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위로 - 황제성 모먼트

애미야~나 혼자는 절대 안간다

by 길 위의 앨리스



외롭고 쓸쓸하고 우울할 때가 있다. 그 우울이 바닥을 치고 쳐서 비참할 때가 있다. 내가 왜 이러고 사나 싶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그런 날이. 어른들은 그런 날 포장마차에 가서 소주를 마셨겠지만, 알쓰인 나는 소주를 잘 못 마신다. 정말 마음은 소주라도 잔뜩 먹고 취해서 쓰러졌음 싶은 그런 날이 있다.


보통은 상사가 막말을 해서, 남자친구와 아무리 노력해도 싸움이 그치질 않아서, 뭐 오다가다 재수가 없으니까 하다못해 넘어져서 라던지 하는 구체적인 이유가 있었다. 어릴 땐 특히 그랬다. 그럴 땐 누군가와 그 이유에 대해 수다를 떤다던가 욕을 한다던가 하면서 풀었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어느날처럼 그냥 하루가 너무 똑 같아서, 별일이 없는데도 그냥 삶 자체가 허무하고 서글퍼질 때가 많다. 그럴 때는 답도 없다. 그냥 집에 혼자 처박혀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차라리 눈물이라도 나면 좋겠는데. 그리고 더 솔직하게는 이젠 무슨 이유가 있더라도 남을 붙잡고 내 신세한탄을 하는 일 자체가 의미도 없고 위로도 안 된다. 한살씩 더 먹어갈 수록 토로할 사람이 없기도 하고 말이다.


그럴 때는 바로 유튜브에서 코미디 빅리그를 켠다. 다른 건 켜 봐야 눈에도 마음에도 안 들어온다. 코미디 빅리그 시리즈를 켜서, 웃겨보겠다는 심산으로 온몸과 마음을 다 바치는 희극인들의 퍼레이드를 본다. 그 재치, 그 기지. 우스꽝스런 콩트들을 보고있으면 안 웃으려 해도 웃게된다. 특히 황제성님의 깝스는 거의 만병통치약급이다. 할머뉘가 한쿡분이십니다~애미야~ 이 구절만 나와도 웃기다. 깝스에서 황제성님은 완전 병맛의 인터폴 형사 존슨 황 역을 맡고 있는데 한국말을 친할머니한테 배우는 바람에 매번 며느리 갈구는 대사만 찰지게 한다. 애미야~로 시작되는 시엄마의 며느리 타박이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손주에게 반복적으로 노출됐을때 어떤 대참사가 벌어지는지를 볼 수 있다. 토시 한끗 차이로 엉뚱한 대사를 뱉는 황제성씨를 보면 본걸 또 봐도 겁나게 웃긴다. 어떨땐 가끔 미친 인간처럼 혼자 그걸 입으로 따라하고있다. 애미야~나 혼자 절대로 안간다~이러면서. ㅋㅋㅋ


그리고 또 웃음 포인트. 맨날 실수연발로 수사를 망치는데 그 얼척없는 액션이다. 뻘짓거리를 무지하게 해 댄다. 너무 얼척이 없어서 절로 웃게 된다. 그러고 나면 마음이 편해진다. 이게 뭔 심리인지는 모르겠다. 현미경을 들고 사람을 들여다보면 누군들 그렇게 안 우스꽝스러울 수 있을까.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표현을 안해서 그렇지 윗사람이고 아랫사람이고 자영업자고 학생이고 백수고 간에 인생이란 게 저마다 실수연발에 내맘대로 되는 일 한개도 없다. 그런 나를 마치 멀리서 보듯이 그를 보는 그런 심정이랄까. 분명 내가 싫어하는 나의 숨기고픈 그런 모습같은데 황제성을 보는 건 웃기다. 아니면 이런 심리인것 같다. 나보다 못난 사람을 보면서 안도하는 그런 심리. 아이고, 저런 바보가 다 있나. 하고. 좋은 심리는 아닌데 솔직히 그런 맘도 있다. 나만 바보가 아니구나 하는. 상사의 물음에 동문서답하고, 마음에 안든다고 갈구는데 웃음짓고, 그런 웃픈일들이 하루에 몇번씩 있을 때도 있다. 이렇게 저렇게 알량한 자존감 다 깎아먹고 나서 집에 와서야 가면을 내려놓고 마음이 우는 것이다. 그런 마음으로 코미디 빅리그를 본다. 거기에도 며느리라 갈굼당하고 초짜보다도 못한 형사라서 쿠사리 먹는 그런 모자란 사람들이 있다.


그걸 보면 외롭다가도 안 외롭다. 그리고 계속 웃다보면 솔직히 기분이 완전히 달라지지는 않지만 조금은 망각하고 또다시 출근하게 만든다. 저런 형사도 매주 나와 쇼를 하는데. 나도 먹고는 살아야지. 하면서. 몹쓸 자본주의의 노예도 숨쉴 구멍이 필요하지 않은가. 나에겐 황제성 모음집이 그런 숨구멍이다.


봐도봐도 웃음나는 웃음황제 황제성님. 왘 ㅋㅋ 출처: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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