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의 시간, 나의 추억]2007년 2월 26일

친절증후군!

by 잼잼

요즘 전 우리 로즈마리 허브중 한뿌리(몇뿌리가 있는듯)가 자꾸 시들거려서 속상해요.

점심시간에 저걸 껴안고 허브랜드 아주머니께 한번 방문해야겠어요.


전 가끔 내가 너무 오버하면서 친절해야한다는 나쁜 병을 가지고 있는건 아닌가란 생각을 한답니다.

친절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고..

조금 다른말로 표현하자면 남의 일에 참견을 잘한다는 것과도 상통할런지 모릅니다.

스스로 이런 진단을 내린데에는 많은 배경이 있는데..

누가 지나가다가 방황하고 있으면 "무슨일이신대요?" 하고 물어봐야하고.

심지어 길에서...세사람 건너사람에게 길을 물어보는 할머니에게..

성큼 다가가서는 길을 알려주는 잘난척을 하다보니..

실컷 알려주고 돌아서서는 '이거 병이다!!' 마음을 쓸어 내리곤 하지요.


그 병탓에....아주 큰 실수를 지난주엔 하고 말았습니다.


오랜만에 토요일 교회가는길 지하철을 탔었죠.

7호선을 타고 책도읽고...사람구경도하면서 재미나게 오다가 교회가 있는 '군자역'에 도착했습니다.

문앞에 서있던 저는 낼름...플랫폼으로 뛰어내렸는데..

지하철 안쪽에서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리는 거에요.


'저기..건대입구에 가려면 여기서 갈아타야해요?'

그 소리에 또 귀가 쫑긋해져서..뒤로 돌아보았는데

할아버지가 몇차례나 질문을 하시는데 주위에서 아무도 대답을 안해주는거에요.

몇초사이에 일어난 일이지만 전 그 상황을 참을수가 없었죠.

나이드신 분이 질문을 하는데 어떻게 주위에서 눈도 깜짝하지않고 있을 수 있을까!!

그래서 지하철문이 닫히기 직전에..

전..잽싸게 손을 지하철안으로 넣고는.. 문앞 손잡이를 잡고 서 계시던 할아버지를 끌어서 밖으로 내렸습니다.


"할아버지 내리세요. 여리서 내려서 갈아타시면되요!!!"


무반응에 저의 대답이 반가웠던지 할아버지는 환한 미소를 띄우시며

마치 아기가 뽈짝 차에서 뛰어내리는 분위기로 지하철에서 내려오셨답니다.

그리고 할아버지를 무관심의 구렁텅이에서 구출한 의기양양한 저는 5호선 방향을 가르치면 마지막 안내멘트까지 잊지않았죠.


"할아버지 저리로 쭈욱 따라가셔서 한번 더 물어보시고...건대입구 가는걸로 갈아타세요"

할아버지는 고맙다며..손을 쓰다듬어 주시고는

안스러운 걸음으로 제가 손가락으로 가르쳐드린 방향으로 천천히 걸어가셨답니다.


할아버지를 보내고...교회로 달려가기위해 계단을 뛰어오르는 순간!


"아~~뿔~~~~~싸~~~~~~~~~~~~~~~~~~~~~~~~~~"


제가 타고온건 5호선이 아니고 바로 7호선이었습니다.

갈아타지 않으시고 가만히 계시기만해도 두정거장뒤면 건대입구였던거죠.

그 나이든 할아버지를..결국~~~~ 천호동가는 5호선 플랫폼으로 보내버렸던것이었습니다.


'다시 돌아가서 모셔와야하나.. 아아아아 어쩌면 좋아'


결국 한참이나 고민하던 전....부담스런 마음만을 안고 지하철역을 나오고야 말았답니다.

오버하지말아야죠.

괜히 아는척하다가 하지 않아도 되는 말..한마디 더 하다가

한번쯤..꾸욱 참아도 되는 섣부른 행동을 성급히 하다가

저처럼...나이드신 할아버지를 군자역에서 헤매게 만드는 사태가 생길지도 모르니 말이죠.


이번 한주도.. 적..당..하게 적..절..하게 살아가도록 노력합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나의 시간, 나의 추억]2007년 2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