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음식이 나를 만든다: 쌍둥이 실험
2024 첫 다큐멘터리 콘텐츠는 음식이 나를 만든다: 쌍둥이 실험.
유전자가 똑같은 일란성 쌍둥이 21쌍을 대상으로 음식이 신체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실험해 본 다큐멘터리이다.
식단, 무엇을 먹었는지가 신체에 어떤 결과를 가져다주는지에 대한 과정을 분석했다.
본격적으로 실험이 시작되기 전, 쌍둥이들은 현재 상태의 몸을 아주 자세하게 검사한다.
기본적인 키, 몸무게, 피, 체지방, 골격량 뿐만 아니라 폐활량, 뇌 활동, 성 기능까지 통합적인 검사를 한다.
실험 기간은 총 8주. 그동안 쌍둥이 중 한 명은 육류를 포함한 잡식을, 다른 한 명은 온전한 채식만을 하는 것으로 식단의 차이를 주었다. 첫 4주 동안은 연구팀에서 제공한 식단과 도시락을, 다음 4주 동안은 직접 요리를 해서 먹었다. 또한 매일 진행해야 할 운동 루틴을 짜서 본인의 활동량과 체력에 맞춘 운동도 한다.
실험이 진행되는 기간 동안 쌍둥이들은 개인적인 어려움이나 운동 스케줄링에 난항을 겪는 등 다양한 문제에 직면한다. 그중 가장 어려웠을 것 같은 건 푸드 케이터링 일을 하는 쌍둥이. 생활도 일도 같이 하는 데다 푸드 케이터링 일 특성상 많은 요리를 해야 하고 맛을 봐야 하는데 채식을 하는 친구는 매일 육식 메뉴의 유혹을 마주해야 하는 어려움이..
쌍둥이들의 실험 경과와 번갈아가며 다양한 케이스들이 소개된다. 이미 잘 알려져 있지만 소를 키우기 위한 축사로 인한 환경오염, 노스 캐롤라이나 한적한 시골 마을에 들어선 대규모 돼지 축사로 인한 폐해, 폐수 처리로 인한 토양 오염, 주민들의 건강 악화, 대규모 양식장으로 인한 해양 오염, 주인조차 먹지 않는다는 양계업의 실태, 길 하나를 두고 신선 식품을 자주 섭취하여 장수하는 동네와 각종 패스트푸드점과 가공식품을 섭취하여 건강 문제가 많은 동네 이야기도 등장한다. 보다가 여러 번 눈을 돌렸을 정도로 비위가 상했다.
뉴욕의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일레븐 매디슨 파크’ 레스토랑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2021년 모든 메뉴를 plant-based 비건식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사업체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건강과 지구를 해치는 음식을 하지 않겠다는 오너 셰프의 확고한 마인드가 있었다. 식재료가 어디서 어떻게 오는지부터 메뉴를 전면적으로 고치고, 여러 번의 피드백 후 재개장했다. 초반에는 혹평을 받기도 했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채식 요리만으로 ‘미슐랭 3스타’를 또 받게 되었다. 지금은 다음 달 예약을 전 달 1일만 받는데도 웨이팅 리스트가 넘칠 정도로 인기라고.
또 육고기와 식감과 비주얼은 흡사하지만 plant-based인 대체육, 식물 기반 달걀, 비건 패티와 베이컨, 캐슈를 원료로 한 치즈 등.. 새로운 방법을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다른 건 그렇다 치고 치즈야말로 채식으로 넘어갈 때 가장 포기가 어려운 것 중 하나라.. 미요코스 크리머리의 비건 액상 피자 치즈가 너무 궁금하다.....ㅎㅎ
두 달 뒤, 식단만 다르게 한 쌍둥이들은 다시 종합 검사를 한다. 그리고 놀라운 결과가 일어난다. 채식을 했던 쌍둥이들은 공통적으로 체지방률이 낮아졌고, 근육량도 늘고, 체력도 좋아지고, LDL 콜레스테롤 수치와 인슐린 수치, 혈당이 모두 낮아졌으며 피가 맑아지고 모세 혈관까지 혈류가 좋아져 성 기능도 강화되었다.
유전자 검사에서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등장하는데, 채식 군에서 텔로미어의 길이가 길어진 것을 확인했다. 텔로미어 telomere 란 세포핵 염색체 끝부분에 존재하는 입자인데, 평소에는 염색체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고, 세포 분열 시 서로 다른 염색체들이 섞이지 않게 막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세포분열 과정에서 염색체의 끝부분은 완전히 복제되지 않고 세포분열이 반복될수록 텔로미어는 점점 짧아져서 결국 소실된다. 텔로미어의 소실은 곧 세포노화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는데 특히 텔로미어가 짧아져 손상된 세포는 유전자 돌연변이를 쉽게 일으키고 암세포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그러니 채식 식단을 지속한다면 유전자 텔로미어의 길이도 보존하고, 노화도 방지하며, 암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인 셈이다.
두 달 남짓의 짧은 연구 기간의 드라마틱한 결과가 너무 놀라웠다. 나 역시도 다큐멘터리를 시청한 후 정신이 차려졌다. 즉시 행동으로 옮겨 과일과 채소, 통곡물 등으로 식단을 준비했다. 우유나 요거트 같은 유제품, 정제 탄수화물, 튀김, 액상과당 잔뜩 들어간 제조 음료, 과자는 물론 즐겨 먹던 케이크 같은 디저트도 모조리 끊었다.
철저하게 비건으로 살기도 했었고, 채소 위주 식단을 하기도 했었는데 오래 지속하기 힘들었던 게 사실이다. 채소 위주는 고사하고 힘들고 시간 걸리니 배달 음식이나 가공식으로 대충 끼니만 때우고 지나가고, 늘 ~가 여의치 않아서, 힘들어서, 귀찮아서.. 등으로 변명을 찾기 바빴다.
번거로움 대비 건강하게 아프지 않고 살기, 를 한다면 당연히 이 정도의 귀찮음과 번거로움은 당연히 이겨내야 하지 않을까 하여 이번에야말로 식단을 대대적으로 바꿔야겠다 마음먹고 매일 조금 더 나은 선택을 하려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에피소드 4개 밖에 안 되길래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이를 통해 던지는 화두는 결코 가볍지 않다.
지구에 발을 디디고 사는 우리에게 너무 중요한 문제이고, 지구를 위해서도, 내 건강상태에 대해서도 경각심이 들었다.
채식이 지구와 인류의 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