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이 말하는 순간에 엄습하는 두려움
잠을 자려고 눕는데 머리에 쥐가 나는지 찌릿한 전기신호가 왼쪽을 타고 짜르릇 흘러내리는 것 같습니다.
자기 몸에 일어나는 변화는 스스로가 가장 잘 아는 것이겠지요?
이걸 누구한테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가끔씩 내 머리에 쥐가 난다고?
암 4기 진단을 받기 전 6개월 정도 아버지는 몸이 힘드셨습니다.
‘손가락 끝이 조금 이상하네.’
지금 돌아보면 그 한 문장에 얼마나 많은 긴장과 걱정, 그리고 두려움이 담겨있었을텐데
무심했고, 남이었던 딸에게는 일상의 한 순간이었던 그냥 컨디션 안 좋은 아버지의 한 마디였습니다.
늘 타고 다니시던 오토바이를 타고 심하게 넘어지셔서
손바닥에 커다란 찰과상을 입고 들어오셨던 날
혼자서 약을 바르시다 붕대를 감지 못하셔서 딸을 부르셨던 그 날
어쩌다 실수로 넘어진 자주 일어나지 않는 특별한 일이었다고 걱정 말라셨습니다.
‘왜 병원엘 안가고 혼자서 이러세요’라며
무심한 딸은 붕대를 감으며 괜한 핀잔을 던지며 넘어섭니다.
암 진단을 받으시고도
‘그래, 한 번 해보지 뭐!’
늘 그렇듯 씩씩하고, 기운 찬 아버지가 별일 아닌 듯 툴툴 털고, 그렇게 일어서실 것 만 같았습니다.
아버지가 느끼는 그 모든 자잘한 고통과 몸의 변화를 모르는 딸에겐
아버지가 보여주는 웃음과 힘 찬 목소리가 그냥 믿음직 했기 때문입니다.
내 머리에서 나는 신호에 온 몸이 긴장하는게 느껴졌습니다.
누워서 가만히 눈을 깜박깜박
나를 보는 누군가에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편안하게 누워있는 저일 뿐일 것 같아 그게 더 긴장되었습니다.
그렇게 자신의 몸의 신호를 하나씩 반응하면서 어떻게 일상을 살아갈까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다
아무도 몰라주는 이런 신호를 나조차 모른체하는게 맞는건가 고민에 빠져보았습니다.
그냥 웃으면서 아무렇지 않다 말해버리면 아무렇지 않은 일이 될텐데
제 고민이 예민함인지 올바른 건지
혼돈스러운 순간…
아버지의 긴장되었던 그 매일이 스며들며 먹먹하고
그 매일이 그저 일상이었던 무심한 딸이어서 또 슬프고, 아프고,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