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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ie Feb 14. 2024

세상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를 여행했다

마크 맨슨의 어느 화려하고도 우울한 나라로의 여행


도서 '신경 끄기의 기술'로 잘 알려진 베스트셀러 작가, 마크 맨슨이 유튜브에 영상을 한 편 올렸다. '세상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를 여행했다 - I Traveled to the Most Depressed Country in the World'라는 제목으로.

전쟁, 식민지, 외환위기까지 극복하고 기적적인 경제 발전을 이뤄낸, 눈부신 기술력을 자랑하는, 그게 뭐가 됐든 순식간에 플러스알파를 해버리는, 전 세계를 열광시킨 수많은 K-콘텐츠와 대중문화 열풍의 주역, BTS, 봉준호, 손흥민의 나라. 하지만 동시에 세계에서 가장 높은 자살률과 우울증 환자의 비율을 가진, 바로 우리나라에 대한 이야기였다.




영상은 크게 세 챕터로 나뉜다. 첫 번째 챕터에서는 우리나라가 왜 세계적으로 가장 우울한 나라일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을 전쟁과 게임에서 찾았다. 두 번째 챕터에서는 가치관 충돌과 모순, 세 번째는 우울에 대한 작가의 시선과 생각을 나눈다.

한국을 여행하며 다양한 분야와 배경을 가진 사람들 -- e스포츠 코멘테이터로 활동하는 Nick Plott, 심리학자이자 작가인 이서현 님 등 -- 을 인터뷰한다. 그리고 그가 발견한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는 competition 지나친 경쟁과 perfectionism 완벽주의라고 얘기한다. 여기에 'All or Nothing,' 1등, 100점이 아니면 의미 없다고 생각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아주 어린 나이부터 그렇게 하도록 교육받고, 어느 분야에서든 '빨리 성공하는 공식'을 들이대며 경쟁을 한껏 부추기는 혹독한 트레이닝 시스템까지 더해지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인들은 despite stress and overwork 스트레스와 지속적인 과로에도 불구하고 serenity & acceptance 평온함과 수용성을 가지고 살아가며, 미국에서 인터뷰 등을 하면 2-30분 정도로 마무리가 되는데 한국에서는 일요일 오후 내내 미디어 인터뷰를 진행하고도 이렇게 휴일 없이 긴 시간을 일하는 것조차 completely normal 지극히 평범한, 흔한 일처럼 받아들인다는 차이를 예시로 들었다. insane work environment 미친 근무 환경, working ethic 직업윤리, working hours 엄청 긴 근무 시간을 버티는 것을 당연시 여기다는. 밤 10시에 갔는데도 항상 친절하고, 뭐든 더 해주려고 했다고. 마, 이기 K-회사, K-야근이돠......ㅎㅎ;






두 번째 모순 챕터에서는 마크 맨슨이 정신과 의사 양브로, 양재웅 양재진 님을 만나 프로그램을 찍는 장면이 나왔다. 그런데 여기서 개인적으로 많이 놀랐다. 물론 그들이 여러모로 공개적인 채널들을 통해 정신 건강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을 바꾸려 노력해 왔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마크 맨슨의 책 내용에 여자를 많이 꼬셨다길래 궁금해서 찾아본 인스타의 사진이 어떻고, 이제 보니까 휴 그랜트의 눈을 닮은 것 같고.. 농담조의 스몰토크였겠지만 역시 K-얼평; 초면에 대놓고 외모 평가를 하는 부분에서 남의 눈을 끊임없이 의식하고 평가질, 재단질을 해대는, 이 영상이 콕 짚어 말하고자 하는 문제의 대표적인 예시를 보여준 것 같다고 생각했다. 남의 외모 얘기 너무 많이 하길래 무례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보기 불편하고 아쉬웠다..

