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위로 - 중고책 거래

by 길 위의 앨리스


힘든 시기에 책을 많이 샀었다. 미움받을 용기같은 류의 에세이를 주로 샀던 것 같다. 나이가 들면 옆 사람에게 힘들다고 토로하는 일도 잘 안하게 된다. 다른 것들도 하지만 그렇게 책을 사서 읽으며 많은 위로를 받았던것 같다. 내가 책을 고르는 기준은 간단하다. 제목을 듣고 끌린다던가, 책 설명을 읽었는데 술술 읽어내려간다던가. 그리고 더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가격은 거의 보지않고 산다. 그렇지만 그렇게 읽고나면 사실 두번 이상 읽는 책은 정해져 있다. 쓰는 사람이 된 입장에서 참 뱉기가 민망한 말이긴 하지만 나조차도 한번 읽은 책을 두번 읽기는 어렵다.

나는 엄청 부자가 아니라서 집이 크지 않다. 크지않은 집에 한번 읽은 책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대대적으로 정리해야겠다 마음먹지 않아도 책꽂이 한줄에서 다시 읽거나 굳이 소장하지 않을 책 몇권은 바로 뺄 수 있다. 그렇게 몇권을 들고 동네 중고서점에 간다.


아주 좋아하는 책을 빼면 나는 책을 깨끗하게 본다. 띠로 둘러진 것도 잘 안 구기고 버리지 않는다. 그래서 책은 웬만해서는 최상급으로 분류된다. 그렇게 몇권 팔면 커피한잔 값이 나온다. 폐지를 줍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본 적이 있는데 그렇게 산더미같이 주워도 커피한잔값 받기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 사실인지는 몰라도 가성비는 엄청 떨어지는 작업임에는 분명하다. 그런 것에 비하면 중고책은 아무래도 받아서 바로 판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조금 더 가격을 매겨준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그렇게 책을 팔고 나면 읽고싶었던 책이 있는지 서가를 살핀다. 그리고 맘에 드는 게 있으면 한두권 정도는 산다. 그래도 부담없는 가격이다.

그렇게 책을 판 돈과 책을 들고 동네 스타벅스 리저브에 간다. 리저브는 그냥 스타벅스보다 비싼 커피를 판다. 사실 거기서 파는 원두로 내린 커피가 엄청 맛있지는 않은데, 아이스크림을 얹은 상품같은 것들이 맛있어보인다. 커피한잔 값도 5천원을 훌쩍 넘기는 것들이 많다. 그런 가운데서도 내가 말한 아이스크림을 얹은 메뉴는 1만원대다. 엄청 비싼 거다. 책판 돈으로 그걸 시켜놓고 읽고싶은 책을 읽는다. 집에서 커피 내려서 마시며 그렇게 해도 되는데, 꼭 책을 팔고 오면 평소엔 절대 사지 못할 그 아이스크림 커피가 그렇게 먹고 싶다. 그렇지만 집에 가만히 있었으면 나오지 않았을 돈을 벌은 기분을 만끽하기에는 그런 과소비가 좀 필요하다.


월급도 받고 일도 하는데 왜 그게 그렇게 뿌듯한지 모르겠다. 아이스크림 커피를 마시면서 갖고간 책을 읽으며 카페놀이를 즐기는 시간은 되게 여유로운 것 같이 느껴진다. 누군가에겐 일상일 일일지도 모르지만, 나같은 사람에게 그건 약간의 사치부림이다. 그정도 사치는 부려도 크게 무리는 아니니까. 그렇게 합리화하며 몇달정도에 한번은 중고서점에 가서 책을 팔고 온다. 분명 나보다도 서재에 책 엄청 많으실 브런치 작가분들, 더 읽지 않을 거라면 돈도 벌고 다른 사람에게 깨끗한 책도 양보하시길. 손에 현금 쥐어지면 기분도 꽤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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