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길 위의 앨리스 Nov 18. 2022

일에 감정을 섞고 싶지 않다

일은 일로서 끝내고 싶다.

그런데 일에 몰두하다 보면 항상 감정이 섞인다.

잘 되면 기뻐하고, 안 풀리면 화가 난다.

화를 쓰고 싶지가 않은데, 화가 난다. 

문제가 생기면 해결하면 되는건데, 해결책을 생각하면 되는건데 말이다. 



그래서 열심히 하고 싶지가 않다.

일을 열심히 하면 그러고 싶지 않아도 일에 영혼을 담게 된다.

영혼을 담고, 감정을 싣고, 그리고 나와 일의 바운더리가 모호해진다. 

여러 모로 곤란한 상황이 된다. 

일은 잘 풀릴 때보다는 안 풀릴 때가 많기에.


힘들게 만든 결과물이 세상 빛을 못 보게 되었다.

나 하나의 문제라면 그냥 혼자 울고 말겠는데,

같이 일한 사람들의 얼굴이 지나간다.

그냥 그것도 그 사람들의 서운함, 아쉬움의 몫이라고 생각하고 

내몫만큼만 아쉬우면 되는데 왜 내가 그거까지 생각해서 오바육바를 하고 있는지.

내 자신이 싫어지고 화가 난다. 

화에 화가 덧입혀진다. 


그래서 궁금하다.

일에 감정 싣지 않고 그냥 로봇처럼 일하고 집에가면 싹 잊고 

그렇게 살수 있는 방법 아시는 분이 있다면 정말 배우고 싶다. 


연애하는 게 싫었던 이유도 그거였다.

누군가에게 화가 나는 상황이 싫었다. 

기대를 하는 것도 싫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그러는 내 자신한테 화가 난다. 

그리고 결국은 내가 나 스스로를 싫어하게 된다. 그 과정의 반복이기에

누군가가 내 바운더리에 들어와 독점적 존재가 되는 것이 싫다. 


우리 모두는 선택을 받는 입장임과 동시에 선택을 하는 입장이 된다.

나는 상사에게 선택을 받아야 하고 

나는 또 내 업무 파트너나 용역사의 수행결과물을 검토하고 선택하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내가 오늘 받은 분노만큼이나 남에게 그러한 감정을 주었을 것이다. 

그러한 감정을 주는 존재가 되는 것도 정말 못할 짓이다. 

그러고 나면 또 내 자신이 싫어진다. 


그러한 역할에서 일체 빠지고 싶다. 그게 나의 정말 참된 희망사항이다. 

내가 백수가 되고싶은 이유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였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