내가 느낀 개인적인 불편함을 떠나 미국인들과 한국인들의 행복을 가늠하는 척도에 대해서 비교를 해준 것이 기억에 남는데, 미국인들은 행복하려면 1. 신체적 정신적 건강 2. 인간관계 3. 재정적인 안정을 꼽은 반면 한국인들은 1번이 재정적 안정 2. 건강 3. 인간관계인 점을 꼽았다. 그와 더불어 우리나라는 OECD 가입국 중 노인 자살률이 가장 높다고 한다. 재정적인 안정이 한국인에게 가장 중요한 행복의 요소 1위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70세가 넘어서도 생계를 위해서 일을 해야만 하고, 노후 생활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이렇게 된 것은 우리나라 사회 전반적인 구조의 문제라는 사실을 짚어주었다. 대한민국 정부 대체 뭐하니.. 경제 성장은 가파른 상향 곡선을 그리며 놀라운 속도로 이루어진 반면, 윗세대 어른들뿐만 아니라 가정을 꾸리거나 주택을 구입하는 것이 불가능해진 젊은 세대들에게도 아주 큰 두려움으로 작용하는 요소이기도 하다는 현실적인 면을 강조했다. 또 재정적인 어려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물질만능주의 분위기 속에 살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우울 챕터에 와서는 어째서 한국 사람들의 우울증 비율이 이렇게나 높을까, 그 근본적엔 원인에 대해 다룬다. 대체로 우울증은 신체 건강, 운동, 햇빛, 수면, 영양 등이 영향을 미치지만 기본적인 내용은 차치하고, insane amount of stress 극심한 스트레스, 위에서 다뤘던 재정적인 불안함, 인간관계의 불안으로 인한 사회적 고립, 외로움 등이 우울증으로 연결된다고 했다.

또 너무 맞는 말, 한국 사람들을 특히 우울하게 하는 이유, 이 영상의 핵심 논지이자 가장 마음 아팠던 점, having the worst mix of Confucianism and capitalism 유교 사상과 자본주의의 가장 안 좋은 점만 가지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Confucianism 유교 사상의 나쁜 점인 shame & judgment 수치심과 타인에 대한 평가를 가지고 좋은 부분인 family & community 가족, 지역 사회 간의 친밀감은 버렸다고. 반면에 자본주의의 나쁜 면인 materialism 물질만능주의와 fuck you money '퍽유머니' 직장을 때려치우고도 먹고살 수 있는 돈만을 좇는 것, 동시에 동 사상의 가장 좋은 측면인 self-expression 개인의 개성과 individualism 개인주의에 대한 존중은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서로 상충되는 가치관이 부딪히는 지점에서 굉장한 스트레스와 절망감을 주기 때문에 우울증과 자살까지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이어지는 한국에서 오래 살았던 다른 외국인과의 인터뷰도 마음 아프기는 매한가지. 여전히 한강 다리에서 투신자살하는 사람들이 많다, 정신 건강에 대해서 요즘 들어서 많이 이야기를 하고는 있지만 실제로 크게 달라지지는 않은 것 같다는 말..





유튜브 영상을 보는데 자꾸 눈물이 났다. 왜 그렇게 눈물이 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감정에 명확한 단어로 제목을 달아주자면, 찌-인-한 '안타까움'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속상하기도 하고, 짠하고 영상이 끝나고 나서도 한참이나.. 마음이 아팠다.

외국인 작가가 바라본 시선이지만 이런 실제적인 사회적 문제가 있다는 사실에는 모두가 동감할 거란 생각이 든다. 너무 재미있고, 사람들도 좋고, 어딜 가나 즐겁고, 음식도 하나같이 다 맛있고 즐길 거리가 많다. 그 화려한 이면에 너무도 연약하고 상처받고 아픈 우리들이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서로 완벽주의를 향해 가지 않더라도, 끊임없이 경쟁하고 꼭 이기지 않아도, 실패하고 때론 좌절하더라도 괜찮다고 말해줬으면 좋겠다. 생각만큼 기대만큼 욕심만큼 잘하지 못해도 괜찮다고...

마지막에 작가는, "I believe, they will find a way," 길을 찾을 것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그렇다. 우리는 또 resilient 한 민족이므로.. 좋아질 거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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