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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 위의 앨리스 Feb 02. 2024

1인가구 도비의 생존법

 회사를 그만둘 때 입버릇처럼 말한 것이 있다. "일도 안 하는데 한끼만 먹죠 뭐." 휴직 기간 집에 있으면서 나는 배가 별로 고프지 않았다. 움직임이 없는데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서 거의 한두끼만 그것도 배고픔이 가실 정도로만 먹곤 했다. 당연히 살이 빠졌고 생활비는 많이 절약되었다.


 지금은 그정도까지 안 먹지는 않는다. 하루에 한 끼는 제대로 챙겨 먹는다. 아침은 보통 커피 한잔으로 패스하고 점심을 먹고 가벼운 스낵을 하고 저녁을 먹지 않는 편이다. 약속이나 일이 있어 저녁을 먹을 때는 점심을 가볍게 때우거나 패스한다. 살을 빼려는 게 아니라 그만큼 배가 고프지 않아서다. 


 회사에 다닐 땐 당연히 불가능한 일이다. 아침에 일찍 출근하는 것만 해도 에너지소모가 크다. 가서, 사람하고 부딪히고 일하다보면 당도 떨어진다. 점심은 당연히 잘 챙겨먹고 퇴근해서 저녁을 안 먹으면 힘들다. 음식을 하기 귀찮거나 힘들어서 배달을 시켜 먹곤 했다. 배달어플에서 VVIP를 산정한다면 빠지지는 않았을 것 같다. 그러니 엥겔지수가 높을 수 밖에.


 월급이 없는 내게 가장 큰 절약종목이 있다면 식비다. 아 또 한가지, 커피값이 거의 들지 않는다. 원두는 종종 사곤 하지만 거의 부모님댁에서 커피를 마신다. 매일같이 라떼나 아메리카노를 사먹던 직장인 시절이 있었나 싶다. 물론, 사마시고 싶을 땐 카페도 간다. 하지만 많이 가야 한 달에 두 세번? 억지로 절약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고 줄어든 커피값 또한 경제사정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아, 도비가 되고 늘어난 비용도 있다. 바로 OTT, 소프트웨어에 사용하는 비용이다. 아무래도 집에서 TV나 영상매체를 보는 시간이 늘어나다 보니 OTT도 다양하게 가입하게 되었다. 원래 나는 친구가 많지 않아서 가족과 공유하는 ID가 있긴 하지만 비용은 다 내가 낸다. 그리고 최근 유튜브를 시작하면서 영상편집 프로그램에 월 가입비용을 쓰게 되었다. 물론, 엄청나게 큰 금액은 아니지만 친구들이랑 한번 만나서 커피한잔 사는 비용 정도는 든다. 친구가 없어서 안 쓰는 비용 쓴다고 생각하면 쓸만한 수준의 금액이다.


 이제 경제 외적인 부분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도비생활을 한 지도 어느덧 반년이 되어간다. 뭘 하겠다는 마음보다는 내려놓는데 더 많은 비중을 두고자 했다. 하지만 딱 한 가지는 다짐했다. 청결이다. 몸도 주변도 깔끔하게 하겠다는. 그게 일상이 무너지지 않는 것에, 그리고 자존감을 올려주는 것에 크게 일조하고 있다.

내가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남들처럼 대단히 부지런하고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단정하게 살고있고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잃지 않음으로서다. 그리고 이런 생활도 예전에 생각했던 것 보다 더 만족스럽다. 


 얼마 전 친한 지인들을 만났다. 사람에 치이지 않는 일상을 살면서 고요함에 익숙해져 있었는데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내가 어떤 삶을 살았었는지 뒤돌아 보게 된다. 나는 참 바쁘게 살았었구나. 하지만 내 지인들은 더 치열하고 바쁘게 살고 있구나.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어떻게 그때 그런 삶을 살 수 있었을까. 돌아가면 절대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았다. 아이도 키우며 회사생활까지 똑부러지게 하는 사람들은 매일같이 대단한 것들을 이뤄내고 사는 사람들이다. 나는 도비인 것이 부끄럽지 않다. 하지만 일을 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그전보다 더 존경스러워 졌다. 


 한 달동안 연재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여행 등 개인일정도 있었지만 조금 더 돌아보며 글을 쓰고 싶어서가 컸다. 전적으로는 아니지만, 나는 도비생활에 최적화된 조건의 운이 좋은 사람이었다. 그래서 좀더 쉽게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하지만 가정이 있고, 경제적 여건이 불안정한 사람이라면 쉽사리 결정 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그래서 생각해봤다. 내게 부양가족이 있었다면 도비가 될 수 있었을까. 아니다. 경제적 여건문제는 두번째 문제였다. 하지만 부양가족은 다르다. 다행히 내가 이런 사람이라서, 평온한 마음으로 하루하루 살아가는 지금이 너무 행복하다. 하지만 내일도 그러리란 법은 없다. 그저 하루하루, 지금을 감사하며 심플하게 살아가는 것. 그것이 나의 생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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