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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간, 나의 추억]2007년 7월 23일

산다는 건 다 그런게 아니겠니?

by 잼잼

중학교때부터 좋아하던 '여행스케치'의 노래입니다.

그냥 그 가사가 그저 좋았는데 요즘은 그 가사가 지금 내 나이랑 딱맞는가 싶어서

들을때마다 웃음이 나곤합니다.


요즘 전 아침마다 교회를 다녀온답니다.

물론..예배 시간을 딱딱 맞추지 못해서 99% 지각을 유지하면서 말이지요.

오늘도 어김없이 늦었습니다.

눈은 제시간에 떴는데..늘 여유가 생기면 꼼지락꼼지락 거리는 탓에

결국 늦게 일어난 날이랑 똑같은 시간에 집을 나서게 된것이지요.


그래도 신호 꼬박꼬박 준수하며 교회근처까지 잘 왔습니다.

골목길만 무사하게 통과하고 좌회전을 하면 제가 좋아하는 우리교회가 나오는것이지요.

근데..골목길 앞쪽에.. 우유배달 아저씨가 우유와 요구르트와 요플레를

골목바닥에 쭈욱 깔아놓고는 어쩌지 못하고 서게시는게 보이는군요.

박스 6개를 오토바이뒤에 태우고는 배달하시다가 제대로 넘어뜨리셨네요.

일단 세웠습니다.

조금 기다려보기로한거죠.

차가 서서 기다리니 아저씨 어쩔줄몰라하시면서

차곡차곡 정리하며 담던 우유들을 박스에 마구 던져넣으시네요.

간단히 끝날일이 아닌것같습니다.

비상깜박이를 켜고 시동을 끄고..내렸습니다. 그

리곤 같이 차곡차곡 주워담았어요.


'죄송합니다. 오토바이 받혀둔 막대기라 빠져버렸지 뭐에요'

'놀라셨겠네요. 어쩌죠..많이 터졌네요.'

'아니에요..괜찮아요.. 저기..넘 이쁘게 담지마시고 그냥 담아주세요. 미안합니다. 정말...'


그런식의 대화를 하며 5-7분쯤 아저씨랑

골목길에 흩어져있던 큰우유, 작은우유, 터진우유, 동그란 요구르트.

이런 아이들을 주워모았습니다.


'이젠 가셔도 될것같아요..정말 고맙습니다.'


어느정도 정리되고서도 아저씬 정신이 없으신지 살짝 눈한번 마주치시고는

주워담은 우유들을 정리하시느라 분주하셨습니다.

돌아서서 아저씨를 비켜 나오면서 마음이 그냥 그렇더라구요.


어떤 사연일까 내심 또 궁금했습니다.

젊은 총각(^^)이었다면 '부지런한 총각 실수했네'로 그쳤을 텐데

40대쯤 되어보이시는..

목엔 수건을 두르며 땀을 흘리며 당황해하시는 모습이 생각에 생각을 꼬리달아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터진 우유도 걱정되고 새벽부터 설치며 나오셔야만 했던 아저씨의 사연도 괜히 걱정되고 (그렇지 않을지도 모르면서 말입니다.)

넘어졌던 오토바이도 걱정되구요.


그러면서 문득 이 노래가 생각났습니다.

사는거.. 다 그런걸텐데..

뭐가 특별나다고 자존심 빠득빠득 우기며 용쓰며 사나 싶어서요.

알고보면 거기서 거기일텐데 뭐가 남들과 다르다고 유세떨며 잘난척하나 싶기도해서요. 정

말.. 사는거..다 그런건대 이왕 살꺼..웃어주고 이해해주고, 손해봐주며 살아도 그만일텐데

그럴텐데.. ^^!


아저씨의 터진 우유 생각에 하루가 괜히 값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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