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공단 앱에 접속하고 드디어 보험료 조회 버튼을 눌렀다.
아....두근두근...폭탄 맞으면 어쩌지......결과는...
엥?
퇴사를 결심하기 전 우리는 먹고사는 문제가 있기에 많은 것들을 계산해보곤 한다.
생활비는 감당할 수 있는지, 앞으로 재취업을 언제쯤 해야 죽지 않고 살지...
그리고 또 중요한 것이 그간 월급에서 자동으로 공제됐던 보험료를, 매달 고지받아 내야 한다는 거다.
사실 내가 번 돈에서 나가는 거니 그게 그거(?)지만, 이게 또 월급에서 자동 공제되는 것과 내 통장에서 쌩으로 나가는 건 체감하는 부담감이 또 다르다.
그리고 직장인의 경우 50%를 회사에서 부담해주다 보니....
나도 그런 고민을 했고, 또 다른 사람들도 그 보험료가 부담이긴 한가보다.
온라인 플랫폼에 퇴사를 치면 나오는 정보들 중 많은 수를 차지하는 것이 바로 이 보험료에 관한 것이었다.
결론을 말하자면, 그건 완전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보험료 조회를 누르자, 나온 금액은 내가 회사를 다닐 적 직접부담한 금액의 3분의 1정도밖에 되지 않는 금액이었다. 뭔가 잘못되었나 싶어 보험금 산정 점수도 조회해봤다. 나의 비루한 7년차 SUV는 점수에 산정조차 되지 않았고, 재산점수도 낮았다. 그리고 현재 기준 소득이 0원이니까.
내가 가진 재산은 서울 외곽 지방도시의 20년된 국평아파트 1채, 그리고 작고 소중한 나의 퇴직금을 포함한 현금 약간 그것이 전부다. 그러니 보험료가 낮을 수 밖에. 재산이 많은 사람들이나 보험료 폭탄 걱정을 할 일이지 나같은 재산없이 가난한(?) 사람은 애초에 별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거였다.
물론 재산이 있는 퇴사자라면 보험료 폭탄을 피할 방법이 있긴 하다. 보험료를 직장가입자인 시절에 내던 금액으로 유예해서 낼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3년까지 유예가 가능하다. 유예신청은 퇴사 후 첫 지역가입자로 부과금액이 나온 시점에서부터 한달 사이에 보험공단에 가서 금액을 직접 비교해보고 신청할 수 있다. 나는 재산도 없으면서 보험공단에 뛰어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무도 모르는 얘기지만 스스로 수치심이 밀려 올라온다. 아. 나랏님도 나같은 서민은 어엿삐 여겨주는 구나.
뒤집어 생각해보면 그만큼 내가 직장인일 시절 부담한 세금이 많단 얘기기도 하다. 연봉이 엄청 쎈 것도 아니었는데. 씁쓸하다.
퇴사를 염두에 둔 직장인이라면, 그리고 나정도의 재산을 보유한 사람이라면 건강보험료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물론, 다른 소득원이 있는 사람이라면 다른 얘기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