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길 위의 앨리스 Jul 15. 2023

벼룩시장 가는 길이 황천길 될 뻔했다

파리에서의 교통사고, 집에 갈 수 있을까


"엄마  오늘 비행기타는데 불태워야지.

벼룩시장 빨리 닫는단 말여. 일어서 언능!"


피곤해서 쉬고싶단 엄말 깨워서 씻기고 채근해

9시 반경 호텔을 나섰다.

왜 그런지 우리 호텔에선 우버가 잘 잡히지 않았고

몇번의 취소 끝에 그냥 서 있는 택시를 타려 취소버튼을 누르려는데 우버가 잡혔다.


흰색. 토요타. 4분뒤 도착,


고민하다 그냥 타기로 했고 도착한 우버 뒷좌석 문을 열어 엄말 먼저 태웠다.

그런데 타고보니 기사가 한껏 뒷좌석쪽으로 의자를 밀어 놓고 운전해서 엄마의 무릎이 앞좌석에 닿아있었다. 내 자린 조수석 뒤편이었는데 그 자리는 앞쪽으로 바짝 땡겨놔서 몹시 넓었다.

난 농담삼아 엄마에게 자리 바꿔주냐고 물었고

시무룩한 엄마는 그냥 가자고 대답했다.


 뒷좌석 안전벨트를 매지 않으면 알람이 울리는 차들이 많아 우린 우버를 탈 때마다 안전벨트를 반강제로 매번 매곤 했다. 그런데 어제 마신 와인 숙취로 정신이 나갔는지 안 매고 가고있었다.

(그것도 나중에 알았다.)


 우리가 가려던 방브 벼룩시장은 관광객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벼룩시장으로 주말에 열린다. 그곳은 시장구경을 좋아하는 엄마와 나의 이번여행 마지막 여정이었다. 외곽 고속도로를 타고 20분쯤 가면 출구에서 거의 바로였다.


 막히지 않는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을즈음

갑자기 뒤쪽에서 경적이 울렸고 엄마가 앉은 왼쪽 옆으로 트럭이 바짝 다가왔다. 너무 거칠게 다가온다 싶을 순간, 갑자기 굉음이 들렸고 차가 빙 돌아 중앙분리대를 받으며 180도로 돌아 섰다.

맞은편에 큰 트럭이 정면으로 보이고 마구 흔들리던 우리는 서행하는 다 찌그러진 차 안에 종이짝처럼 있었다.


 그렇다. 우린 파리 고속도로에서 추돌 사고를

당했다.


저 찌그러진 뒷좌석 쪽에 엄마가 타고있었다.

"엄마! 괜찮아?"


멍한 얼굴의 엄마부터 살폈다.

일단 겉으론 멀쩡한데 정신이 없어보였다.

기사는 내리자마자 트럭운전수와 불어로 큰소리로 싸우기 시작했고 난 고속도로에서 이러다간 죽을 거 같았다. 난 창문을 열고 흥분한 두 남자에게 소리쳤다.


 "병원. 병원!"


알겠다며 손을 내보이는 기사. 하지만 그둘은 정신없어보였고 난 안되겠어서 데인져러스를 연발했다. 그제서야 문을 열어준 기사를 따라 차에서 내려 갓길 옆으로 이동했다.


"엄마. 아픈 데 없어?"

"손목이 좀...."


그제서야 엄마를 좀 자세히 봤다.

다행히 다른 곳은 이상이 없어 보였는데 손목이 눈에 띄게 멍이 들어 있었고 무릎과 정강이도 핑크색이 되어있었다. 놀라서 정신은 없었지만 그래도 충격에 비해서는 멀쩡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경찰이 올거라더니 그자리에서 계속 서류철을 보이며 언쟁을 벌이는듯 했다. 15분이 지났고 엠뷸런스도 경찰차도 그대로 현장을 지나가버렸다. 우리가 멀쩡해보여서 저러나? 고속도로 한가운데서 화가 난 나는 소릴 질렀다.


"여기 환자 있다고! 아프다고!"


 기다리란 제스처만. 어쩔!


마침 그때쯤 경찰이 왔고 그들은 상황정리를 하기 시작했는데 걸어서 병원을 가란 식인거다. 이게 말이야 방구야?


열받아서 하는 수 없이 내가 신고해야겠다 싶은데

아니 여긴 119인가? 모르겠는거다.

게다가 나도 갑자기 당한 사고에 천장에 머릴 부딪혀서 그런가 당황해서 정신이 멍했다.

그러다 아, 영사콜센터가 생각이 났다.

급하니 뭐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전화버튼을 눌렀고 상황설명을 하니 대사관으로 연결됐다.


"경찰관 있으면 바꿔주세요."


나는 중앙분리대 쪽 경찰에게 오라고 손짓을 했고

그들은 그제서야 다가왔다.

전화통화를 마친 후에야 경찰은


"고속도로 한가운데라 견인트럭을 타고 다음 출구로 나가셔서 택시를 타고 병원에 가심 돼요."

라고했다.


나에겐 큰 사고인데, 그들은 우리의 외관만보고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했다.


그나마 대사관에라도 연락을 시켰으니 망정이지

아니었음 우린 그야말로 푸댓자루정도로 여기는 것 같이 느껴졌다. 경찰들은 통화전까지 괜찮은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말도 하지 않았다.


"야. 사람 앰뷸런스 타기전에 다 죽겠다."


엄마가 중얼거렸고 나는 지나가지 않은 공포에 얼어 있었다.

 

객사. 라는 게 이렇게 이루어질 수 있겠다 는 생각을 했다.

정말정말 천운으로 이렇게 멀쩡하긴 하지만 우린 오늘 저녁 비행기를 타야하는데 기사는 얼핏 폴리스가 오면 리포트를 어쩌구 하는 상황이었다.


....


"한국인이시군요. 좋은나라죠."


영어를 할 줄 아는 남자 경찰관이 말을 걸었다.

자신은 두번 다녀왔는데 너무 좋았다며 기다리는동안 긴장을 풀어주려 노력했다.


"파리도 좋지?"

"응. 사고나기 전까진."

"병원비는 어케되는거야?"

"비용은 우버기사가 부담할거고 걱정하지마.

고속도로벗어나면 택시태워줄게.

트럭 뒤따라갈테니 걱정 마."


우린 견인트럭이 올때까지 20분을 더 기다렸고 큰 견인트럭에 올라탈 수 있었다.


사고지역을 벗어나서 우버기사는 약속대로 병원으로 택시를 태워 보내주었고 우린 그제서야 약간 안도했다. 그런데....그 병원은...

우리가 갈수 없는 병원이었다.


(다음 화에서 계속됩니다)









하...오늘 불행은 네버엔딩인가요? 집에 저 갈수 있을까요?ㅜㅜ







매거진의 이전글 손님 영어 할 줄 아십니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