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情)
월요일 아침이에요.
너무 생각없이 푸욱 쉬어준 덕분에 아침이 상쾌하네요.
문득 느낀거지만...해가 많이 길어졌고 이젠 서둘러 나온 이른 아침이 어둡기보다 밝은 날이 더 많아졌어요.
오늘은 아침에 오자마자 아주 감동적인 일이 있었답니다.
그건.. 제 책상위에 놓여져있던 상한김밥탓이었죠.
아무생각없이 주렁주렁..노트북가방에
별거 들어있지 않지만 만능 수납을 자랑하는 늘 끼고사는 오래된 제 새까만 가방을
양손에 들고 삐뚤삐뚤거리며 자리에 들어섰습니다.
그런데 책상위에 까만 비닐봉지하나가 놓여져있더라구요.
동글동글..말려져있는 모양이 김밥인것같단 생각이 든 순간.
'아~~~~' 감탄사가 마음깊은곳에서부터 터져나왔습니다.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아침을 일찍 시작하지 못하면 하루가 개운하지 못한 성격탓에
(--;그렇다고 늘 일찍 시작하는건 아니랍니다. )
아침에 오면 청소하시는 아주머니와 부딪히는 일이 다른 분들보다 조금은 많은것같습니다.
여유있는 시간탓에...근무시간중에는 나누지 못하는 수다도 가끔 아주머니와 나누기도하죠.
특히.. 출근하자마자..커피한잔 가지러 Break Room에 들어서는 시간은
늘..아주머니가 오시자마자... 커피셋팅하는 타임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답니다.
저는 커피가 내려오길 기다리면서.. 아주머니는 더러워진 이것저것을 닦으시면서
은근히..사는 이야기 많이 나눈것도 같으네요.
늘 그 이야기에는 '아침식사'에 대한 대화가 빠지질 않습니다.
'오늘도 아침 안먹었지?'
'아니에요..오늘은 일찍 일어나서 동생이랑 먹고왔어요..'
'오늘은 아침 먹었어?'
'아뇨...오늘은 그냥 나왔네요..별로 생각이 없어요..'
'아침은 어떻게했어?'
'아..먹으려구요..샌드위치 하나 사왔어요.. 아주머님요?'
'어..난 도시락 조금씩 싸가지고 오지..'
이런 대화를 나누던 중..
지난주엔..지하 신라명과에서 사온 웰빙 샌드위치를 들고 아주머니에게 갔었죠.
네조각으로 구성된 샌드위치 세트가 혼자먹기엔 사실 많은 양이더라구요.
그래서...두조각 비닐에 담아서..아주머니 드시라고 두고 나오는데
'많이 먹어야 일도 열심히하지~~ 그럼 내일은 아줌마가..맛있는 김밥 사다주께!! 샌드위치 사오지마~~~ 알았지?'
그냥 생긋 웃고 돌아서나오곤..아주머니가 만들어주시겠단 김밥을 잊고 있었습니다. 그
리고 금요일..전 휴가였고.. 주
말지나..삼일만에 돌아온게 오늘 아침이지요.
감동스런 김밥 한줄.. 까만 비닐에 돌돌말린 김밥 한줄을 보며..오늘 아침은 가슴이 참 따뜻했습니다.
그럴꺼라고 생각했지만.. 호일을 살짝 들춰본 김밥엔..몽글몽글..하얀 곰팡이들이 이미 제집인양 자리를 잡고있고.. 식욕을 모두 사라지게 만드는 향긋한 냄새(^^)도 서비스로 제공되더라구요.
그래도 그 상한 김밥을 쓰레기통에 버리지 못해서.. 한참..조물닥거려보았습니다.
사람 사는거.. 마음을 주고.. 관심을 나누는거.. 참...작은 배려에서 시작하는데
돌아오는건 너무 커서 가슴이 벅찹니다.
이번 한 주는.. 이 벅찬 감격으로..더 많이 최선을 다하고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조금 더..여유있게 다가설 용기가 생길 것만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