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전

by 잼잼

6시 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퇴근 시간 치고는 그렇게 나쁘지 않은 도로를 한시간여 운전하여 집에 도착합니다.

시동을 멈추고 운전석 시트에 온 몸을 기대며 깊은 한 숨이 나옵니다.


‘하…’


‘지금의 내 상태를 뭐라고 표현해야할까?’


잠시 생각해봅니다.

분명 오늘은 대학생들이 활기차게 웃으며 즐거워하는 이벤트를 보면서 하루를 나름 의미있게 마무리했는데

도무지 가라앉은 몸과 마음은 깨어나지 않습니다.


언젠가 유명한 강사님의 강연에서 전달해주신 메세지가 머리속에 떠오릅니다.


‘충전되는 사람을 만나고, 충전되는 공간을 대하고, 충전되는 일을 하세요’


지금 내 상태는 몸도 마음도 ‘방전’인게 맞는 것 같습니다.

충전을 해보려고 했는데도 꽉, 채워지지 못하는 완전한 방전 상태..

그럼 나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걸까?


무작정 가만히 쉬는게 답일 것 같진 않습니다.

지난 주말에도 사실 침대에서 꽤 오랜 시간을 보냈거든요.


아이들을 만나면 잊어버릴 것도 같습니다.

늘 아이들은 저에겐 그런 존재였거든요.

회사에서 쓰고 온 에너지를 다시 충전하게 해 주는 에너지..

그런데 시험 기간인 큰 아이들은 요즘 스스로의 삶이 버겁고 분주합니다.

예전같은 에너지가 엄마가 필요하다고 나눠지는게 아니더라구요.

되려 아이들 상황을 살피며 없는 에너지를 끌어 올려 웃어주며,

어떤지 살피는 조심스러움이 좀 더 필요한 시간이 되버렸네요.


신랑이랑 맛있는걸 먹어볼까요?

결혼 16주년이 지나갔는데, 신랑은 여전히 처음 만난 해맑은 모습 그대로입니다.

저의 짜증도 투정도 신랑은 처음 만난 그 때 처럼 늘 진지하게 챙겨줍니다.


‘기분이가 너무나 안 좋아. 기운이 없어.’

‘우리 재미..밥 먹어야겠다’


그런데 요즘은 퇴근하고 만난 신랑 역시 에너지 없는 방전 모드입니다.

서로 채워줘야하는데 둘 다 배터리 아웃이라니……….


무엇이 필요한 걸까?

내 마음과 생각을 가득 채운 그것들이 방전의 원인이었을까요?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이 몇가지 있습니다.

제가 해결하지 못한다는 현실이 무겁기도했고

누군가가 큰 소리를 내주면 좋겠는데 그렇지않아 외로워서 힘들었나봅니다.

내 생각과는 전혀 다른 피드백을 주는 친구들을 어떻게 이해해야하나 놀라웠고,

곤란한 상황에는 침묵하는 주변을 요즘들어 더 자주 대하니 마음이 무겁습니다.


그래서 에너지가 생기는 족족 멈추지 않는 그 고민들이 바닥끝까지 에너지를 빨아들이고 있었나봐요.

그런거였겠죠?

그 일들이 해결되면 괜찮아질까요?


어른이되면 할 수 있는게 많아서 참 좋을 것 같았습니다.

할 수 있는 권한이 많아지면 내가 원하는 밝은 세상을 만들수 있을꺼라 조금은 희망을 가졌었습니다.

그런데 모르고 있던 사실도 참 많습니다.

할 수 있는게 많아지는 만큼 고민해야할 꺼리들이 배수로 늘어난다는 것을요…


사실 어른이 되어간다는 모든 시간엔 그 과정이 포함되어있는데

지나고 나서야만 어려울 수도 있다는 그 이면을 알게되니 인생은 들어서 고개는 끄덕일 수 있지만

직접 살아봐야만 아는 것 같습니다.

그게 지혜가 되는 것이겠지요?

지나고나면 그래도 잘 해냈다. 스스로 칭찬할 수 있는 오늘이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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