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손에 이끌려 성당에 갔었다.
뭘 배웠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첫영성체를 받았다.
아이들을 계단에 세워두고 기념사진을 찍는 중이었다.
뒷 줄에 있던 남자애 하나가 쪼그려 앉아 앞 줄에 선 여자애들 종아리 굵기를 평했다.
돌아서서 그 친구의 배를 주먹으로 쳤다.
다시 말하지만 기념 사진을 찍는 중이었고, 내가 소위 '바디블로우'를 하자마자 그 사진 기사 뒤에서 우리를 바라보던 남자애의 어머니가 우리 엄마한테 귓속말을 하는게 보였다.
나는 그날 아빠에게 호되게 혼이 났다.
아,
종아리 굵기를 평한 그 아이는 아주 하얗고, 키가 작고, 뚱뚱했다.
이 말을 하려고 성당 얘기를 꺼낸게 아니다.
모든 것은 엄마들의 성당모임에서 시작되었다.
초등학교 5학년이 되었을 때, 발 빠른 엄마가 조기어학연수를 추진했다.
성당 모임의 또래 아이들을 데리고 있는 엄마들끼리 얘기가 나왔나보다.
필리필 마닐라의 부촌에 살고 있는 한인 가족이 홈스테이를 모집한다는 것이었다.
공부를 곧잘하던 시절의 어린이는 초등학생만큼의 야망이 있었고, "네가 없으면 내가 1등이야"하던 만년 2등 같은 반 남자아이의 말을 뒤로하고 호기롭게 비행기에 올랐다.
워낙 까맸던 탓에, 따갈로그어로 말을 걸어오는 현지인들에게 "I'm sorry?"라고 자주 대답해야했던 거 외에는, 별로 불편했던게 없었다. 같이 갔던 아이들이 거진 나 또래.. 아니면 어렸거든.
마닐라 부촌에 위치한 수영장 딸린 저택이었다.
에어컨은 맘껏 켤 수 있었고, 가끔 벽에 붙어있는 도마뱀은 재미있었다.
저녁이 되면 부촌의 게이트를 잠그는 경비 아저씨가 있었다. 우리 앞집에는 아주 유명한 필리핀 가수가 산다고 했다.
대리석 바닥을 마구 뛰어다녀도 청소와 빨래, 밥을 도맡아 해주는 아떼가 있었다.
아떼는 몇 번 바뀌기도 하고, 또 바뀐 아떼는 몇 번 주인 아주머니에게 혼나기도 했다.
우리가 먹는 공룡모양 비타민을, 주스 가루를, 과자를 몰래 훔쳐먹어서 그렇다고 한다.
아떼가 울며불며 캐리어를 끌고 수영장 옆, 쓰러져가는 집에서 나오는 걸 아주머니가 막아서기도 했다.
영어가 안 통해서 나무라는 걸 자길 쫓아내는 줄 알았다고 한다.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한 아떼가 자기 이름이 미셸이라고 말해줬다. 핸드폰을 구경시켜줬는데 내가 배경화면에 떠있는 이름을 '마이클????'이라고 읽었었거든.
바나나 케첩은 신기했고, 팬케이크는 세상에서 제일 맛있었으며, sky flakes, graham crackers, bell cube cheese, that red sausage that I cannot remeber the name.......
이 글의 제목을 다시봤으면 한다. 나는 13살 기억을 떠올리려 노력 중이다.
나는 그 집에 다시 한 번 가게 된다. 초등학교 6학년 때에.
이것은 내가 겪은 성폭력에 대한 기록이다.
그리고 시리즈물이 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