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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 위의 앨리스 Jun 12. 2022

워케이션, 한번 도전해봤습니다

결과는요



  브런치에서 워케이션을 떠난 직장인 작가님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때 오, 이렇게 신박한 제도가 있는 회사도 있단 말이야? 하며 부러워했다. 얼마 전에는 회사에서 제도개선을 위한 직원 의견을 받길레 제안에 쓰기까지 했었다. 물론 보기좋게 거부당했지만 말이다.


 그런데 의도치않게 한번 해볼 기회가 생겼다. 온라인 교육을 하루동안 하는 일정이 생겼는데 어쩌다보니 내가 휴가를 쓰는 일정과 겹친 것이다. 나는 교육담당자에게 물어보고 정시에 잘 참여하면 집이 아니더라도 관계없다는 답변을 듣고 휴가지에서 교육을 받기로 한 것이다.


워후, 워케이션. 드디어 나도 한다. ㅎㅎ


 물론 먼 동해에 미리 도착해서 정시에 온라인으로 강의도 듣고 컴퓨터로 실습도 해야하는 일정이기 때문에 집에서 휴가지까지 새벽 일찍 출발해야 했다. 나는 새벽 네시 반에 일어나서 옷만 갈아입고 집에서 동해로 출발했다. 평일 새벽이라 그런지 길은 한산했다. 빠른 속도로 달려 휴가지에 도착했다. 다행히도 여덟시 반이었다.  아홉시에 시작이니 무사도착은 일단 성공.


그다음 관문. 와이파이가 되는 장소 알아보기.

호텔에 미리 연락해봤더니 비즈니스 센터에서 하면 된다고 한다. 그런데, 창문도 없이 사방이 막힌 비즈니스 센터에서 워케이션의 느낌적 느낌(!)이 살지 않을 것 같았다. 바다가 코앞에 있는 카페 정도 되어야 워케이션 소릴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네이버로 장소를 물색해봤다. 다행히 9시에 여는 바다 바로 앞 카페들이 있었다. 도착해서 보니 조금 일찍 매장문을 열고 준비중인 곳이 있어 들어갔다.


그렇게 교육이 시작되었다.




카페에서 본 바깥풍경. 바다가 보이는 자리입니다만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날씨가 그렇게 좋았다. 하지만 나는 강의를 듣느라 바다쪽을 볼 여유가 별로 없었다.

컴퓨터와 화상화면을 들여다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상상하던 워케이션과는 조금 달랐다.

물론 혹자는 그럴것이다. 워케이션은 엄밀히 근무시간엔 근무중이라는 건데 당연한 거 아니냐고.


업무시간에 농땡이 부리기 위한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그저 내가 기대한 건 답답한 사무실 환경을 벗어나 신선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더욱더 활기차게 교육에 몰두하게 되는 그런 그림이었다. 그런데 그냥 일을 하는데 장소만 다른 것 뿐인 것 같은 건 왜일까. 그리고 그 장소의 변화가 나의 업무모드에 그다지 큰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이었다. 더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었다.


 강사님이 더욱 또 열정어린 분이셔서 쉬는시간도 깎아가며 강의를 하는 바람에 나는 휴게시간도 제대로 못 갖고 급하게 화장실을 후딱 다녀와서 노트북에서 눈도 못 떼고 근무시간을 풀로 지켰다. 바닷바람은 개뿔. 강의가 전부 끝난 후에서야 나는 강의실에서 탈출한 기분이었다.


아 워케이션.

워크는 워크고 베케이션은 베케이션이었다.

워케이션은 근무능률과 크게 관련이 없었다. 적어도 내겐 말이다.


그냥 일할 때 일하고 쉴 때 제대로 쉬는 것이 워라밸을 제대로 지킬수 있겠다 싶었다.

이건 성향의 차이가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적어도 사무직이거나 컴퓨터, 전화에서 손을 뗄 수 없는 상황이라면 바닷바람이든 산바람이든 영향이 없을것 같다. 


물론 이후 시간을 바닷길 산책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으며 실컷 휴가를 즐길 수는 있었다는 게 좋다면 좋은 점이었다. 퇴근시간이 끝나고 출발했다면 석양이 지는 바닷가에서 산책은 꿈도 못 꿨겠지.


교육일정이 다 끝나고나서야 마음 편히 바닷가에 앉아 조금 일찍 시작된 휴가를 즐겼다.

그리고 맛있는 해물탕에 맥주 한잔. 좋다.


 실험을 끝낸 지금 회사 소속인 나에게 워케이션이란 제도가 필요하냐고 묻는다면 그다지 라고 할 것 같다.

사무실에서 물론 매분매초 컴퓨터만 들여다보는 건 아니다.  커피브레이크도 갖고 잡담도 하니까. 그런 일반적인 사무직의 특성을 살핀다면 내가 교육이 빡빡해서 그렇지 종종 바다도 보면서 일하는 게 나쁜 건 아닌거 같다. 하지만, 큰 효율 

상승은 없었다. 게다가 일찍 출발해서 근무시간을

철저히 지켜야하는 점도 고려한다면...


그래서 나의 셀프 워케이션 실험의 결론.

그냥 "워" 빼고 "케이션" 만 좋은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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