는 큰 동작의 결정타(어퍼컷/스트레이트)를 성공할 확률이 낮아진다.


리더는 매번 결정타를 날릴 수 없다. 매일 성과를 내면서 전진할 수 없다. 리더이자 팀장의 역할은 중요한 사안들을 선정하여 ‘큰 것 한방’을 끄집어내어 때리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깨에 힘을 빼고 나를 포함한 주변을 둘러봐야 한다. ‘나의 일’에만 매몰되지 말고 팀원의 일도 둘러봐야 한다. 대표, 상급자의 고민을 듣고 같이 나눌 수 있어야 한다. 팀의 방향이 제대로 가고 있는지 한걸음 뒤에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모든 사안을 심각하게 볼 필요가 없다. 모든 일이 나의 우선순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의도적으로 힘 빼는 연습

나 역시 팀장이 되고 3개월은 어깨에 힘을 잔뜩 주고 일했다. 어느 날, 우연히 찍힌 내 모습을 봤는데 (위에 사진처럼) 승모근이 잔뜩 긴장해 있었다. 웃는 모습조차 어색해 보였다.  


그 후로 나는 의도적으로 노는(?) 시간을 가졌다. 혼자 산책을 하기도 하고, 일부러 시간을 내어 다른 동료들과 티타임을 했다. 업무 중에 10분 정도 짬을 내어 명상을 하면서 불안하고 부산스러운 마음을 가다듬었다. 6개월가량 지나니 자연스럽게 여유가 생기는 걸 느꼈다. 팀은 나 혼자 이끄는 것이 아닌 팀원, 회사가 발맞추어 달리는 것이라고. 팀이 어렵다고 혼자 낑낑대지 않게 됐다.


왜냐고? 결국 큰 것 한방이면 되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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