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한 한 사람이 만드는 임팩트
그 분의 이름을 알 게 된 것 꽤 오래 전,
한 참 새로나온 기술 자료를 만들면서 입니다.
어떻게 그 분의 자료를 보게 되었는지는 기억 나지 않지만,
그 자료를 보면서 받은 충격, 좋은 의미의 가슴 뭉클함은 지금도 뚜렷히 기억이 납니다.
기술을 말로 조리있게 설명하는 것도
그냥 글로 풀어내어서 그걸 쉽게 이해하도록 하는 일도 쉽지 않다는 걸 이 일을 하면서 여러 번 깨달았던 사실입니다.
효과적인 전달을 위해서는
먼저 내가 그 기술을 충분히를 넘어 완벽하게 이해해야하고,
그 이해가 있어야만 듣는 이에게 맞는 수준의 설명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분은 그 어려운 기술을
슬라이드 한 장, 한 장
마치 한 호흡씩, 한 단계씩
처음 기술을 접하는 사람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듯
너무나 잘 설명된 그림과 애니메이션으로
기술 이야기를 동화처럼 만들어 두셨습니다.
이백장에 가까운 슬라이드를 돌려보고, 또 돌려보면서 누구지?
그제서야 맨 첫장의 이름을 보게되었습니다.
그리고 나서는 이 분의 이름이 회사의 많은 기술 문서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머지않아 그 분은 본사 기술팀의 리더가 되셨고,
전 찾아가면서 그 분의 발표를 보고, 그 분의 자료를 보고,
그 분의 현재 위치를 계속 체크하며 지냈던 것 같습니다.
그 분의 자료들을 수차례 돌려보며 생각하고, 배우고,
그 분의 방식을 따라하며 그 분과 같은 임팩트가 있을까?를 늘 궁금해하며 노력해왔던 것 같습니다.
은퇴 후, 고향으로 돌아가신 그 분은 저와 조금은 가까운 지역의 CTO로 다시 일을 시작하셨습니다.
그 분을 더 가깝게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는 건 저에겐 일생에 거쳐 손꼽히는 귀한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한국에서 하는 큰 행사에 그 분이 스피커로 오시게 되었습니다.
급하게 결정되었던 터라 에스코트 플랜도 정확하지 않은 상태였고, 전 손을 번쩍 들었습니다.
“제가 하겠습니다!”
그렇게 전 늘 동경하던 그 분과 너무나 뜻깊은 하루를 보내게 되었습니다.
가식없고, 순수하고, 그리고 너무나 진실된 분이셨습니다.
하나를 질문하면 질문한 토픽의 배경과 진행 사항, 느낀점 그리고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10분을 훌쩍 넘기시며 쉬지않고 이야기하셨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사실은
본인이 해오신 많은 일들이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지는 전혀 모르는 분 같았습니다.
어쩌면 전혀 개의치 않으신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습니다.
그 분은 그냥 그 기술을 고민하시고, 그 기술이 왜 필요하고, 어떻게 더 나은 기술을 만들어 갈지를 평생 고민하셨습니다.
주어진 일을 잘 해내기 위한 그 분의 태도와 열정은
그 일이 회사의 미래를 결정하는 일이든
오늘 만나는 한 사람에게 이 기술을 설명하는 일이든
한 명의 엔지니어로 임했던 일이든
큰 팀의 리더로써 임했던 일이든
한결같이 정성을 다하고, 진심을 다하고, 최선을 다하셨습니다.
툭 치면 우르르 쏟아지는 많은 이야기와 경험을 가진 업계의 영감있는 리더인데
그 모습은 너무나 겸손하고, 친절하고
그리고 표현할 수 없는 순수함으로 가득하였습니다.
‘무엇이 다른걸까?’
가끔 리더분들을 접하게되면 ‘진실’하다라는 느낌을 받기는 쉽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물론, 복잡한 상황이나 무거운 토픽들이 주변을 가득 채우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면 그저 ‘진실’하고 ‘순수’하기란 쉽지 않겠지요.
그래서 이 분을 통해 느끼게 되는 무한한 순수가 더욱 가슴 벅찼던 이유 같습니다.
‘무엇이 차이를 만드는걸까?’
마지막 헤어지는 엘리베이터 앞에서도
10분이 넘게 다음주에 만날 고객 이야기, 지금 만들고 있는 자료 이야기를 한참이나 하시고는 손을 흔들며 인사합니다.
‘정말 좋아하시는구나'
아무리 고민을 해도, 너무 좋아해서 그 고민이 진실되고, 정성스러울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마치 사랑하는 연인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자랑하고, 분주한 것과 같은 모습.
그 사랑이 너무 깊어서 아무것도 계산하지 않고 그냥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아낌없이 주는 모습.
일을 하면서, 이렇게나 좋아할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한 일인 것 같습니다.
바쁜 일정으로 피곤해보이지만, 함께하며 나눈 대화의 모든 순간에 정성이 쏟아지는 그 분을 보며
지금까지는 그 분이 가진 재능을 존경하였는데, 이제는 그 분이 일을 사랑하는 마음에 부러움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비행기 타시기 전, 한국에서의 하루를 잘 챙겨줘서 고맙다는 메세지를 편지처럼 길게 남겨두셨습니다.
그제서야 꼭 드리고 싶었던 말씀을 회신으로 보내봅니다.
‘당신이 만든 슬라이드를 셀 수 없이 많은 엔지니어들이 고객을 위해 사용하고 있고,
당신이 만든 기술 문서를 바이블처럼 여기며 공부하는 많은 네트워커들이 있으며,
당신의 발표 영상을 보고, 어떻게 하면 저렇게 메세지를 전달할 수 있을가 고민하는 많은 직원들이 있습니다.
생각하시는 것보다 당신의 임팩트는 너무나 크고, 그 임팩트를 만들어 오신 모든 여정에 감사드립니다.’
한 사람의 열정이 한 회사를 넘어, 업계를 넘어, 헤아릴 수 없는 영향을 준다는 것은 놀랍고도 아름다운 선물입니다.
오늘 하루를 최선을 다해야하는 또 다른 이유를 그 분을 통해 되새겨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