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길 위의 앨리스 Jul 14. 2023

손님 영어 할 줄 아십니까?

영어못하는 김여사의 단호한 한 마디


"손님, 이 자리는 비상시에 손님들을 도와줄 수 있는 분이 앉아야 합니다. 영어를 못하면 문제예요"



엄마와 나의 공황장애를 고려해서 미리 확보한 비상구석 자리였다. 남자 승무원은 비상구석 브리핑 전에 비상구석 승객이 영어를 할 수있는지 체크했고 난 Yes라고 대답했다. 다음은 옆자리 김여사 우리엄마를 향했다.


"손님, 영어 할 줄 아시죠?"

"NO."


아니.  이렇게 단호할 일인가?

엄만 노 라고 한마디 딱 내뱉고는 딴청을 하고 있었다.  당황스러운 건 나뿐이었다.


"아, 아뇨 할수 있어요. 그리고 이분 간호사예요."

"아뇨. 소통이 돼야죠. 제말 이해하세요?(딴청)

봐요. 반응이 없잖아요. 이분 자리 옮기셔야해요."

"엄마. 엄마! 저 사람이 엄마한테 말하잖아. 뭐해?"


그래도 딴청.

그정도로 못 알아듣는 사람은 아닌데.

여튼 엄마의 반응을 놓고보면 당연히 비상구에 앉으면 안되는 사람이 맞았다.

결국 엄마는 다른자리로 옮겨가야 했다.


솔직히 속이 터졌다면 내가 너무 못된걸까.


체크인 카운터에서도 사실 비슷한 대화가 오갔다. 하지만 지상직 승무원은 간호사라면 괜찮다고했다. 하지만 현장 승무원은 단호했다.

난 엄마와 떨어져 혼자 비상구석에 꿋꿋이 앉았다.


"맥주있어요?"


기내식을 주는 승무원에게 맥주를 받아 벌컥벌컥 마셨다.


아. 우리엄마 영어 못하는구나.

좀 서글프기도 하고. 복잡한 감정이 생겨났다.


어린시절 해외에 같이 여행을 할때 엄마가 영어를 못알아듣는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식당이나 호텔에서 직원에게 원하는 것도 곧잘 받아오고뉴욕 공항에서 따로 짐을 찾아가라는 방송도 제일먼저 알아차린 것도 엄마였다. 내 미국행에 동행했다 혼자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간 적도 있었고.  


엄만 대학까지 나왔고 당연히 영어를 배웠다. 간호사 생활도 했으니(그만두신지 한참되시긴 했다) 의학용어들도 잘 알아들었었다. 그만큼 우리 엄마가 늙고 인지능력이 떨어지셨구나 하는 사실에 속상함이 제일 컸다. 본인은 더 하시겠지.


곧 파리공항에 내린다. 지금의 감정을 잘 추스려 다시 명랑하게 여행을 해야지. 오늘은 엄마가 좋아하는 디올 갤러리에 간다. 가서, 좋아하시는 의상들을 실컷 보시면 다시 기분이 좋아지시겠지?


 솔직히 약간의 편법성 거짓말을 바란 못난 딸보다 단호히 정직한 우리 김여사의 대쪽같음은 정말 리스펙한다. 할수있는 최선의 단어 No로 그래도 자리도 별 동요없이 일반석으로 옮긴 우리엄마. 짱이다.



"근데 엄마. 못 알아들었으면 어떻게 No라고 대답할 수 있어?"


"그건 알아듣지."


"그럼 영어 못하는거 아니자나!!"


"아 그거 가지고 영어 한다 그럼 되겠?"


하.....




매거진의 이전글 이 칸은 일등석입니다 알고 타시는건가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